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경기도 안양시에 ‘아크로’ 아파트가 등장합니다. 평촌아크로베스티뉴가 18일부터 분양에 돌입합니다. ‘평촌 국평 분양가 15억’이 주는 인상이 너무 강해 안양은 물론 과천과 의왕, 군포, 광명의 주민들까지 이곳의 분양 성공 여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역주민들은 “너무 비싸다”라고 입을 모으는데, 마음 한켠엔 ‘여기가 성공하면 우리도’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평촌 밖에서 15억 “너무 비싸”
평촌아크로베스티뉴는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 915번지 일대 호계온천지구를 재개발한 아파트입니다. 평촌이란 이름을 달았지만 실제론 평촌신도시의 경계선 밖입니다. 그동안 호계동에서 ‘평촌’ 이름을 단 경계선 밖의 아파트 단지가 몇 곳 분양했는데 대부분 평촌신도시와 경수대로를 사이에 둔 건너편이었습니다.
평촌아크로베스티뉴의 입지도 그렇지만, 그래도 이곳은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평촌의 중심가인 범계역이 나오는 범계사거리입니다. 지하철 4호선 역 출입구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니까 역세권 아파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아파트가 뜨거운 시선을 받게 된 것은 분양가 때문입니다. 전용 84㎡ 이른바 국평의 최고 분양가가 15억7440만원입니다. 옵션 몇 개 붙이면 16억원이 넘을 겁니다.
평촌 또는 근처의 신축 아파트 시세가 15억원이라고 한다면 조금 높다고 생각하겠지만 엄연히 이건 분양가입니다. 너무 비싸다는 평가가 대부분입니다. 평촌신도시 안에서도 전용 84㎡형이 15억원인 곳은 없고 평촌 대장 중 하나인 8년차 평촌더샵센트럴시티는 전용 96㎡형도 15억원이 되지 않습니다. 신도시 경계선 밖에서 먼저 분양했던 선배들의 입주권 시세는, 평촌트리지아가 약 11억5000만원, 어바인퍼스트와 센텀퍼스트는 9억5000만원 안팎입니다. 입주권이라고 해도 차이가 상당합니다.
그래서 평촌아크로베스티뉴 분양가에 대해서는 “이름과 가격만 프리미엄”이란 평가가 따릅니다. 일부에선 처음에는 e편한세상으로 짓다가 아크로 브랜드로 바꾼 사실을 지적하며 겉만 아크로라고 깎아내리고 있습니다.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 범계사거리에 위치한 평촌아크로베스티뉴. 경기도에서 처음 선보이는 '아크로' 브랜드의 아파트다.(사진=김창경 기자)
경수대로가 사이에 두고 왼쪽이 평촌신도시, 오른쪽은 호계동이다. 평촌아크로베스티뉴 공사장 건너편에 평촌 롯데백화점이 보인다.(사진=김창경 기자)
롯데백화점 앞 범계역 출입구에서 바라본 평촌아크로베스티뉴.(사진=김창경 기자)
59㎡ 분양가 10억대…평촌 대장과 비슷
주변의 부정적인 평가에도 평촌아크로베스티뉴 조합원들은 느긋해 보입니다. 분양 성적은 알 수 없지만 경쟁률이 낮아도 결국 완판될 거라 예상하는 분위기인데요. 그럴 만한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일단 경기도 최초의 아크로 아파트입니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얻기 위해 공사비도 증액했고 각종 시설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25미터 4레인 수영장과 스카이라운지, 전용 영화관을 갖췄고, 외관만 봐도 특유의 아크로임을 뽐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후분양 아파트라는 특성을 감안해야 합니다. 평촌아크로베스티뉴는 내년 3월에 입주 예정인 후분양 단지입니다. 건물은 다 올라간 상태이고 외벽 작업도 끝나갑니다. 건축에 필요한 비용이 이미 상당액 투입된 후여서 선분양보다는 분양가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세 번째는 입지인데요. 평촌 경계선 밖 다른 단지들과 비교했을 때 평촌의 핵심 상권인 범계역에서 가깝습니다. 범계역과 롯데백화점, 뉴코아 등을 이용할 수 있고 안양시청, 동안구청도 그리 멀진 않습니다.
물론 평촌의 집값은 평촌 학원가와의 거리가 결정한다는 특성에 따라 평촌아크로베스티뉴보다 평촌트리지아를 더 선호하는 이들도 많지만 범계역 상권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국평 15억’이 주는 충격이 크긴 해도 그건 각 동별 최고층에 배치된 소수의 분양 물건 가격이고 저층부 분양가는 14억4000만원 수준입니다. 최고가가 주는 착시효과가 있는 겁니다.
자신을 조합원이라고 소개한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사실 전용 84는 물건이 몇 개 안 돼서 구축 아파트에서 오래 산 평촌 주민 일부의 수요로 될 수 있을 거라 본다”며 “실제 사업의 성과는 319세대를 공급하는 59㎡형에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전용 59형의 분양가는 최저 9억9520만원에서 최고 10억8900만원으로 84형과 차이가 큰 편입니다. 앞서 비교했던 평촌더샵센트럴시티의 전용 59㎡형 시세도 10억원대이므로 이 평형은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안양 시민대로에서 바라본 공사현장. 아파트 앞 왼쪽 건물이 단지 상가다. 오른쪽 상가건물들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토지주가 새마을금고 이사장 한 명이어서 이곳도 어떤 식으로든 개발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사진=김창경 기자)
정문에서 바라본 평촌아크로베스티뉴. 오른쪽 뒤로 보이는 아파트는 평촌신도시의 리모델링 대표 목련1단지다. 리모델링 사업 막바지 단계로 이주를 앞두고 있는 이곳의 47평 아파트보다 평촌아크로베스티뉴의 국평 분양가가 더 높다.(사진=김창경 기자)
입주권 시세 13억5천만원부터
입주가 멀지 않은 후분양 단지라서 분양 대신 입주권 매입을 선택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현재 중개업소에 나와 있는 입주권 매물 시세는 전용 84㎡형이 13억5000만원부터 시작합니다. 조합원 물건이라서 동호수는 좋은 편인데도 분양가와 제법 차이가 있습니다. 목돈을 들여 매입한 뒤 입주까지 오래 기다려야 하는 선분양 아파트의 경우 입주권 시세가 싸게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한데 평촌아크로베스티뉴의 경우 불과 5개월 정도 차이여서 13억5000만원이란 시세는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또한 조합원 소유의 집은 각종 옵션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84㎡형 매물만 해도 대형 TV, 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 시스템에어컨 등 가전제품 일체에 마루, 주방 상판, 중문, 욕조까지 업그레이드 됩니다.
다만 입주가 멀지 않다 보니 소유주가 중간 비용 대부분을 치른 상황이어서 초기 계약금이 많다는 점은 부담입니다. 목돈을 가진 이들만 접근할 수 있는 매물입니다.
추가 분담금은 없거나 적은 금액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몇 차례에 걸쳐 공사비를 750억원 정도 증액했고, 만약 추가 공사비가 발생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을 만큼 예산에 여유가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를 위해선 분양이 성공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습니다.
조합원들의 바람대로 평촌아크로베스티뉴가 완판에 성공한다면 일대 시세는 재조정될 전망입니다. 멀리 과천 지식정보타운의 시세도 움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과천푸르지오벨라르테의 경우 국평 매물이 15억대 중반부터 나와 있습니다. 가장 최근 거래인 9월의 실거래가 기록은 15억원, 15억1000만원이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