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은행권이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특히 당국은 앞으로 등장할 제4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서도 중소기업 대출 시장의 '메기' 역할을 해달라고 밝혔습니다. 은행권이 자본건전성 관리를 위해 위험가중자산(RWA)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당국은 위험가중치가 높은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라고 주문하고 있는 셈입니다.
개인사업자 대출 늘린 인뱅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들이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한 기업대출을 늘리면서 위험가중자산이 급격하게 불어났습니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의 지난해 말 위험가중자산은 32조76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2%(10조3545억원) 증가했습니다. 보유하고 있는 자산 가운데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것입니다.
인터넷은행들은 법률상 대기업에 대한 대출이 금지돼 있습니다. 중저신용자와 같이 상환 리스크가 존재하는 개인사업자 위주로 대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압박을 해오면서 기업대출로 눈을 돌린 것입니다. 다만 최근 금융지주들이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중심 성장을 내건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기업대출 시장 또한 한풀 꺾인 모양새입니다.
RWA 산정 시 기업대출이 가계대출보다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은행들이 관리에 나선 겁니다. 인터넷은행 입장에서는 기업대출을 늘릴 좋은 기회가 되는 셈입니다. 대형은행들과는 다르게 아직은 밸류업에 대한 부담감이 적고 수익을 추구하기 위한 이유입니다. 실제로 인넷은행 3사는 최근 기업대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집중하며 대출 규모를 키우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올 상반기 기준 기업대출 잔액이 6개월 전보다 50% 급증했습니다. 내년에는 개인사업자 대상 1억원 초과 신용대출과 개인사업자 담보대출 등 신규 상품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토스뱅크도 기업대출에 적극적입니다.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인터넷은행 중 가장 많습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전체 개인사업자 분야에서 진출하지 못한 영역이 많기 때문에 추후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라인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넷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그래프는 인터넷은행 3사의 기업대출 연체율 추이 (그래프= 뉴스토마토)
중기대출 부추기는 당국
개인사업자 등 건전성 악화는 불안 요소입니다. 카카오뱅크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작년 말 0.35%에서 올해 3분기 1.21%로 크게 올랐습니다. 케이뱅크 또한 같은 기간 0.78%에서 1.72%까지 급등했습니다. 아직 3분기 실적이 발표되지 않은 토스뱅크 또한 중소기업 영업난에 따른 연체율이 악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넷은행들의 위험자산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금융당국은 제4인뱅에도 중소기업 신용대출 시장에서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초 "중소기업 대출 시장(은행·비은행)이 주로 담보·보증 대출에 집중돼 있어 '중소기업 신용대출' 시장이 금융권의 새로운 경쟁 분야가 될 수 있다"며 "중소기업 신용대출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한 바 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중소기업금융 실태를 보면 신용보다는 담보와 보증에 크게 의존하는 현상이 고착된 상황"이라며 "담보, 보증에 의존하는 구태의연한 대출 방식 대신 여신심사 시스템 고도화 등을 통해 기술, 혁신성 등 기업의 미래를 고려한 대출이 확대하도록 유도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당국이 다음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제4인터넷은행 인가 심사 기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앞서 중기 대출시장의 '메기'를 당부한 만큼 중소기업 자금공급 방안에 심사 배점을 많이 둘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컨소시엄 형태로 제4인터넷은행에 출사표를 던진 사업자들 대부분도 '중소기업·소상공인 특화'를 내세우고 있는 모습입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최근 흐름상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 위주의 대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낮은 대기업 대출이 어렵고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개인사업자 대출에 대한 건전성 관리 부담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이 나머지 국내은행보다 더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할 때 금융당국이 신규 인가를 여러 컨소시엄에 내주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자본확충 역량도 중요하나 위험관리 역량에 더 중점을 두어 제4인터넷은행 인가를 심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을 늘리면서 위험자산비중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스마트폰 화면의 인터넷은행 주택담보대출 화면 모습. (사진=뉴시스)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