IRA 혜택 확대에도…불안한 K배터리 운명

미 재무부, IRA 최종 가이던스 확정
배터리 세액공제 요건 완화해도
트럼프 우세론에 무력화 '우려'

입력 : 2024-10-25 오후 4:28:13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최종 가이던스를 발표했습니다. 당장은 배터리 기업들의 모듈 세액공제 요건 충족이 수월해져 혜택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이 '시계 제로'인 상황에서 한국 산업계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세를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바이든 정부의 상징인 IRA를 '녹색 사기'라고 치부해 왔기 때문인데요. 혜택 축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옵니다. 
 
미 '배터리·태양광·풍력' 투자시 수혜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IRA에 따른 AMPC 집행과 관련한 최종 가이던스를 확정했습니다. 시행은 오는 12월 27일부터입니다.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는 첨단제조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 판매하면 세액공제를 주는 제도인데요. AMPC는 배터리, 태양광, 풍력발전 부품, 핵심 광물 등 첨단제조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 도입된 세액공제 제도입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12월 잠정 가이던스를 발표한 데 이어, 60일간의 국내외 의견 수렴, 내부 검토 등의 절차를 밟아 10개월 만에 최종 가이던스를 확정했습니다.
 
최종 가이던스 내용은 잠정 가이던스 내용을 기본적으로 유지했는데요. 이차전지 셀은 킬로와트시(kWh)당 35달러, 모듈은 kWh당 1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집니다. 
 
태양광 모듈, 셀, 웨이퍼, 폴리실리콘의 세액공제는 각각 와트(W)당 각각 7센트, W당 4센트, ㎡당 12달러, ㎏당 3달러 등입니다. 풍력 발전용 블레이드와 타워는 각각 W당 2센트, W당 3센트입니다.
 
이차전지 원료 등으로 쓰이는 핵심 광물은 인건비, 전기요금, 저장 비용, 직·간접 재료비, 원자재 추출 등 전체 생산 비용의 10%가 세액공제로 제공됩니다.
 
달라진 점은 배터리 기업들의 모듈 세액공제(10달러/kWh) 요건 충족이 다소 쉬워진 건데요. 이에 따라 세액공제 대상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산업부는 전했습니다. 또 최종 가이던스에서는 배터리 소재(전극 활물질)와 핵심 광물의 경우 직·간접 재료비, 원자재 추출 비용 등이 생산 비용 계산에 포함돼 우리 배터리 소재 기업에 혜택이 기대된다는 설명입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2022년 12월 29일 상업용 전기차 세액공제 가이던스, 지난 5월 3일 친환경차 세액공제 가이던스에 이어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 최종 가이던스가 확정됐다"며 "우리 산업계의 IRA 세액공제 수혜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추가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폐지 안 해도 예산 축소 등 '딴죽' 가능성
 
트럼프 당선 이후에도 IRA가 유지될지는 미지수입니다. 트럼프는 IRA를 '새로운 녹색 사기(new green scam)'라고 명명하며 폐지를 시사해 왔습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산업 육성을 목표로 한 IRA가 화석연료 산업을 억제해 에너지 가격을 높이고 인플레이션을 가속했다고 보는 겁니다. 실제 미국 물가상승률은 IRA 시행 이후 4%를 넘었습니다.
 
지난달 열린 '한미 산업협력 콘퍼런스'에서 '배터리 전쟁'의 저자 루카스 베드나르스키는 "트럼프 당선 시 IRA 혜택이 축소돼 한국 배터리 기업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국내 1위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으로 1953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AMPC 4660억원을 포함한 수치입니다. 세액공제를 제외하면 2770억원의 손실이 났습니다. SK온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AMPC 규모가 지난 1분기 385억원에서 2분기 1119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공장이 대부분 공화당 텃밭인 미시간·테네시·조지아주 등에 위치해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를 적극 지지하고 있어 전기차 관련 혜택을 크게 손대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조성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 부연구위원은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폐지까지는 어렵지만 방해를 할 수는 있을 것 같다"며 "행정부의 협조를 얻어 보조금 지급을 지연하거나 예산을 축소하는 식의 시도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습니다. 
 
정부는 이날 배터리업계와 간담회를 갖고 대응방안 점검에 나섭니다. 산업부 통상정책국 관계자는 "미 정부, 의회 등을 상시적으로 접촉하며 칩스(반도체 지원법)는 물론 IRA 인센티브 등을 계속 받을 수 있도록 아웃리치 활동을 해 왔다"며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한 데 대해 안정적인 경영활동을 이어가도록 시나리오별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미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 (사진=연합뉴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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