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차철우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또 한 번 '운명의 날'을 맞았습니다. 이 대표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이른바 '사법리스크' 사건의 첫 결론이 나오기 때문인데요. 정치권에서도 이 대표의 선고가 미칠 파장에 촉각을 기울이며 셈법 계산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는 15일 오후 2시30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선고 공판을 진행합니다. 이 대표가 2022년 9월 불구속기소된 지 2년2개월 만입니다.
이날 판결은 현재 진행 중인 이 대표 관련 4개의 재판(△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대장동·성남FC △쌍방울 대북송금) 중 처음 나오는 선고이기도 한데요.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이자 제1야당 대표 신분으로 받는 첫 법원의 판단이기에 정치권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최민희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①'벌금 100만원 이상' 유죄 선고
최대 관전 포인트는 당선무효형(피선거권 박탈 기준)에 해당하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유죄 선고 여부입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을 대법원에서 확정받으면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됩니다. 공직 취임과 임용도 불가능합니다. 민주당의 유일무이한 차기 대권주자인 이 대표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셈입니다.
아울러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 보전받은 선거자금 434억원도 반환해야 합니다. 현행법상 당선자나 후보자가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피선거권을 잃게 되면 앞서 보전받은 선거보전금을 전국 국가에 반납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유죄가 나오더라도 피선거권 박탈 여부가 정해지는 100만원을 넘느냐 안넘느냐가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는데요. 그는 "100만원 정도의 벌금이 나온다면 2심에서 (벌금이) 깎인다. 300만원 정도 받으면 2심에서 깎이더라도 어려울 수 있다"며 100만원 이상의 벌금 중에서도 그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음을 조언했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국민의힘은 '이재명 방탄'에 초점을 맞춰 민주당에 대한 공세를 높이고 있는데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에 대한 선거법 재판 선고를 앞두고 민주당에서는 해괴망측한 이야기를 하더라. 일종의 자해 마케팅으로 판사를 겁박하고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며 "당선무효형 나와도 (민주당) 공중분해가 안 된다. 그런 자해 마케팅은 안 통한다"고 꼬집었습니다.
또한 당선무효에 준하는 판결은 민주당 내에 이재명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채진원 경희대 교수는 "피선거권 박탈형이 나오면 대권주자로서 흠집이 많이 생기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의 승승장구를 막고 결과적으로는 리더십이 훼손되는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그는 "그렇게 되면 '이재명의 민주당'이 해체되는데, 비명(비이재명)계를 비롯한 당 내 다른 대권주자들이 '빌드업'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②'벌금 100만원 미만' 유죄 선고
100만원 미만의 유죄 판결은 '유죄인 듯 유죄 아닌 유죄'로 비칩니다. 이 대표의 정치적 생명에는 타격이 전혀 없을 것이란 게 중론이기 때문입니다.
신 교수는 "유죄가 나오더라도 피선거권 박탈 기준에 못 미치는 금액은 전혀 영향이 없다"고 잘라 말했는데요.
다만 여야의 대치 국면은 더 고착화 될 가능성이 큽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자기 정당성 확보를 위해 반밖에 승복을 안 할 것이란 이유에서인데요. 국민의힘에서는 '유죄=범죄자' 프레임을 계속 견지할 것이고, 민주당은 '정치적 면죄부'를 받았다 판단할 공산이 큽니다.
채 교수는 "(벌금 100만원 이하는) 어느 쪽도 승리했다고 얘기할 수 없기 때문에 팽팽한 긴장감이 더 폭발할 것"이라며 "정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③무죄 선고
무죄가 나온다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희비는 극명히 엇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의 입장에서는 사법리스크가 희석될 수 있는 기회인데요. 최근 기자와 만난 민주당 고위관계자가 "무죄는 기대보다 희망에 가깝다"고 말한 것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이 경우 민주당은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두고 이 대표를 정치적으로 탄압하기 위한 표적수사·기소였다는 주장을 중심으로 대여 공세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습니다. 검찰과 함께 책임론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은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지지율이 바닥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운신의 폭은 더 줄어들 전망입니다. 난국 돌파를 위해 '김건희 특검법'을 전격적으로 수용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진단이 뒤따릅니다.
다만, 이 대표에게 재판이 더 남아있다는 점은 여전한 부담입니다. 이날 이 대표가 만족할 만한 선고 결과를 얻더라도 일주일 후인 25일 또 한차례 고비에 부딪히게 됩니다.
김진양·차철우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