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클라우드와 AI, 그리고 IT 강국

입력 : 2024-11-2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2010년 스마트폰이 한창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때, 한 켠에서 슬며시 고개를 내밀던 다른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클라우드입니다. 피처폰으로 모바일이 이미 대중화된 가운데 등장한 스마트폰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을 일궜죠. 반면 클라우드는 그 당시만 해도 알쏭달쏭한 이름이었습니다. 클라우드라는 용어가 등장할 때마다 구름(cloud) 그림이 여지 없이 따라붙으며 개념을 설명하고자 도왔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역부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보통의 사람들이 일상에서 널리 사용하지 않는 기술은 아무리 설명해봐야 그야말로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들리기 십상이니까요. 
 
그러다 2020년대 들어 드디어 클라우드도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름이 되었습니다. IT자원을 활용할 때 물리적 환경을 직접 구축하지 않고 가상의 서버를 빌려 사용하는 것이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것은 이제 굳이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까지는 이른 것 같습니다. 플랫폼 서비스(PaaS), 인프라 서비스(IaaS),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 등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설명이 따라붙는 용어들이지만, 그래도 클라우드가 머릿속에 들어왔으니 그리 어렵지 않게 연상해볼 수 있습니다. '플랫폼을, 인프라를,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로 빌려 쓰는 것을 말하겠구나'라는 것을요. 
 
클라우드가 쓰임새를 대중적으로 설득하는 데 10년 정도가 걸렸습니다. 사용 범위와 규모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다양하게 활용 중입니다. 가령 우리는 예전처럼 소프트웨어를 일일이 구입해서 설치해 쓰지 않고 웹브라우저나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구독 형태로 결제하고 있죠. 부지불식간에 클라우드가 개인의 일상, 기업의 일상 속에 속속 진입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팬데믹을 계기로 혜성같이 대중 앞에 이름을 당당히 알린 생성형 인공지능(AI)는 어떨까요? 우리에게 쓰임새를 설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과연 이번에는 얼마나 될까요? 생성형 AI의 경우엔 클라우드와는 다르게 처음부터 이름도 익숙하게 다가왔고, 챗GPT라는 구체화된 도구를 앞세워 쓰임새를 맛보기로 보여주는 데도 이미 성공했습니다. 아마도 생성형 AI가 우리 생활에 익숙하게 쓰이기까지 걸릴 시간은 클라우드보다는 빠를 겁니다. 업계에선 클라우드가 10년 걸렸다면 생성형 AI가 일반 사람들의 구독 리스트에 오를 날까지 5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는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생성형 AI는 클라우드에서만 작동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학습하고 새 콘텐츠를 생성해 내야 하는 까닭에 시스템을 내부에 설치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온프레미스 환경에선 불가능하고 외부 클라우드가 필요한 것이죠. 이처럼 클라우드와 AI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머지 않은 미래에 누구의 AI 서비스를 구독하게 될까요? 일단 클라우드의 강자로는 아마존, MS, 구글 알파벳 등이 꼽힙니다. 그런데 AI의 강자도 순위만 다를 뿐 같은 이름들이 자리를 차지합니다. 이 중 한국 입장에서 볼 때 보통 사람들에게 익숙한 AI 기업은 아무래도 MS와 구글 알파벳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MS의 오피스 365, 구글 워크스페이스 등의 소프트웨어로 이미 K 직장인들의 삶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이름이 된 이들이 기존 소프트웨어에 AI를 속속 접목하고 있기 때문이죠. 챗GPT로 대표되는 챗봇 형태의 생성형 AI 자체가 가져올 파급력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이 생성형 AI들을 덧입고 달라질 MS 워드, 엑셀, 지메일, 구글 독스가 더 두렵고 궁금합니다. 
 
한국 기업 AI기술의 선전을 응원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그럴 수 있는 분야는 극히 일부에 그칠 것 같습니다. 세상에 영원한 승자는 없다고들 하지만, 빅테크 기술은 질서정연한 흐름을 타고 세도 좋게 흘러가고 있으니까요. 스마트폰이 떠오르던 시기에는 글로벌 기업으로까지 성장한 한국 기업이 있었지만, 클라우드에는 없습니다. AI도 아마 그렇게 될 겁니다. 대규모 연산을 위해 거대 자본의 대규모 투자가 필수가 된 마당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그래도 클라우드를 잘하는 글로벌 IT 기업이 AI도 잘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씁쓸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드네요. 한국이 IT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시기가 분명히 있었다는 점 때문일까요. 소프트웨어 강국을 구호로만 외치고 결국 하드웨어 중심으로만 흘러간 과거의 한국이 아쉽기만 합니다.
 
최근 LG전자는 생활가전 담당의 H&A를 AI 홈 시대에 맞춰 '홈어플라이언스 솔루션(HS)'으로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AI 가전을 매개로 생활 전반을 케어하는 솔루션 사업에 나선다는 의미다. (사진=뉴시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나볏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