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돈'이 미국을 향하고 있습니다. 미국 증시가 치솟고 달러와 코인 가치가 오르면서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는데요. 바로 '트럼프 트레이드'입니다. 트럼프 당선 수혜 자산으로 돈이 몰리는 현상을 말하는 트럼프 트레이드는 내년 1월 중순 트럼프 당선인이 백악관에 입성하는 시기까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국내 자금도 이탈 현상을 보이면서 증시는 휘청이고 있는데요. 이렇다 보니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족'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됩니다. 토마토Pick이 트럼프발 머니무브 현상을 짚어봤습니다.
미 증시 최고가 경신
비트코인은 ‘불장’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증시는 일제히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습니다.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인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지난 11일 4만4293.13에 거래를 마치며 4만4000선을 처음 돌파했습니다. 같은 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6001.35를 기록하며 6000선을 뚫었고, 나스닥지수는 1만9298.76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급등세를 보이며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 선을 넘기도 했습니다. 특히 가상자산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대선 직전 7만 달러선 아래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트럼프 당선으로 9만 달러를 상회 중이며, 10만 달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질주 : 19일(현지시간)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한때 사상 처음으로 9만4000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한화로 환산하면 1억3000만원이 넘습니다. 지난 13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 9만3400달러대를 6일 만에 뛰어넘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미국을 세계 최고 가상화폐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는데요. 트럼프 2기 정부가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정책을 전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관련 시장은 활황을 맞았습니다. 또한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회사 '트럼프 미디어 앤 테크놀로지 그룹'이 가상화폐 거래소 '백트' 인수를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힘 못 쓰는 국내 증시
반면 미 대선 이후 국내 증시는 약세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코스피 2500선과 코스닥 700선이 깨졌습니다. 한국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4만9900원에 마감하며 '4만 전자'로 추락했고, 시가총액 300조원대가 붕괴됐습니다. 하루 만에 5만원대를 회복했지만, 주가 부진에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이라는 주가 부양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향후 1년간 총 10조원 규모를 투입해 자사주를 분할 매입해 소각하기로 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은 올해 1월 20조원 수준에서 이달 들어 15조원대로 쪼그라들었습니다.
-'트럼프 포비아' 확산 : 이 같은 국내 증시 초토화 배경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우려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 무역적자 심화 탈피, 미국의 제조업 강화를 외치고 있습니다. 대중 무역 압박은 더욱 심해질 전망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정치·경제적 미래의 불확실성도 확대됐습니다. 공약 중 하나로 모든 수입품에 10~20% 수준의 '보편관세'를 부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 기업의 수출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정책이 그대로 실현된다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으로 향하는 자금
국내 증시는 휘청이고 미국 증시와 가상자산 시장은 활황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국내 자금이 해외로 쏠리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이달 14일 기준 국내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달 31일(597조7543억원) 대비 1.7% 감소한 587조645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요구불예금 잔액을 통해 대기성 자금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데요. 10영업일 만에 10조원 넘게 감소한 것입니다. 적금을 깨고 마이너스 대출을 받아 투자에 나선 모습도 보입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 적금 잔액은 38조9176억원에서 38조1305억원으로 약 7800억원 줄었고, 마이너스 통장 잔액은 38조8657억원에서 39조6179억원으로 7500억원가량 늘었습니다.
-예·적금 깨 미국으로 : 은행 예·적금에서 이탈한 자금은 해외 주식시장과 가상자산 시장으로 몰렸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 통계를 보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14일 기준 1000억7900만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지난달 말(910억6000만 달러)보다 9.9% 늘었습니다. 또한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13일 기준 24시간 거래 규모는 15조원대로 나타났습니다.
-빚투 증가 '우려' : 위와 같은 '머니무브'가 가속화되면서 빚을 내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 불안 요소로 꼽히고 있습니다. 트럼프 트레이드 편승 수요뿐만 아니라 국내 주가 부진을 틈타 반등의 기회를 노린 투자자들도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증가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진단했지만, 고금리 기조가 계속됨에 따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죠. 미국에서도 증시 급락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트럼프 효과가 금융시장을 흔들면서, 이제 우리도 다시 변동성이 큰 시대를 살아야 하는 운명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수치에 흔들리지 않고, 냉철한 시각으로 시장을 읽는 현명함이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