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경제성 조작 혐의를 다루는 재판에서 월성 1호기 영구정지 결정이 특별한 사유 없이 갑작스럽게 이뤄졌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월성 1호기가 연장운영 승인을 받고 막대한 세금까지 투입해 설비교체까지 마쳤지만, 문재인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조기폐쇄와 영구정지 조치가 내려졌다는 취지입니다.

 

대전지방법원 제11형사부(부장판사 최석진)는 19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1심 공판을 열었습니다.

 

이날 공판엔 이병령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이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이 전 위원은 “지난 2019년 원안위 회의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1호기 영구정지 허가 안건이 상정됐다”며 “당시 감사원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어서 안건 상정을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했습니다.

 

 

이 전 위원은 또 “앞서 한수원은 경제성 평가를 받아 월성 1호기의 연장운영을 승인받고, 7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투입해서 리뉴얼(설비교체)하고 정상 운영 중이었다”면서 “이를 바꿀 만한 뚜렷한 사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경제성을 이유로 조기폐쇄와 영구정지 결정이 내려지는 건 납득하기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982년 가동을 시작한 월성 원전 1호기는 지난 2012년 11월 운영허가가 만료됐지만, 10년 연장운전 승인을 받고 2022년까지 가동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한수원이 2018년 6월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결정한 뒤 운영을 정지했습니다. 한수원은 이듬해 2월엔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원안위에 신청했습니다.

 

 

이 전 위원은 “(월성 1호기 영구정지 허가 안건은) 문재인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이 추진되고, 한수원에 정재훈 사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정부 정책에 부응하려고 결정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영구정지 안건도 긴급하게 상정됐는데, 당시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도 듣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애초 한수원과 국회 예산정책처 등에서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평가할 때 계속운전이 이익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이후 상황이 변하지 않았다”며 “조기폐쇄 결정이 내려졌을 때도 반대 의견이 나왔는데,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고 첨예하게 대립하던 안건을 원안위에서 심의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애초부터  월성 1호기 영구정지 허가 안건은 원안위에서 다룰 안건이 안 된다는 취지입니다. 

 

 

이에 백 전 장관 변호인은 원안위가 원자력발전의 안전성을 심의하는 기관으로 경제성 평가나 정치적 고려를 하지 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변호인은 “원안위는 발전사업자가 영구정지 신청을 하면 영구정지나 사후처리 과정에서 안전성을 토대로 안건을 심의하는 곳”이라며 “경제성 평가는 원안위 심의 범위를 벗어나는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더구나 “월성 1호기 가동이 그동안의 설비투자과 감가상각을 만회할 만한 경제성을 획득했다는 평가 자료는 없다”고 했습니다.

 

한편, 월성원전재판감시단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대전지법 앞에서 집회를 열고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습니다. 동시에 3년여 넘게 진행되고 있는 이번 재판도 신속하게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날 재판은 2021년 6월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과 조기폐쇄 관련 재판이 시작된 이후 58차 공판입니다.

 

박상덕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월성 원전과 관련해 이번 국감에서 경제성 평가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향후 월성 2호기와 3호기 등의 계속운전 평가가 올바르게 진행되기 위해선 이전 정부가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행한 비리와 불법이 명백히 드러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전=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