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명태균으로 '끝'이 아니다

입력 : 2024-11-19 오전 6:00:00
"건진 알죠? 욕심이 많아서 이권 챙기다가 지금은 좀 밀려났어요. 천공은 이권보다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 정신세계 지배하는데 관심 있고. 근데 진짜 이권 챙기는 놈은 따로 있어요. 명태곤이라는 사람입니다. 언젠가 한 번 터질 겁니다."
 
2023년 3월 <뉴스토마토>는 무속인 천공이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십수명의 관계자를 접촉하던 중 건진이나 천공이 아닌 다른 이름을 듣게 됐습니다. 명태곤이라는 인물입니다. 건진과 천공은 유명했지만, 명태곤이라는 이름은 금시초문이었습니다. 명태곤의 실체는 그로부터 1년반이 흘러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인물이 된 명태균이었습니다. 워낙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관계자들도 명씨 이름을 '명태곤'으로 잘못 알고 있었던 겁니다.  
 
"천공이 나쁜 사람이라는 걸 알리려고 윤 대통령이 당선인 때부터 캠프 여러 사람들을 접촉했어요. 근데 천공만 떼어낸다고 될 일이 아니더라고요. 온갖 사람들이 다 붙어 있어. 차라리 천공은 순수한 축에 속한다니까."
 
지난해 중순 천공을 계속 추적하던 중에 한 제보자를 만나게 됐습니다. 과거부터 천공의 실체를 잘 알고, 얼마나 사이비인지 간파했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에게 천공과 가까이하면 안 된다고 경고까지 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본다면,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조언을 진지하게 듣지 않은 게 틀림없어 보입니다.  
 
"윤석열캠프 모 인사가 건진과 천공, 명태균 등 무속인·브로커들을 김건희 여사한테 연결해 주는 일을 했습니다. 관리한 거죠. 무속인·브로커들은 한둘이 아닙니다. 모 인사는 지금 유력 정치인 보좌관을 하고 있어요."
 
<뉴스토마토>가 올해 9월 명태균 게이트를 보도할 즈음 윤석열캠프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캠프 안에 무속인·브로커를 전담 관리하는 사람까지 있었다고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건진과 천공, 명태균씨는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말썽을 낳은 요주의 인물들입니다. 시간이 흘러 저마다 구설수에 올랐고, 논란을 촉발했으며, '게이트'로까지 비화됐습니다. 누굴 탓할 것 없이 윤 대통령 부부가 애초부터 불행의 씨앗을 달고 다닌 겁니다. 
 
지난 9월부터 명태균 게이트로 나라가 들썩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만난 취재원들 말을 미루어 본다면 '명태균으로 끝이 아니겠구나'라는 불안과 공포가 큽니다. 비선과 막후 실세가 등장하지 않은 정권은 없었습니다. 박근혜정부의 최순실씨가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만큼 임기 내내 동시다발적으로 비선 논란이 생긴 일은 없었습니다. 건진이 떠나자 천공이 나왔습니다. 천공이 조용하자 명씨 이름이 튀어나왔듯 말입니다.  
 
명씨는 지난 15일 새벽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명씨는 청탁금지법 위반, 3자 뇌물죄 혐의로도 고발됐습니다. 명씨가 처벌을 받는다고 해서 비선 논란이 끝날까요. 제보자 말마따나 김 여사와 접촉한 무속인·브로커는 한둘이 아닐 겁니다.
 
결국 윤 대통령 부부가 비선 논란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모든 논란을 부르는 김 여사의 대외 활동도 중단시켜야 합니다. 윤 대통령은 결단해야 합니다. 이참에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도 두려워하지 않은 용기와 의지로 명태균 게이트를 수사해야 합니다. 영부인이라고 할지라도 비선 논란에 대해 일벌백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최병호 공동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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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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