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회피·발뺌'의 횡설수설 140분

'명태균 게이트' 전면 부인…'김건희 방탄' 올인

입력 : 2024-11-07 오후 5:48:37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기자회견을 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140분간 진행된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은 윤석열 대통령의 '변명·회피·발뺌'의 연속이었습니다. 임기 반환점(오는 10일)을 앞두고 최근 명태균 씨와 관련한 여러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개최한 기자회견이었지만, 오히려 윤 대통령의 불분명한 해명으로 논란만 더 가중됐는데요. 회견에 앞서 대국민 담화에선 고개를 숙이며 사과에 나섰지만, 반전 모멘텀은커녕 역풍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7일 오전 10시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국민 담화·기자회견은 오후 12시20분까지 140분간 진행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담화 초반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라며 사과의 뜻을 밝히고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는데요. 담화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사과 배경을 묻는 질문에 "임기 2년 반을 돌아보고 앞으로 시작하는 가운데 국민들에게 감사의 말씀과 사과 말씀을 드려야 되겠다고 생각했다"고만 언급했습니다. 모든 의혹의 중심에 선 김건희 여사 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채 기자회견을 이어갔습니다. 
 
'휴대폰 안 바꾼 탓'이라는 윤…당정 갈등도 '언론 탓'
 
윤 대통령이 사과에 나섰지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여러 의혹에 대해선 전면 부인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는데요. 특검법을 "정치 선동"이라고 규정하며 '김 여사 방탄'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을 임명하는 것 자체가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라는 게 윤 대통령의 입장입니다.
 
명 씨와 관련한 공천 개입, 여론조사 조작 등의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는데요. 김영선 전 의원에 대한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선 "부적절한 일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해 구체적 설명은 없었습니다. 또 2022년 당시 "6·1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 정진석 비서실장인 줄 알았는데 윤상현 의원이었다"며 자신이 그만큼 공천에 관심이 없었다는 점을 피력했습니다. 창원 산단 지정 의혹과 관련해서도 "사실과 달라 인정할 수 없는 모략"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김 여사가 명 씨와 사적 대화를 한 것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일상적인 것들이 많았다"고 해명했는데요. 특히 윤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자신이 김 여사의 휴대폰을 직접 확인할 수 없었다는 점을 토로했습니다. 윤 대통령조차 김 여사와 명 씨와의 사적 대화에 대해 확실히 파악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은 또 김 여사의 사적 연락 논란이 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저도, 제 처도 취임 후 휴대폰을 바꿨어야 한다"며 문제의 본질과 상관이 없는 휴대폰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여론조사 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해명 없이 "여론조사가 잘 나왔기 때문에 조작할 이유도 없다", "인생을 살면서 그런 일을 해본 적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당정 갈등에 대해서도 언론이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며 갈등의 책임을 언론으로 돌리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기자회견을 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방적 해명'에 그친 회견…'역풍' 불가피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일방적 해명에 그치면서 오히려 민심의 역풍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은 물론, 취임 후 첫 20%선이 붕괴된 여론조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갤럽에 이어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10%대를 기록했는데요. 이날 공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여론조사 결과(11월4~6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전화 면접)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19%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부정평가도 74%로 최고치였습니다.
 
같은 날 공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 결과(11월4~5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ARS 방식)에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7%로 집계됐는데요. 2주 전 20.6%를 기록한 데 이어 간신히 20% 선을 지켰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대통령은 이날 남은 임기 2년 반 동안 국정과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임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인적 쇄신과 관련해선 당장 시행하기보다는 시일을 두고 진행하겠다는 뜻을 전했는데요. 의료·연금·노동·교육 개혁과 인구 위기 극복의 '4+1 개혁'도 계획대로 추진할 것임을 약속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 참여 정도에 따라 우크라이나 정부에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또 차기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한·미·일 3국의 협력이 순조로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회견 이후 여론 반등이 없을 경우 사태 수습이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한 1차 목표는 지지율 반등, 2차 목표는 지지율 반등을 못하더라도 지지율 추가 하락을 방지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멈추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지지율 하락 추세를 막지 못하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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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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