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방송통신위원회 1인체제가 3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위원회 전체회의는 7월31일을 끝으로 열리지 못했습니다.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최근 마무리된 국정감사에서 방통위가 정상화되지 못해 현안 의결을 할 수 없다고 피력했습니다. 식물 기관이란 오명이 방통위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는 것인데요. 일각에서는 정책 집행이 가능했던 당시에도 방송 길들이기에만 급급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선택적으로 안건을 처리한 결과, 시급히 처리해야 할 사안이 멈춘 채 사실상 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겁니다.
방통위는 지난 7월31일 오후 이진숙 방통위원장, 김태규 상임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방송공사 이사 추천 및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임명 관련 후보자 선정과 한국방송공사 이사 추천 및 방문진 임원 임명에 관한 건을 심의 의결했고, 이 회의를 마지막으로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이진숙 위원장은 취임 직후 이 안건 의결을 강행했습니다. 이후 취임 사흘만인 지난 8월2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됐습니다. 현재 방통위는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1인체제입니다. 방통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 제13조는 '위원회의 회의는 2인 이상의 위원의 요구가 있는 때에 위원장이 소집한다',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합니다. 1인체제에서는 전체회의를 열어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김태규 직무대행은 지난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감에서 "방통위만 정상화된다면 바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조사 기능 내지 의결을 위해 준비하는 기능 외에는 전부 다 마비돼 있다"며 방통위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업무가 마비됐음을 강조했습니다.
방송 관련 쟁점 현안에만 집중한 방통위
다만 일각에서는 방통위가 선택적 업무 처리를 진행한 결과 현안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이라 지적합니다. 방송 관련 쟁점 현안에만 집중한 결과라는 것인데요. 상임위원들의 임기 만료 후 방통위 기류가 여권 우위로 형성됐고,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당 측 추천 인사에 대해 임명하지 않았습니다. 여권 위원들로만 구성된 2인 체제에서 방통위는 굵직굵직한 방송이슈를 의결했습니다. 이동관 전 위원장과 이상인 전 부위원장 체제 하에서는 김성근 방문진 이사와 강규형 EBS 이사 임명, 이동욱 KBS 이사 추천, 김병철 방문진 이사 임명,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 심사 기본계획,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취지의 보류 등이 의결됐고, 김홍일 전 위원장과 이상인 전 부위원장 휘하에선 YTN 최다액출자자 유진기업 변경 승인, KBS·방문진·EBS 이사 선임 계획이 처리됐습니다.
인앱결제 강제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의 불공정 행위, 망이용대가 등으로 대변되는 국내 미디어산업 생존의 문제,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이용자 보호 대책 등에 대한 정책적 판단은 나오지 못했습니다. 일례로 인앱결제를 강제한 구글과 애플의 불공정행위는 1년 가까이 답보상태입니다. 지난해 10월6일 방통위는 앱 마켓 사업자의 특정 결제방식 강제 등 부당행위에 대한 사실조사 결과를 토대로 구글과 애플에 대한 시정조치안을 통보하고 과징금 부과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구글과 애플이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해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한 행위와 앱 심사 부당 지연 행위 등이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낡은 방송법 규제체계를 개편하면서 역차별 문제를 만드는 망이용대가 문제 해결을 위해 미디어통합법 제정에 나서고 있지만 역시 감감무소식입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중요 사안을 다 미뤄놓고, 공영방송 등 방송 관련 정책은 신속하게 처리하는 모습"이라며 "선택적 의결을 통해 결국 허수아비로 있는 모습"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