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지난달 11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는 오히려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은행은 신용대출 금리가 최대 1.04%포인트 오르며 상승폭이 가장 컸습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지침을 핑계로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우리은행 금리 상승폭 가장 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평균 신용대출 금리가 4.74%~5.64%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날(지난달 11일) 4.46%~5.57%인 것과 비교하면 상·하단이 각각 0.07%포인트, 0.28%포인트 오른 수치입니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의 신용대출 금리 상승폭이 가장 컸습니다. 지난달 11일 기준 3.88%~5.88%였지만 현재 4.92%~6.12%로 크게 올랐습니다. 한달 새 금리 상단 0.24%포인트, 하단 1.04%포인트 오른 것입니다. 금리 상단이 6%를 돌파하면서 기준금리가 인하하기 이전과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4.96%~5.86%입니다. 지난달 11일 4.96%~5.86%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4.27%~5.17%에서 현재 4.33%~5.23%로 올랐습니다. 상·하단에서 모두 0.06%포인트 소폭 상승했습니다. 하나은행은 현재 4.74%~5.34%로 지난 달과 동일했습니다. 다만 기준금리가 인하에 따른 금리 인하가 없는 셈입니다.
반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한달 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꺾인 영향입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37%로 전월 대비 0.3%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은행권은 지난 18일부터 신규 주담대 변동금리에 코픽스 금리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코픽스 연동 신규 주담대 변동금리를 기존 4.79~6.19%에서 4.76~6.16%로 상하단 0.03%포인씩 인하했습니다. 우리은행은 기존 5.27~6.47%에서 5.24~6.44%로 떨어졌습니다. 코픽스가 아닌 금융채를 기준으로 주담대 금리를 산정하는 신한·하나은행은 추후 하락분을 반영할 예정입니다.
4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가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하락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그래프= 뉴스토마토)
서민 옥죄고 실속 챙기는 은행
그간 은행권은 기준금리가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가 상승세를 탄 것에 대해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지난달 기준금리가 인하됐어도 당장 시중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입니다.
반면 예금금리는 빠르게 낮춰왔습니다. 상당수 은행들이 금리 인하 2~3개월 전부터 예금금리를 0.20%~0.45%포인트 낮춘 바 있습니다. 이는 곧 예대마진을 통한 이자잔치로 이어졌습니다. 은행권의 올해 누적 이자이익은 44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고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낮추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이라는 명분을 대고 있습니다. 연말을 앞두고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기 위해 은행은 앞서 우대금리를 축소하거나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올려왔습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고 한달이 더 지났지만 신용대출금리는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시중은행들은 최근 서민들의 급전 창구도 닫기 시작했습니다. 신한은행은 신용대출뿐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 비대면 창구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NH농협은행도 4개 신용대출 상품을 포함해서 비대면 대출상품 판매를 멈췄습니다.
하나은행도 신용대출 외에 주담대, 전세자금대출 등 비대면 전용 판매를 전면 중단한 상태입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부터 이미 12개 신용대출에 대한 비대면 상품 판매를 멈췄습니다. 이들 은행 모두 올해 내에는 비대면 상품의 판매 재개가 어려울 것이라고 점쳐집니다.
영업점을 방문한다고 하더라도 신용대출을 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대출 금리가 높아지고 한도가 낮아지면서 조건이 까다로워진 까닭입니다. 신한은행은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내로 제한하고 마이너스 통장도 최고 한도를 5000만원으로 축소했습니다. 우리은행 또한 9가지 신용대출 상품의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줄였습니다.
문제는 투자 수요뿐만 아니라 실수요자들 역시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중은행들의 신용대출 창구가 막히면서 실수요자들은 최근 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신용대출은 집을 담보로 하는 주담대와는 달리 말 그대로 급하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대출인데 금리는 올라가고 한도는 줄어든 상태"라면서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라고 했다는 핑계를 대고는 있지만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높은 금리 속에 보리고개를 넘어왔는데 금리를 낮춰도 또다른 절벽을 맞이한 기분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달 11일 기준금리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용대출 금리는 오르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영업부 모습 (사진= 뉴시스)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