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본인과 가족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방했다는 의혹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습니다. 친윤(친윤석열)계는 한 대표를 향해 거센 반발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친한(친한동훈)계도 이에 맞서면서 윤 대통령 부부의 비방 게시글로 당 내홍이 점차 심화하는 양상입니다.
답 없이 도망만…여전히 '입꾹닫'
한 대표는 당원 게시판 논란에 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대표는 22일 "이슈(당원 게시판 논란)에 관해 충분히 말씀드렸다. 그걸로 갈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9일은 비방글에 대한 첫 해명이 이뤄진 날인데, 이때도 한 대표는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의 백브리핑을 피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히기도 했습니다.
친윤계인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한 대표를 "런동훈"이라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친윤계 공통적으로 "당원 게시판 논란을 뭉개고 넘어갈 수 없다"며 "당무감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장 전 최고위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 부부 비방을 떠나 여론 조작을 한 게 문제의 본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친한계 입장은 정반대입니다.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건이기 때문에 당무감사가 필요 없다고 봅니다. 이들은 "설령 가족들이 썼다고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입니다. 누가 썼냐는 문제보다는 게시글의 위법성이 없다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친한계 의원 중 한 명인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와 만나 "밝히고 안 밝히고는 본인의 자유 의지고 (밝히는 게) 별 의미가 없다"고 했습니다.
두 계파 간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당원 게시판 논란'에 관해 당무감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서범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의 가족과 이름이 똑같은 당원들은 일반 당원이라 당무감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히며 친윤계의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대신 경찰 수사로까지 확대됐는데요. 지난 11일 오상종 자유대한호국단 대표가 한 대표를 고발했습니다. 오 대표는 "한 대표가 의혹만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 수사 결과 윤 대통령 부부의 비방글을 작성한 인물이 한 대표의 가족이 맞다는 결론에 이르면 친윤계와 친한계의 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지지율 더 하락 땐…한동훈 치명상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15일 발표한 11월 둘째 주(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28%로 조사됐습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1심 선고가 끝난 뒤 이날 발표한 지난 11월 셋째 주(19~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1% 상승에 그쳤습니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여러 사법 리스크가 있음에도 반사이익을 거의 흡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 안팎에서는 지지율 답보 상태에서 계파 갈등이 점점 커진다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는데요. 한 대표가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된다면 친윤계를 중심으로 대표직 사퇴 요구를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조 의원은 "한 대표가 (윤 대통령 부부의 비방글을 올린 사람이) 가족이라고 인정해도 크게 달라질 건 없다. 게시판 논란으로 자꾸 분열이 돼 반사이익이 반감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민의힘이 좀 더 통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금 누가 옳다고 할 만큼의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장 전 최고위원은 "(한 대표가) 가족이 한 게 맞아 밝히지 못하는 것"이라며 "(한 대표가) 법꾸라지라 사건을 미궁으로 몰아넣겠다는 심보"라고 타박했습니다. 그러면서 "당과 보수 진영의 혼란이 가속돼도 알 바 아니라는 태도"라고 비판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