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트럼트가 불붙인 화석연료…시추부터 운송까지 수혜주는

입력 : 2024-11-1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후 국내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초토화’입니다. 삼성전자가 맥없이 무너지면서 결국 12일에 코스피 2500선이 깨졌는데, 이것으로 끝일지, 2400선마저 무너뜨릴지 장담할 수 없게 됐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모두가 나쁜 경우는 없습니다. 주식시장만 해도 한국과 미국의 사정이 다르고, 업종별로도 온도 차가 뚜렷합니다.
 
트럼프의 재임을 환영하는 분야는 이미 들썩이고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정책 수혜라는 호재는 단기적으로 끝나는 종류의 재료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관련 기업들의 실적에 반영되기에 주가도 장기간 방향성을 이어갑니다. 
 
트럼프 정책을 떠받치는 한 기둥은 에너지입니다. 에너지 중에서도 화석연료의 부흥입니다. 트럼프는 줄곧 친환경은 사기라는 주장을 펼쳤고, 과거 대통령 재임 시절엔 미국 내 원유와 가스 생산을 대폭 늘려 수출에 힘썼습니다. 한국은 미국산 천연가스를 두 번째로 많이 수입한 나라였습니다.
 
IRA 축소·폐지시 미국 원유생산 증가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도 ‘Drill, baby drill’이란 슬로건을 내세워 미국 내 셰일오일·가스 시추 확대를 강조했습니다. 화석연료 생산을 2배 늘리겠다고도 했죠. 생산 단가가 비싼 친환경 연료를 버리고 화석연료 사용을 늘려 에너지 비용을 1년 내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당연히 원유가스 시추와 생산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고, 규제는 완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대표적입니다. 화석연료 생산을 막는 이 법을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이와 같은 기조에 따라 파리기후협약에서 다시 탈퇴하는 등 미국의 온실가스 관련 정책은 퇴보하겠지만, 투자자는 정책과 돈의 흐름에 주목할 수밖에 없습니다. 
 
IRA 법안이 시행된 이후 미국 셰일 기업들은 원유와 가스를 개발할 때 더 많은 로열티(12.50% →16.67%)를 내야 했습니다. 연방정부 소유 토지에서 생산할 때는 임대보증금도 대폭(15~20배) 인상됐습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IRA 도입으로 신규 유정당 평균 개발비용이 2022년 대비 17% 상승했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LNG 수출 허가를 금지했는데 트럼프는 임기 첫날 우선순위에 LNG프로젝트를 승인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미국이 생산을 늘린다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중동국가들 사이의 전쟁 중에도 상승이 더뎠던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 세계 경기가 그리 좋지는 않은 상황이다 보니 수요 부진에 따른 유가 약세를 부추길 수도 있습니다. 
 
셰일오일의 경우 중동산이나 노지 채굴 원유보다 생산가격이 높아 유가가 과도하게 하락하는 경우엔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베네수엘라 석유기업에 대한 제재나 이란을 견제하며 그들의 수출길을 막아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스트롱맨’ 트럼프이기에 이런 가능성은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심해 드릴십 선단을 보유한 퍼시픽드릴링의 시추선박. 2021년 노블이 인수했다. 이듬해 노블은 머스크드릴링과도 합병했다. (사진=노블 홈페이지)
 
 
업스트림, 미국 원유 메이저 포진
 
미국의 원유·가스 생산 및 수출 증대와 유가의 하락. 이 과정에서 화석연료 공급의 어느 단계에서 사업을 영위하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나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원유와 가스는 땅과 바다에서 시추, 채굴하는 업스트림(up-stream) 단계에서부터, 보관과 운송을 맡는 미드스트림(mid-stream),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과 나프타 등 화학제품 원재료를 만드는 다운스트림(down-stream)으로 구분합니다.
 
우선 우리나라 정유업체들이 속해 있는 다운스트림부터 살펴보면, 유가 하락은 이들에게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닙니다. 유가가 올라야 정제마진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가 하락 구간엔 손실이 발생합니다. 유가가 충분히 하락한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횡보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그 유가 수준에 맞는 정제마진이 나오겠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나프타 가격이 하락 안정되면 화학업체들은 원재료 비용이 줄겠지만, 수요가 감소한 상황에서는 이들도 웃을 수 없습니다.
 
업스트림에 속한 국내 기업은 사실상 없습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나 삼성E&S 정도가 해외에서 에너지 사업에 투자하고 있는데, 전체 사업의 일부이고 생산 지역도 달라서 트럼프 정책의 수혜를 누릴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수혜는 사업의 노출도가 큰 시추와 채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해외기업들입니다. 엑손모빌(종목기호 XOM), 셰브론(CVX), 코노코필립스(COP)처럼 채굴에서부터 원유 정제, 석유제품 판매까지 총괄하는 글로벌 메이저도 있고, 트랜스오션(RIG), 노블(NE), 발라리스(VAL)처럼 해양시추 및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이들의 주가는 테슬라나 국내 수혜주로 분류되는 기업들처럼 한 방향으로 뛰어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정책의 수혜를 기대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새 정부의 정책이 구체화되면 개별 기업들의 사정에 맞춰 움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수혜기업 대부분 수송 관련 
 
업스트림 기업들의 경우 각자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 형태와 지역, 유가 등 실적과 주가를 움직일 수 있는 변수들이 많습니다. 그보다는 차라리 원유와 가스를 운송하고 보관하는 미드스트림 쪽이 사업모델(BM)과 수혜 여부가 명확한 편입니다. 운송과 보관은 양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수송량, 보관량이 많을수록 이들의 매출이 증가합니다. 물론 유가에 따라 단가는 변하겠지만 생산이 증가하는 이상 이들이 손해를 볼 일은 없을 겁니다. 
 
미드스트림 영역엔 우리 기업들도 다수 포함됩니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원유와 천연가스는 배을 통해 운송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원유는 유조선, 천연가스는 액화해서 나를 LNG운반선입니다. 
 
여기엔 국내 조선 3사와 이들에 납품하는 기자재 기업들이 모두 포함됩니다. 운송 대상이 LNG라면 조선사들의 실적은 더욱 불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천연가스는 셰일, 즉 바위틈에서 채집하거나 바다에서 끌어올립니다. 해양시추일 경우 전용 시추선이 필요하고 이 시추선엔 액화장비도 따라 붙습니다. 물론 한 척당 가격이 매우 높습니다.
 
육상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액화(LNG)했다가 도착하면 다시 기화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 필요한 LNG터미널을 항구에 건설하려면 시간과 돈이 많이 듭니다. 그 수고와 비용을 덜어줄 수 있는 해상 장비가 있습니다. 기체 상태의 천연가스를 기화하는 것이 FLNG, 이 LNG를 수송 후 다시 바다 위에서 기화할 수 있게 해주는 장비가 FRSU입니다. 둘 다 선박의 한 종류입니다. 
 
또한 LNG는 수송 과정에서 낮은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 LNG를 보관하는 탱크의 높은 기술력이 요구됩니다. 프랑스 기업이 독식하고 있는 시장인데 그래도 한국카본, 동성화인텍 같은 국내 보냉재 생산기업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LNG선박과 해안시설엔 온갖 종류의 파이프들이 많이 쓰입니다. 정유 공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이 공장을 증설한다거나 관련 장비를 만들 때 필요한 것이 수많은 파이프만큼 필요한 피팅밸브입니다. 태광, 성광벤드, 태웅, 하이록코리아 등이 거론됩니다. 
 
트럼프의 당선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데요. 러시아가 전범국의 족쇄를 풀게 된다면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원유·가스 수송 파이프라인도 정상화될 겁니다. 오래 방치했으니 정비도 필요할 겁니다. 
 
수송관으로 공급하는 천연가스라서 PNG입니다. 이 강관을 세아제강, 동국제강, 하이스틸 등이 만듭니다. 물론 이들은 원유 가스 채굴 과정에 필요한 강관도 만들죠. 
 
트럼프의 세상이 오면 얻는 것이 있고 잃는 것이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걱정이 큽니다. 그래도 찾아보면 살 길은 있습니다. 지금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오래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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