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K-콘텐츠'로 불리는 한류 바람과 함께 우리 음식의 세계화에도 속도가 붙는 모양새입니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평야와 산악 지대 위주로 이뤄진 데다 동, 서, 남면은 바다에 접해 있고 지역별 기온 구분도 뚜렷해 농산물, 육류, 수산물 등 식재료의 종류가 다양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를 토대로 한식 문화는 지역적 특색과 함께 다양한 조리법을 통해 오랜 시간 우리 역사와 함께 발전해 왔는데요.
한식은 다른 나라의 음식들과 비교해도 영양 측면에서 조화와 균형을 갖춘 건강한 음식임에도 불구, 그간 우리나라의 문화·경제·사회적 글로벌 영향력이 낮다 보니 아시아의 변방 요리 정도로 치부되는 경향이 짙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한류의 여파와 함께 한식이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후 K-콘텐츠의 세계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해지면서 한식을 선호하는 외국 수요층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무엇보다 이 같은 한식의 성장 추이가 인기 TV 드라마였던 '대장금'부터 최근 넷플릭스의 화제작이었던 '흑백요리사'까지 유명 프로그램과 궤를 함께 하며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외국인 13.2% "한국하면 한식 떠오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최근 해외 주요국의 한류 콘텐츠 이용 현황 및 인식을 알아보는 '2024년 해외 한류 실태조사(2023년 기준)'를 실시했습니다. 이번 조사의 경우 기존 800~1200명으로 구성됐던 조사 대상이 700~1600명으로 더욱 세분화된 것이 특징인데요. 이에 따르면 한류 경험자 10명 중 7명(68.8%)은 경험한 한국 문화 콘텐츠가 전반적으로 마음에 드는 것으로 답했습니다.
또 한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로 17.2%가 K-팝이라 답했고, 이어 한식을 꼽은 응답자도 13.2%에 달했는데요. 이어 △드라마 7% △정보기술(IT) 제품·브랜드 6.3% △미용 제품 5.2% 순이었습니다. 특히 40대와 50대의 경우 한식에 대한 응답률이 각각 13.6%, 17.4%로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작=뉴스토마토)
아울러 한류 경험자의 절반 수준인 50.7%는 '향후 한국산 제품·서비스를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는데요. 제품·서비스별로는 식품이 64.7%로 가장 높았습니다. 또 △한국 방문 61.8% △음식점에서 식사 61.4% △화장품 54% △의류 구매 52.8% 등으로 나타났는데요. 1·3위 답변이 한식 관련일 정도로 이에 대해 응답자가 높은 소비 의향을 보인 셈입니다.
미디어 프로그램과 함께 성장세 보인 한식 산업
업계는 지난 2000년대 초반 인기 방영 TV 드라마였던 대장금을 통해 우리나라 음식이 다양한 각국 채널을 통해 소개된 것을 한식세계화의 시초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다양한 식품 채널들의 해외 진출 시도가 이어졌고 유명 요리사들이 개인 차원에서 한식을 알리려는 노력은 있었지만, 한류라는 힘을 얻는 대장금의 영향력에는 못 미쳤던 것이 사실인데요.
드라마 대장금에서는 조선시대 왕과 왕족을 위해 마련된 전통 궁중 요리가 주인공의 창의적이면서도 혁신적인 시각이 더해져 다뤄집니다. 특히 신선한 채소, 고기 등의 식재료가 철저하고도 안전한 예법과 함께 조리되는 과정이 담겨 있고, 이를 통해 우리 음식의 근간을 이루는 수많은 종류의 한식들이 유려한 영상미와 함께 등장하는데요.
당시 대장금에서는 외국인들에게 친숙한 김치, 불고기, 비빔밥은 물론 죽, 국, 탕, 찌개, 적, 회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다양한 한식들이 다뤄졌습니다. 이 같은 한식은 대장금의 인기와 함께 해외 각국에 알려졌고, 한식당을 찾는 외국인들도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했습니다.
치킨과 맥주 조합인 '치맥'이 드라마와 함께 중국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은 사례도 있습니다. 2010년대 초반 방영됐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는 주인공이 치맥을 먹는 장면이 여러 차례 방영된 바 있는데요.
이 드라마로 인해 당시 한류 바람이 거셌던 중국에서는 우리나라 치킨 프랜차이즈의 인기가 급상승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치맥 문화가 뿌리내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요. 비록 치맥이 전통적인 한식은 아니지만 K-콘텐츠 전파와 함께 해외에서 새로운 외식 트렌드로 자리 잡는데 드라마가 톡톡한 한몫을 했습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한식요리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글로벌 플랫폼을 타고 전 세계적으로 한식을 알린 대표 사례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흑수저'와 '백수저'라는 두 그룹으로 나뉜 요리사들이 서바이벌 형식으로 한식, 중식, 일식 등 다양한 요리 실력을 뽐내는 모습이 화제가 됐는데요. 방송에서 다양한 요리의 향연이 펼쳐지면서 세계 각국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했고, 이로 인해 한식의 위상도 한층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처럼 흑백요리사로 인해 해외에서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농림축산식품부도 이 같은 한식 세계화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지원 강화에 착수한다는 방침인데요. 이달 4일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한식 산업 관계자들과 함께 한 간담회를 통해 "우리 한식이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한식 가치 홍보, 외식 업계 해외 진출 지원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한식 산업이 완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미디어까지 가세할 경우 그 시장 파이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정부 및 기업 차원의 한식 관련 프로그램, 이벤트 등 조직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7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기자간담회에서 관계자들이 포즈를 취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