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구조 혁신)②투자일임·비금융업서 돌파구 찾아야

금융상품 판매수수료 수익 한계 명확
일본서는 '사회적 기업' 비금융 인수 허용

입력 : 2024-11-0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유영진 기자] 은행은 투자일임업, 자산관리(WM), 수수료 합리화  등 비이자이익을 개선할 수 있는 활로가 있지만 각종 규제 장벽에 가로막힌 게 사실입니다. 전문가들은 은행의 수익 창구를 다각화하고 고객 자산을 안정적으로 증식시키기 위해선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금융서비스 정당한 대가 필요"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펀드판매, 방카슈랑스, 신용카드 업무대행, 외화수수료 등으로 구성되는 수수료이익의 확대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습니다만 제반 여건은 여의치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사모펀드 사태에 이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의 여파로 인한 투자자의 펀드상품 기피, 은행에 대한 감독당국의 고강도 징계에 따른 신탁 등 고난도 상품 판매 축소, 그리고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소비자보호 강화 기조 등에 따른 수수료 수익 감소 추세를 타개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은행권 숙원 사업인 '수수료 합리화'는 10여년째 제자리입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웰스파고(Wells Fargo)의 경우 계좌유지수수료, 조기인출 수수료 등 예금계좌 관련 서비스료가 비이자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합니다. 반면, 국내 은행들의 관련 수수료 비중은 미국 상업은행의 10분의 1에 불과합니다.
 
다만 국내에선 은행의 고유업무와 관련한 수수료 도입에 대한 소비자 반발이 큽니다. 지난해 가파른 대출금리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급증한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은행들은 ATM 수수료와 중도상환수수료 등을 면제해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미국과 한국의 국가 규제와 은행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양국의 은행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도 "국민적 편의를 제공하고 효용을 높여주는 다양한 서비스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문화를 어떻게 정착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소비자의 금융 부담을 줄이기 위해 ATM 수수료와 중도상환수수료 등을 면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수료 합리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는 요원한 상태다. 서울 용산구에서 한 시민이 은행 ATM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판매수수료 의존 벗어야"
 
은행들은 비이자이익 확대 방안으로 투자일임업 허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투자일임업은 투자자에게서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투자 판단을 일임받아 이를 운용할 수 있게 해주는 라이선스입니다.
 
투자일임업 허용은 은행들이 단순히 금융상품을 팔아 수수료를 버는 구조에서 자산을 굴려 수익을 내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기에 안정적인 비이자이익 수단 확보 활로로 기대가 컸습니다. 지난해에는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논의의 장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초 홍콩ELS 관련 불완전판매 이슈가 불거지면서 동력을 잃었습니다. 불완전판매 책임을 다퉈야 하는 것은 물론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증권업계는 과당경쟁 우려 속에 불완전판매 논란이 재차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부 판매사 관리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펀드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자산관리(WM) 사업 모델을 현재의 금융상품 판매수수료 위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금융상품 판매 규모에 연동된 수익구조를 탈피하도록 투자일임업 허용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의 판매수수료 중심의 사업 모델은 안정적인 고객 자산 증식은 물론이고 은행의 수익성에 대한 변동성을 높이는 구조"라며 "WM 전문인력이 고객의 현재 재무 상태, 여유자금 발생시 활용계획, 투자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한 후 자산관리를 추진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이슈가 불거지면서 은행권의 투자일임업 허용 논의는 진척이 없는 상태다. 홍콩 H지수 ELS 피해자 모임 회원들이 시중은행 등 홍콩ELS 손실 관련 고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는 모습. (사진=뉴시스)
 
"비금융 사업으로 사회적 역할 확대"
 
비금융 분야에서 신사업 추진 여건도 여전히 만만치 않습니다. 현재 국내 규제 상 은행은 일부 허용된 부수업무 외에 비금융 업무를 직접 수행할 수 없으며, 비금융 업무를 수행하는 회사의 소유도 불가합니다.현재 부수업무 중 비금융 관련 업무는 데이터분석 및 판매, 기업 대상 정책자금 추천 및 공급망 관리 플랫폼 서비스, 본인인증 서비스 등으로 범위가 제한적입니다.
 
은행권은 비이자이익 확대, 빅테크와의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 등을 이유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당국도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한 바 있습니다. 당초 지난해 3분기 발표 예정이었으나 현재 추가 검토를 이유로 연기한 상태입니다.
 
반면 일본의 경우 은행 업무 범위 관련 규제는 비금융 허용 업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해석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은행의 업무 범위 규제로 금융업 또는 금융 관련 유관 업무만 할 수 있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일본에서는 은행들이 수행가능 비금융 업무범위는 은행업 고도화, 기업고객 지원, 지역 활성화, 산업 생산성 향상, 지속가능한 사회 구축에 기여하는 업무 순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심윤보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은행의 비금융 사업 추진 방향은 공급 부족 등으로 시장 실패가 일어나는 영역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 같은 사회적 요구를 감안해 고객의 비금융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유영진 인턴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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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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