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가 한동안 잠잠했던 '오너 리스크'의 급부상으로 다시금 전전긍긍하는 모습입니다. 최근 '김가네' 오너가를 둘러싼 불미스러운 사태가 불거지면서, 업계 전반의 과거 부정적 사례들까지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탓인데요. 이들 오너가의 '개인적 일탈'로 브랜드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특히 이 같은 악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실질적 피해가 커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김가네 김용만 전 대표…성추행 및 횡령 혐의로 송치
1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북경찰서는 성폭력처벌법 위반,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김가네의 창업주 김용만 전 대표이사를 최근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경찰은 지난 7월 김 전 대표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김용만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회식 자리에서 한 여직원이 술에 취해 의식을 잃자 강제 추행하고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 등을 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같은 달 회사 명의 계좌에서 본인을 대리하는 한 법무법인의 계좌로 수억원을 이체하는 방식으로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김가네 측은 김 전 대표 개인의 부정행위라는 입장입니다. 아울러 김가네 경영진은 김 전 대표가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해임 조치했다고 밝혔는데요.
김가네 창업주 김용만 전 대표이사 검찰 송치 사건에 대한 김가네 김정현 대표이사의 사과문. (자료=김가네 홈페이지)
김용만 전 회장의 아들인 김정현 대표이사는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김 전 대표와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로 걱정과 피해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공지했습니다.
김정현 대표는 "김 전 대표의 부정한 행위로 인한 피해 직원분에게 큰 상처를 줬을 뿐만 아니라 가맹점주, 임직원마저 피해를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매우 죄송하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피해 직원분의 2차 피해를 방지하고 가맹점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전 회장은 사건 발생 이듬해인 올해 3월 23일 임기 만료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지만, 올해 8월 21일 사내이사로 취임했습니다. 김정현 대표는 지난 4월 24일부터 신임 대표이사에 올랐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번 김가네 전 회장 이슈는 가맹점들에게도 데미지를 줄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브랜드 가치 손상에 눈에 드러나진 않지만 고객들이 방문을 꺼려 점주들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업체가) 사과와 함께 점주들을 대상으로 (식자재 등) 재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식의 경제적 지원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습니다.
과거 오너가 갑질 행태도 재조명…애꿎은 가맹점주만 피해
김가네 문제가 불거지면서 과거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부도덕한 행태도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는 상황입니다.
과거 피자 프랜차이즈 업계 선두 업체였던 '미스터피자'의 경우 정우현 전 회장이 60대 경비원을 상대로 폭행·욕설을 하고, 친족 운영 회사를 통해 치즈를 비싼 가격에 공급하는 이른바 '치즈 통행세' 등 갑질 행태를 벌이며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이 단적인 사례입니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들로 미스터피자는 실적 악화와 가맹점주 감소로 입지가 빠르게 하락하며 여러 차례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바 있습니다.
또 지난 2017년 치킨 프랜차이즈인 '호식이두마리치킨'의 최호식 전 회장은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건이 터지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호식이두마리치킨의 경우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가맹점 매출이 40%까지 급감했습니다.
특히 이 사건은 가맹본부 임원의 실추 행위로 가맹점주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본사가 배상토록 하는 일명 '호식이 방지법'으로 불리는 '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마련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2019년에는 그룹 빅뱅 가수 출신 승리의 라멘집으로 유명했던 '아오리 라멘'이 버닝썬 게이트에 따른 오너 리스크로 소비자들이 불매 운동에 나서며 점주들이 타격을 입기도 했는데요.
이 같은 오너 리스크는 비윤리적 기업이라는 낙인을 찍는 만큼 기업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치명적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여기에 오너가의 개인적 일탈은 생업 전선에 나서는 가맹점주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것이 더 큰 문제인데요.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오너의 개인적 일탈은 점주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예상조차 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이 같은 문제로 피해를 입은 부분을 소상히 밝혀야 하는 것도 결국 우리 몫이다.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 원장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본부의 명성이나 이미지 등이 매우 중요하다. 오너의 윤리적 도덕적 이슈로 가맹 사업이 위기를 맞게 된다면, 오너에 대한 처벌은 명확하고 엄격하게 이뤄져야 된다"며 "경영상 피해로 인한 경영승계 문제에 대한 재평가와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김가네 매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