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가 올 하반기 들어서도 일제히 역대급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8% 증가하는 등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실제 4대 금융 중 가장 먼저 실적 공개에 나선 KB금융은 3분기 누적 기준 4조4000억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거뒀습니다. 역대 가장 많은 규모입니다. 신한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순이익도 3조9856억원으로 역대 최대 순익을 거뒀고, 우리금융지주의 누적 순이익은 2조6591억원으로 올 들어 3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을 초과 달성했습니다.
금융지주사들이 실적 성장을 이룬 중심에는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가계대출·기업대출 증가가 있습니다. 업계 전반적으로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축소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됐으나 대출자산 성장에 힘입어 방어에 성공했습니다.
방어에 성공했다고 하기에는 역대급 실적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통상 금리 인상기에는 예대금리차가 벌어졌다가 금리 하락기에는 좁혀지는 경향을 보였으나 반대로 가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 '실적 잔치'를 예상하는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그러나 금융지주사들은 표정관리 하느라 급급한 모습입니다. 땅 짚고 헤엄치기식 손쉬운 이자장사로 막대한 이윤을 남기고 있다는 비판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은행들은 고금리 시기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서민들과의 고통을 분담을 요구하는 정부 압박에 십시일반으로 힘을 보태 2조원 이상의 지원책을 내놔야만 했습니다.
'이자 장사', '돈 잔치' 논란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 보이지만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출 수요자와 시장에 혼란을 초래하면서 은행들에는 막대한 이익을 안겨준 정부와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율적으로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달라고 주문한 것일 뿐 대출금리를 올린 것은 은행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돌린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또 어떤 형태의 '상생금융 청구서'를 보낼지 모를 일입니다. 앞으로도 예대금리차는 더욱 벌어질 일만 남았습니다. 이번달 한국은행이 3년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예·적금 금리 하향 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출금리는 선반영된 상태라는 이유로 요지부동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는 서민들이 보고 시장 참여자들은 혼란을 겪는 형국이 그저 답답할 따름입니다.
이종용 금융산업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