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인도 증시가 우울합니다.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절반가량이 시장 예상을 밑도는 성적표를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그 여파로 인도 주가도 조정기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외 증시 투자정보채널 원리포트 리서치는 12일 니프티50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대부분 부진했다고 밝혔습니다.
블룸버그가 지난 4일 집계한 니프티50개 기업 가운데 실적을 발표한 34곳 중 18곳의 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5곳은 전망을 웃돌았습니다. 이를 반영해 19개 회사에 대한 투자 의견을 상향하고 14개 회사에 대해선 하향 조정했습니다.
현지 증권사 모티랄오스왈 파이낸셜서비스(Motilal Oswal Financial Services)가 추적한 결과도 비슷합니다. 지난 10월까지 분기 실적을 발표한 34개 기업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예상치를 하회한 기업은 9곳, 초과한 기업은 10곳이었습니다. 15곳은 예상치에 부합하는 결과를 기록했습니다.
기업들의 성적이 전망에 미치지 못하자 증권가는 인도 기업들의 이익 수정치를 대폭 낮추기 시작했습니다. CNBC-TV18 분석에 따르면 인도국립증권거래소(NSE) 상장기업 200개 중 실적을 발표한 143개 기업의 절반인 86개 기업의 2024회계연도 주당순이익(EPS) 추정치가 하향 조정됐습니다.
외국계 증권사 제프리 인디아(Jefferies India)는 지난 10일 최근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3분의 2가 올해 이익 추정치를 하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2020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조정입니다.
인도 증시가 연일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압박을 받는 가운데 기업 수익 성장에 대한 우려가 실적 부진이 단기적인 악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제프리는 판단했습니다. 지난달 글로벌 펀드는 110억달러에 달하는 주식을 매도해 10월 말 기준 NSE 상장기업의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15.98%)은 1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습니다. 그 결과 니프티50은 지난달 6.2% 하락해 2020년 3월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인도 내수경제는 침체에 빠진 모습입니다. 제프리는 자동차, 일상소비재(FMCG) 등에서 도시 소비자의 구매력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제 성장 우려감에 골드만삭스도 지난달 인도에 대한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 상회에서 중립으로 낮췄습니다.
인도를 둘러싼 주변국 환경도 녹록지 않습니다. 트럼프의 승리가 아시아 시장 전반에 압박을 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중국에 대한 전망도 불확실해지는 분위기입니다. 중국은 지난 8일 경기 부양을 위해 지방정부의 부채한도를 높이는 몇 가지 조치를 취했지만 별다른 부양책을 내놓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인도에 대한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의견이 대세입니다. 제프리는 장기적으로 인도 증시에 대해 '강세' 의견을 유지하며 2030년까지 10조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우려감이 여전하지만 성장 가시성이 담보된다는 것입니다.
소시에테제네랄SA의 아시아 주식 전략가인 자라트 아가왈은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은 금융, 필수소비재, 선택적 소비재, 기술서비스와 같은 전통적인 섹터에 주로 투자했으나 앞으로 성장은 인프라, 실물자산, 병원, 호텔, 공항, 항만, 제조업 등 새로운 섹터들이 주도할 것"이라며 "이 부문은 아직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6월 인도 총선 당시 현지 모습.(뉴시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