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김영선 구속…다시 보는 결정적 장면

본지, 공천개입 의혹 최초 보도…'윤석열 육성' 공개에 변명 무색

입력 : 2024-11-15 오후 6:05:01
[뉴스토마토 김진양·차철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국회의원·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 인물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새벽 구속됐습니다.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우려에서입니다. 명 씨와 김 전 의원이 받는 혐의는 정치자금법 위반이지만, 두 사람이 모두 구속된 만큼 검찰은 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대통령의 공천개입 의혹 등에 대한 수사도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명태균 게이트'를 최초 보도한 본지가 지난 두 달여간 전개돼 온 명태균 게이트의 결정적 장면들을 짚어봤습니다. 
 
①본지 첫 보도 
 
본지는 지난 9월5일 '김건희 여사, 4·10 총선 공천 개입'이란 기사로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처음 알렸습니다. 김 여사가 5선 국회의원이었던 김 전 의원에게 22대 총선에서 지역구를 경남 김해갑으로 옮길 것을 요청했고, 김 전 의원도 이에 따랐으나, 최종적으로 공천은 불발됐다는 내용입니다. 김 전 의원은 해당 내용이 담긴 텔레그램 메시지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에게 보여주며 폭로를 준비했던 것으로도 확인됐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9월5일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최초 보도했다. (사진=뉴스토미토 지면보도 캡처)
 
이에 대통령실은 실제 공천이 되지 않았으니 문제가 없다는 논리로 방어를 했는데요. 이후 본지는 2022년 6·1 보궐선거·지방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의 창원의창 지역구 공천, 박완수 경남지사·김진태 강원지사 공천 등에 김 여사가 개입한 의혹을 추가로 밝혔습니다. 
 
명 씨는 이 과정에서 등장합니다. 김 여사의 공천 개입에 명 씨가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것인데요. 명 씨는 여야를 막론하고 경남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정치인들과 두루 친분을 쌓고 있는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②여론조사 조작 파문 
 
명 씨는 정치인들에게 '여론조사'를 내세워 접근했습니다. 그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가 주요 역할을 했습니다.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이준석 의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부부와의 관계에서도 여론조사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지난 2022년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을 위해 총 81회에 이르는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에 소요된 비용 3억7000만원은 김 전 의원의 공천으로 대신했습니다. 
 
아울러 명 씨는 여론조사의 결과도 조작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국민의힘 유력 대권 주자였던 홍준표 대구시장보다 지지율이 2%포인트 앞서게 결과를 만들어달라는 등의 명 씨 육성이 공개되면서 큰 파장이 일었습니다. 
 
특히 명 씨는 56만8000여명의 국민의힘 책임 당원 명부를 입수해 이들을 대상으로 세 차례 미공표 여론조사를 실시, 당원들의 지지성향을 파악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국민의힘 당원 지지성향 분석' 문건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본경선을 앞두고 당시 당대표였던 이준석 의원에게 전달된 것으로도 파악됐습니다. 
 
③명태균 국정농단 의혹 
 
명 씨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앞세워 민간인 신분으로는 해서는 안 될 다수의 국정에 손을 댔습니다. 지금까지 명 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터져나온 대표적인 사안은 크게 △창원 산단부지 선정 개입 △대우조선해양 시찰 △인사 개입 시도 등 세 가지입니다. 
 
앞서 그는 "창원 산단부지 선정 과정은 단순히 '제안'했을 뿐"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요. 명 씨는 창원 산단 발표 약 5개월 전인 지난 2022년 10월 창원시 공무원에게 직접 대외비 문서를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같은 해에는 국토교통부 실사단에게 민간인 신분인 명 씨가 안내했다는 의혹도 나왔습니다. 공공기관장의 인사에 개입하려했고, 윤 대통령의 지역 방문 일정까지 미리 알았다는 정황이 공개됐습니다. 
 
지난 2022년 7월16일 대우조선 파업 현장을 명 씨가 다녀간 뒤 윤 대통령에게 사태를 보고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명 씨의 보고 이후 이틀 만에 윤 대통령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지시했고, 극적으로 노사 타협이 이뤄졌습니다. 
 
이 외에 민주당이 지난 13일 공개한 녹취록 등에 따르면, 명 씨는 경남테크노파크 원장 자리에 자유한국당 예비 후보였던 인물을 추천했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도 명 씨는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④윤 대통령 육성 첫 공개
 
민주당은 지난달 31일 명 씨와 윤석열 대통령 간의 대화 육성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목소리가 공개된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는데요. 2022년 5월9일 이뤄진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공관위에서 나한테 하나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 그거는 김영선이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합니다. 명 씨는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짧고 굵게 답을 하죠. 
 
같은 날 공개된 또 다른 녹취에서는 명 씨가 지인에게 윤 대통령 바로 옆에 김건희 여사가 있었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합니다. 명 씨는 해당 녹취에서 "지 마누라가 옆에서 '오빠 명 선생 처리 안 했어, 명 선생 이렇게 아침에 놀라서 전화 오게끔 만든 게 오빠 대통령으로 자격 있는 거야'(라고 하니까) 나는 했다고 마누라한테 얘기하는 거야"라며 "끊자마자 바로 (김 여사한테) 전화가 왔어. '선생님 윤상현(당시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전화했습니다. 내일 취임식 오십시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서도 수많은 축하 전화 중에 한 통을 받았던 것이라고 옹색한 해명을 내놨습니다. 윤 대통령도 지난 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 사람에 대해 매정하게 하는 것이 본인(명 씨)도 좀 섭섭하겠다 싶어서 전화를 받아줬다고 제가 분명히 참모진에 얘기했다"고 같은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이에 앞서서는 명 씨가 김 여사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해당 메시지에서 김 여사는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주세요.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 제가 명 선생님께 완전히 의지하는 상황. 오빠가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지가 뭘 안다고"라고 언급합니다. 김 여사가 지칭한 '오빠'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란 해석이 중론이었지만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친오빠라고 해명했습니다. 
 
이날에는 명 씨가 김 전 의원의 공천과 관련해 김 여사와 나눴던 텔레그램 메시지 촬영본이 이날 공개됐는데요. 명 씨는 "이 부분이 정리가 안 되면 김해갑에 출마하면 조롱거리밖에 안 된다. 경남은 서울과 달리 학연·지연·혈연 강하다. 여사님 이 부분 해결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김 여사는 "단수(전략공천)를 주면 나 역시 좋음"이라며 "기본 전략은 경선이 돼야 하고, 지금은 김영선 의원이 약체 후보들부터 만나서 포섭해 나가는 게 답"이라고 말합니다. 
 
김진양·차철우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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