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미국 대선을 2주가량 앞두고 승부의 무게 추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쪽으로 기울면서 트럼프발 '금융 공포'가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미국 피벗(긴축 정책 전환)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가 고공행진하고 있는데요. 특히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가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한국에도 공세적 통상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유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사진=AP/연합뉴스)
"보편 관세·상호무역법"...거세지는 '통상 압박'
24일 미국 블록체인 기반 베팅사이트 '폴리마켓'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미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64%에 달했습니다. 상대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당선 가능성은 36.1%에 불과했습니다. 다른 여론조사 집계 사이트에서도 트럼프 후보의 승리를 점치고 있는데요. 미국의 유명 통계학자이자 정치분석가인 네이트 실버도 "직감으로는 트럼프가 이길 것 같다"는 예상을 내놨습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는 고율 관세를 언급하며 미국의 무역 적자를 개선하겠다고 공언해 왔습니다. 재선에 성공할 경우 중국이 주요 타깃 국가가 될 것으로 거론돼 왔는데요. 한·미 통상 현안 중에서는 한국과의 무역적자 해결을 최우선 해결 과제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통상전략실 연구위원은 "트럼프의 보편적 기본관세와 상호무역법이 우리 산업과 미국시장 공략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 2기는 1기보다 더 많은 국가를 대상으로 공세적인 통상 정책이 예상되며 주요 신흥국들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인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의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는 연평균 458억달러(66조9349억원)로 미국의 세계 무역수지 적자 1조2135억달러 중 약 3.8%를 차지합니다.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는 중국, USMCA(멕시코·캐나다), 유럽연합, 일본, 베트남 등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수준인데요.
최근 3년간 '증가율'로 살펴보면, 연평균 27.5%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한국 무역수지 적자 개선을 위한 통상 압력이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지난 2019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이후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가 빠르게 증가했다는 점에서 FTA 재개정, 무역수지 개선과 결부된 다른 요구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대한 무역수지 적자 축소를 위해 다양한 통상 압박을 가할 수 있다"며 "지난 2019년 한미 FTA 개정을 전후해 무역수지 적자 폭이 증가한 품목을 중심으로 FTA 재협상을 요구하는 등 통상 압력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구체적 품목으로는 승용차, 컴퓨터 부분품 및 저장매체, 냉장고 등을 꼽았습니다.
트럼프 지지율에 되살아난 '강달러'
공격적인 관세 정책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 수 있는데요. 미국 피벗에도 불구하고 실제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금리 인하 사이클을 개시했는데도 국채 금리가 오히려 급등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건데요. 트럼프가 감세와 재정 확대 공약을 내세운 만큼 향후 국채 발행이 늘어 미국 금리와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깔려 있습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동부 시간으로 23일 오후 11시 기준 7월 말 이후 최고치인 4.224%를 기록했습니다.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064%인데요. 최근 한 달간 미 채권 수익률은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꾸준한 오름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달러 또한 최근 3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시장 매수 움직임에 104.33으로 상승해 3개월만 최고점을 찍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24일 1382원에 출발했는데요. 전날에도 장중 최고가인 1385.1원을 기록하며 지난 7월 30일 1385.3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6년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미 국채 10년 금리는 1.85%에서 연말까지 최대 70.5bp(bp=0.01%포인트)가 상승했다"며 "10월 이후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기 시작한 이후 금리가 46.5bp 상승한 가운데 2016년과 동일하게 상승한다고 가정할 경우 추가 상승 여력은 24bp이며, 미 국채 10년 금리의 상단은 4.5%"로 내다봤습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인 시장 금리 방향성의 분기점이 될 이벤트는 11월 초에 있을 고용보고서와 미 대선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남은 기간은 시장 금리 등락으로 인한 증시 변동성 확대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달러.(사진=연합뉴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