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 에이스, 손 느려도 재밌는 RTS"

'스타크래프트 II' 개발자의 신작
'덱 빌딩'으로 10분 내 승부 가려
캠페인 없이 온라인 대전만 제공
"열린 마음으로 하면 실력 빨리 늘어"

입력 : 2024-11-07 오전 12:00: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 팬들은 '블리자드 출신' 제작진의 신작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새로운 재미를 주겠다던 호언장담이 번번이 실망으로 되돌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런 와중에 또 다른 블리자드 출신이 모인 개발사 언캡드 게임즈가 PC 온라인 RTS 게임 '배틀 에이스'로 출사표를 냈습니다. 언캡드 게임즈는 텐센트 산하 라이트 스피드에 속한 스튜디오입니다.
 
데이비드 킴 언캡드 게임즈 수석 디렉터가 5일 영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언캡드 게임즈)
 
"반복 요소 제거"
 
데이비드 킴 언캡드 게임즈 수석 디렉터는 2차 베타 테스트(외부 검증)를 이틀 앞둔 5일 영상 인터뷰에서 "배틀 에이스는 '스타크래프트 II'를 개발할 때부터 만들고 싶던 게임"이라며 "RTS에서 반복적인 부분과 지루한 점을 제거하고 재미 요소를 최대한 향상한 게임이 최고의 게임"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배틀 에이스는 전통적인 RTS와 다른 재미를 추구합니다.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는 꾸준히 일꾼을 뽑으며 실시간으로 자원·건물·유닛을 관리해야 하는데요. 손이 느린 사람도 서사를 즐기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속도가 생명인 온라인 대전에선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그에 반해 배틀 에이스는 '덱(전투 카드) 빌딩'을 강조합니다. 게이머는 상대와 붙기 전에 결정한 유닛 덱으로 전투를 벌이게 됩니다. 이때, 상대의 유닛 운용 전략에 따라 여러 변수에 직면하므로 매번 새로운 전투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경기 제한 시간은 최대 10분으로, 그 안에 시설 확장과 기능 개선, 대규모 전투를 몰아치듯 하게 됩니다.
 
게임을 시작할 때, 전투 카드 여덟 장으로 나와 상대의 전력을 비교할 수 있다. 화면 오른쪽 상대 카드의 녹색 화살표는 내 유닛이 해당 유닛보다 우위에 있다는 뜻이다. 붉은 색은 그 반대다. (이미지=언캡드 게임즈)
 
그렇다면 언캡드 게임즈는 RTS를 어려워하는 사람도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블리자드의 벽'을 넘겠다는 걸까요. 제작진은 그럴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블리자드와는 차별화되는, '또 다른 재미'에 집중하기로 한 겁니다.
 
그래서인지 이 게임엔 서사를 즐기는 캠페인이 없습니다. 제작진은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 시리즈를 뛰어넘는 서사시를 만들고, 온라인 대전도 재밌게 만든다는 건 후발주자가 세울 수 있는 전략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킴 디렉터는 "스타크래프트 II는 그런 식의 RTS 게임의 끝판왕"이라며 "이 게임과 완전 동일하게 경쟁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배틀 에이스는 완전히 다른 식의 RTS 게임이기 때문에, 스타크래프트 II가 얼마나 뛰어난지와 상관없이 저희 나름의 다른 재미 요소를 추구하고 다른 플레이어 베이스를 형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배틀 에이스는 '캠페인 없는 온라인 RTS 게임'이라는 건데요. 언캡드 게임즈는 이 게임을 무료로 제공하고, 대신 일부 유닛과 장식물은 판매하는 식의 수익 구조를 짜놨습니다.
 
킴 디렉터는 "모든 유닛은 게임을 통해 언젠가는 얻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더 빨리 얻고 싶으면 돈을 내 잠금 해제할 수 있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나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페이 투 윈'은 없을 거라고 못 박았습니다. 킴 디렉터는 "코스메틱(치장)은 그냥 커스터마이징(맞춤형 꾸미기)에 중요할 뿐이지, 이게 있으면 이런 종류의 유닛이 이만큼 강해진다, 이런 요소는 실행할 계획이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배틀 에이스 실행 화면. (이미지=언캡드 게임즈)
 
"프로게이머, '정말 재밌어서 한다'더라"
 
배틀 에이스는 e스포츠를 노린 게임이기도 합니다. 킴 디렉터는 "알파 테스트(내부 검증)를 하기 전에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 선수, 캐스트 약 30명을 회사로 초대해 이틀간 플레이 테스트한 적이 있다"며 "스타크래프트 II 대회에서 우승을 많이 한 원이삭 선수가 '저를 포함한 거의 모든 선수가 게임을 즐긴다기보다는 이게 일이고 이겨야 해서 연습을 많이 하는데, 배틀 에이스는 정말 재미있어서 많이 한다'는 식으로 의견을 주셨다"고 말했습니다.
 
관건은 게이머들의 RTS 고정관념 깨기입니다. 킴 디렉터는 "많은 이용자 테스트를 하면서 느낀 점은 'RTS는 이렇게 플레이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플레이하시는 분들은 배틀 에이스에서 실력이 늘기가 참 어렵다"며 "반대로 열린 마음으로 플레이한 게이머는 실력이 빨리 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배틀 에이스의 진짜 재미 요소를 빨리 경험하고 싶으시면 열린 마음으로 플레이하시면 좋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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