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주식시장이 뒤숭숭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의 당선으로 환호하는 미국과 달리 국내 증시는 연중 신저가를 향해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내 주가지수와 주식종목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가입자들도 손실이 발생할까 전전긍긍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는 다릅니다. 은행권 예금금리가 3%대 초반까지 하락한 상황에서 연 4~5% 수익률을 보장합니다. ELS와는 다르게 원금 손실 가능성이 0에 가까운 데다 만기도 6개월, 1년으로 짧아 예금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이자 줄어든 예금·채권 못마땅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장중 2500선이 무너졌습니다. 지난 8월과 9월에도 장중 2500선 아래를 맛봤고 1월엔 2435포인트까지 하락했던 적이 있으니 처음인 것은 아니지만, 이번엔 한국 증시의 대표 종목 삼성전자의 뚜렷한 약세와 함께 진행되는 하락세여서 저점을 예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잠시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은행으로 눈을 돌려보아도 연 3% 초반의 금리를 내건 시중은행들의 정기예금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지방은행이나 신협 등 지역조합의 예금도 3% 중반을 넘어서는 경우가 흔치 않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저축은행으로 발을 넓혀도 3% 중후반대 금리가 한계입니다.
올 한 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다리는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던 채권 또한 선택지가 마땅하지 않습니다.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의 수익률은 은행 예금과 다를 게 없고, 기대수익률을 높이자니 마음 놓고 투자할 만한 이름은 눈에 띄지 않아서입니다. 금융회사 등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5년차 콜옵션(조기상환)을 감안해도 만기가 긴 것이 흠입니다.
예금과 채권 등으로 ‘2% 부족한’ 투자자들이라면 ELB 상품이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12일 코스피는 맥없이 2500선을 내주었다. 하지만 ELB 중엔 주가지수나 개별종목 등 기초자산의 하락과는 무관하게 일정한 수익을 확정지을 수 있는 투자상품이다.사진은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폭락해도 4% 줍니다
증시 하락으로 주식 투자자는 물론 코스피200이나 개별 주식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설정된 ELS 가입자들 중에 원금 손실 발생 위험에 노출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겠지만 ELB는 그렇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원금보장을 기본값으로 해서 만들어진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원금을 보장하는데도 연 4~5% 수준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이 판매 중인 트루(ELB)2198 상품은 삼성전자 주가가 최초 설정 기준가보다 500% 이상 오르면 연 4.0010% 수익을 주고, 500% 미만이면 4.0000% 수익이 확정되는 조건의 ELB입니다. 두 경우의 수 사이 수익률 차이가 0.001%포인트에 불과해 의미가 없고 삼성전자 주가가 4배나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어 사실상 연 4.0%가 확정적인 상품입니다. 또한 삼성전자 주가가 얼마나 하락하든 하락률과는 전혀 상관없이 연 4.0%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얼마까지 하락하든 문제가 될 것도 없습니다.
트루(ELB)2198은 만기가 1년인 상품입니다. 대다수 ELS 상품의 만기가 3년이라서 조기상환되지 않는 한 만기까지 3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이 ELB는 1년 내 투자가 마무리돼 1년만기 예금처럼 활용하기에도 좋습니다.
1년이 길다고 여겨진다면 이와 똑같은 조건으로 설계된 6개월 만기 트루(ELB)2197을 선택하면 됩니다. 연환산 4.00%를 적용하기 때문에 6개월 만기 절대수익률은 2.0054%로 낮아집니다.
지난주에 판매를 마감한 키움증권의 제781회ELB의 경우엔 똑같이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한 1년 만기 상품이지만 연 5.00%를 주는 상품이었습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2배로 오르면 5.01%, 그러지 못하면 5.00%니까 연 5.00%로 취급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한국투자증권 ELB에 비해 수익률이 1%포인트나 높았던 것은 이 상품이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특판상품이었기 때문입니다. 가입한도도 2000만원으로 제한됐습니다.
사회초년생이 아니라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로 가입할 수 있는 제780회ELB도 함께 판매됐는데요.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연 5% 상품이라면 인기가 상당할 법한데, 이런 상품이 있는지를 몰랐는지 사회초년생 또는 ISA계좌 전용으로 제한해서였는지 청약경쟁률은 0.2~0.3대 1 수준에 그쳤습니다. 반면 연 5.0%를 내걸고 지난달에 모집했던 중개형ISA 특판상품 KB able ELB 제173호는 1.9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온도 차이를 보였습니다.
원금을 보장하는 ELB는 전문투자자가 아니라도 별도의 청약숙려기간이 없어 마감 전에만 신청하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증권사들은 원금을 보장하면서 일정 수익을 주는 이런 유형의 예금 대용 ELB 상품을 ‘디지털콜’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코스피 지금의 반토막돼야…실패하기도 어렵다
주가 하락으로 손실 위험이 커진 탓에 ELS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은 나빠졌지만 오히려 주가가 하락한 지금이 ELS에 대한 관심을 키울 때입니다. 손실 위험 우려는 현재 ELS를 보유한 이들의 몫이고, 신규 가입자는 기준가가 하락한 덕분에 투자에 실패할 위험도 매우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미래에셋증권(ELS)35670는 기초자산이 코스피200 지수 하나인 스텝다운(step-down)형 ELS입니다. 손실 발행 기준선인 녹인(knock-in)은 기준가의 55%, 조기상환조건은 6개월마다 평가해 기준가의 90-90-90-90-85-85% 이상이면 됩니다. 이 상품의 목표수익률은 연 6.00%입니다.
NH투자증권(ELS)23524 역시 조기상환조건만 95-90-90-85-80-75%로 다를 뿐 나머지 조건과 목표수익률은 같은 상품입니다.
기초자산이 주가지수 하나일 경우 투자위험은 그만큼 작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미 많이 하락한 코스피200지수가 앞으로 3년 동안 기준가의 55%, 즉 지금보다 45%나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주가지수라도 미국의 S&P500이라면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ELB)3445는 원금보장을 내걸고 있지만, S&P500지수가 가입기간 중 한 번이라도 최초 기준가격의 95% 이하로 하락한 적이 있으면 만기에 연 7.5%, 하락한 적이 없으면 원금을 지급하는 상품입니다. 1년만기 상품으로 내년 2월-5월-8월-11월에 중간평가도 합니다. 미국 증시의 경우 이미 많이 올라서 한 번쯤 5% 정도 떨어질 수도 있으나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실패할 경우 원금보장은 곧 1년 동안의 기회비용을 날렸다는 말과 같아 괜찮다고 자위할 수는 없습니다. ELS와 ELB 모두 목표수익률이 조금 낮더라도 성공 확률이 높은 쪽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