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자본잠식으로 멈췄던 태영건설의 주식 거래가 재개됐습니다. 대규모 감자와 증자, 출자전환을 거쳐 재무구조를 개선, 상장 요건을 충족시킨 결과입니다. 주가는 뚜렷한 하락세를 그렸지만 채권자들이 원리금 대신 받은 신주는 아직 수익 구간입니다. 보호예수가 풀릴 때까지 현재 주가 수준을 유지한다면 마지막에 웃을 수도 있을 전망입니다.
감자·출자전환, 자본잠식 탈피…주식수 급증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이날 4.11% 오른 317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태영건설의 주식 거래가 다시 시작된 지 7영업일 만에 하락을 멈춘 것입니다.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는 태영건설에 대한 상장유지 적격성 심사 결과를 통보하고 주권 매매거래정지를 해제했습니다. 주식 거래가 중단된 사이에 자본잠식에서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태영건설 주식은 곧바로 다음날부터 다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태영건설은 주식 거래가 정지된 사이 대규모 감자와 증자를 마쳤습니다. 기존 주주들의 보유 주식은 대주주가 100대 1, 기타 주주는 2대 1로 감자해 3890만주의 보통주가 1147만주로 급감했습니다. 이후 태영건설의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와 채권단의 출자전환으로 주식수는 2억8790만주로 급증합니다. 채권단이 출자전환한 주식엔 산업은행의 몫 790억원, 3420만주와, 티와이홀딩스가 태영건설에 빌려줬던 4000억원을 전액 출자전환한 1억7326만8230주가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은 것은 태영건설의 제68회 공모 회사채입니다. 이 채권이 끝까지 상장 채권시장에서 거래됐기 때문입니다.
태영건설68회 채권 보유자들 역시 지난 5월30일 체결된 기업개선계획에 따라 보유 채권의 50%를 출자전환했습니다. 강제로 채권의 절반을 자본금으로 돌려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만든 겁니다. 이에 따라 배정된 주식은 284만4125주로 이 주식은 지난 9월12일에 상장됐습니다.
태영건설 주식 거래가 재개돼 주가는 3000원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상장주식의 대부분은 채권자들이 출자전환한 주식이지만 이 주식은 1년간 보호예수로 묶였다. 사진은 태영건설 여의도사옥.(사진=뉴시스)
출자전환주식 전량 1년간 보호예수
태영건설이 자본잠식에선 탈피했으나 주가는 당분간 약세를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단 감자로 인해 주식 거래정지 전 2310원이었던 주가는 4700원으로 조정됐는데요.
채권단의 대규모 출자전환으로 주식 수가 급증한 만큼 매도 압력이 클 것이라고 오해하는 일부 투자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출자전환 주식은 약 1년간 보호예수로 묶여 시장에 나올 수 없는 상태입니다.
태영건설 채권단과 티와이홀딩스가 출자전환한 주식 2억7399만5695주, 즉 현재 상장되어 있는 주식의 대부분은 내년 7월21일까지 보호예수가 적용됩니다. 또한 2차로 출자전환한 주식 243만5581주도 내년 9월11일까지 팔 수 없습니다. 각 시점은 출자전환한 주식이 상장된 날로부터 1년입니다.
이중 2차 출자전환 주식이 바로 태영건설68 채권자들이 받은 물량입니다. 태영건설68 채권은 2021년 7월 발행 당시 1000억원을 공모했고 이중 약 130억원어치를 개인들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워크아웃 과정에서 채권액 1000억원 중 절반을 주식으로 바꿨고 나머지 절반의 채권은 만기를 2027년 5월30일로 3년 연장했습니다. 채권금리는 기존 연 2.59%를 연 3%로 조금 올리기로 했습니다.
다만 장내에서 매매하던 채권이었으나 이번에 상장폐지돼 장외 거래만 가능합니다. 신용등급도 CCC등급에서 C등급으로 강등됐습니다.
부채비율 높지만…정상 상환시 큰 수익 가능
절반의 채권은 채권 만기까지 태영건설에 재무 위기가 또 발생하지 않는다면 상환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보다 더 큰 관심사는 이들이 받은 주식과 주가입니다.
태영건설의 기존 주주들은 2대 1로 감자를 당해 보유 주식이 절반으로 감소한 상황에서 주식 거래 재개 후 주가가 3000원대 초반까지 하락했기 때문에 상당한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채권자들이 채권 대신 받은 주식은 이것과 다릅니다. 감자를 종료한 후에 출자전환이 이뤄졌기 때문에 이들의 계좌에 찍혀 있는 매입단가는 2310원 그대로입니다.
따라서 절반의 채권은 2027년에 상환받겠지만, 주식으로 전환된 물량은 그보다 빨리 자금 회수가 가능합니다. 지금 당장 팔 수 있다면 현재 주가와의 차액만큼 이익을 얻을 수 있어 좋을 텐데, 내년 9월11일까지는 움직일 수 없습니다. 즉 주식 거래 재개 후 주가를 떨어뜨린 매물은 전체 상장주식 중 출자전환 물량을 제외한 기존 주주들의 보유 물량에 의한 것입니다.
태영건설 주가는 7일 장중에 잠시 3000원이 무너졌으나 8일 상승으로 3000원 선은 지킨 것으로 보입니다. 출자전환 주식이 대량으로 나올 위험은 없기에 앞으로 태영건설의 기업회생 과정과 실적 상황에 따라 주가도 움직일 전망입니다.
다만 대규모 출자전환으로 자본잠식에서 벗어난 후에도 6월말 기준 부채비율이 1187%에 달해 투자자들의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태영건설은 반기말 현재 5조4709억원의 자산 중 5조459억원을 부채로 갖고 있습니다. 자본총계는 4305억원입니다.
이후 태영건설68 채권에서 출자전환한 주식이 상장해 3분기 보고서상 부채비율은 조금 낮아지겠지만 전체 주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10월에 매각한 루나골프장(1956억원) 역시 장부상 금액과 같아 큰 변화는 없을 전망입니다.
다만 높은 부채비율의 주요 원인이 워크아웃으로 인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추가 손실에 대한 충당부채인 만큼, 자산매각, PF사업장 정리 등이 포함된 기업개선계획이 정상적으로 이행될 경우 부채비율은 조금씩 낮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추가 유상증자로 단번에 부채를 줄이는 방법도 가능한데요. 태영건설 측은 이에 대해 “증자는 사업 진행 과정상 발생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태영건설 부채비율이 너무 높긴 한데, 채무상환을 몇 년 미뤄놓았기 때문에 그때까지 정상적으로 이익을 내서 조금씩 낮추는 것도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출자전환 주식을 받은 태영건설 채권자들은 내년에 보호예수가 풀려 주식을 팔 수 있을 때까지 현재 주가가 유지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태영건설68 채권보다 먼저 보호예수에서 풀리는 티와이홀딩스와 금융채권단의 매물 출회 가능성이란 큰 산을 넘어야 합니다. 태영건설68 채권을 저가에 매수한 투자자들이 채권 이자와 매매 차익 외에 주식으로도 이익을 내 성공한 투자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