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대는' 트럼프 2기 내각…부실·파벌 '후폭풍'

행정부 첫 '곳간지기'…트럼프, 재무 장관 놓고 막판 고심
에너지부는 기후위기 부정 인물…보건 장관은 백신 회의론자

입력 : 2024-11-18 오후 5:00:00
[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트럼프 2기 내각'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파격 인선이 '부실 검증' 논란에 휩싸이면서 신행정부가 첫발부터 삐걱대고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충성파' 인물에 의존하다 보니 파격 발탁에 따른 졸속 검증이라는 지적이 연일 불거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2기 행정부 첫 재무 장관 지명을 둘러싼 파벌 싸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기 행정부 경제 정책을 총괄할 재무부 장관 인선이 지체되고 있는 건데요. 그간 헤지펀드 키 스퀘어 그룹 최고경영자(CEO)인 스콧 베센트가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최근엔 트럼프 당선인 측근들이 재무 장관 자리를 놓고 뜨거운 물밑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16일(현지시간)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UFC 309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테슬라 및 스페이스X의 CEO 엘론 머스크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경제 곳간' 사령탑 두고 파벌싸움 극대화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차기 행정부 구성에 갈수록 개입하면서 일부 트럼프 참모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머스크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 정책과 핵심 내각 자리를 두고 자기 입장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그는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서 그간 재무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돼 온 베센트에 대해 "평소와 다름없는 선택"이라며 "뻔한 선택은 미국을 파산하게 만든다"라고 평가절하 했습니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 정권 인수팀의 공동 위원장을 맡고 있는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러트닉 최고경영자를 "실제로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인물"이라며 재무 장관으로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베센트를 평가절하하는 동시에, '러트닉을 지명하라'는 노골적 메시지였습니다. 즉 사실상 다른 인물을 재무 장관에 지명하라고 트럼프를 압박하는 행보로 해석된 건데요. 기존 참모들은 "머스크가 '공동 대통령' 행세를 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선 캠프 당직자들과 접촉하는 한 인사는 "사람들의 기분이 좋지 않다"며 머스크의 발언은 그가 "'공동 대통령'으로 행동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며 그가 자신의 새로운 역할에서 선을 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베센트는 경제계에서 안정적인 인물로 통합니다. 반면 루트닉은 트럼프 당선인 측근 중 강경파 중심으로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머스크에 이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역시 이날 X에 올린 글에서 "비트코인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는 러트닉"이라며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자가 아직 재무 장관 후보를 낙점하지 않은 가운데 '대리전'이 펼쳐지자 제3의 후보가 지명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지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와 전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제이 클레이턴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당선인도 재무장관 자리를 둘러싼 내분에 좌절한 것처럼 보인다"며 "베센트와 루트닉의 측근들이 트럼프에 압력을 가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또 다른 후보가 등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에너지부 장관에 '화석연료 전도사' 지명…인물마다 '논란'
 
친 시장주의자를 중심으로 한 후속 인선도 빨라지고 있는데요. 지난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은 에너지부 장관에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 에너지 설립자 겸 CEO를 지명했습니다. 라이트 CEO는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석유재벌'입니다. "석유와 가스가 사람들을 빈곤에서 구해준다"고 말해온, 이른바 '화석연료 전도사'인데요. 본인의 회사가 화석연료 추출을 위해 고압 혼합물로 암석을 파쇄하는 '프래킹 공법' 전문 업체입니다. '프래킹' 환경오염 논란이 일자, 안정성을 증명하겠다며 혼합물을 직접 마시기도 했던 인물입니다.
 
보건장관 내정자 케네디 주니어가 신봉하는 각종 음모론도 논란거리입니다. 케네디 주니어는 백신의 수은 성분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며 20년 가까이 백신 반대 운동을 펼쳐온 인물인데요. 백신 접종을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와 같다고 보는 그는, 2022년 코로나19 백신 접종 거부자를 안네 프랑크에게 비유했다가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습니다. 백신 회의론 자인 케네디 주니어 보건장관 내정자의 잘못된 신념 때문에 미국인들의 백신에 대한 반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국방·법무장관 지명자는 '성비위 공방'
 
국방 장관으로 지명된 피터 헤그세스 폭스뉴스 진행자의 경우 과거 성폭력 의혹으로 조사받고, 비공개로 합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2017년 10월 성폭력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국방 장관 내정 이후 알려졌는데요. 당시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에서 열린 공화당 여성 관련 행사에 참석한 이후,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헤그세스를 조사한 뒤 송치 없이 사건을 종결했는데요. 헤그세스는 국방 장관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에 도덕성 논란까지 제기됐습니다.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 내정자는 “헤그세스는 자신에 대한 모든 의혹을 일축하고 있고, 실제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맷 게이츠 법무 장관 지명자의 미성년자 성매수 의혹도 재점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불법 약물 사용, 의사당에 외설적 사진 공유, 위조 신분증 사용, 선거자금 횡령 등 각종 추문이 얽혀 있습니다. 법무부는 그의 미성년자 성매수 의혹을 조사해오다 지난해 별다른 처분 없이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연방 하원 윤리위원회가 게이츠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조사해왔지만 중도 사퇴하면 더 이상 관할권이 없어 조사를 종결해 왔습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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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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