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종관 기자] 편집권 침해, 기자 해임, 지면 회수. 민주화 이전에나 벌어질 법한 언론 탄압이 오늘날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학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는 근거 법안이 마련됐습니다. 대학언론인들은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입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을호 민주당 의원은 대학언론의 자유와 독립에 대한 법적 근거를 명문화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지난 22일 대표발의했습니다.
‘대학언론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영덕 민주당 의원이 대학언론인 네트워크와의 협력으로 발의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된 이후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됐습니다. 정을호 의원안은 윤영덕 의원의 법안을 계승하되 법안 통과에 유리해지기 위해 학생자치와 국가·지자체의 대학언론 재정지원 내용을 덜어냈습니다.
지난 10월17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선 정을호 민주당 의원. (사진=정을호 의원실)
대학언론인 네트워크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22년 사이 발생한 대학언론 탄압 사례는 밝혀진 것만 총 38건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지면 발행·배포 중단(19건) △기사 삭제·검열(14건) △기자 해임·징계(11건) △재정보조 중단(5건)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청대신문(청주대 대학신문), 서강학보(서강대 대학신문), 대학신문(서울대 대학신문) 등이 학교의 탄압에 맞서 백지발행을 했습니다.
대학언론인들은 대학언론 탄압의 근본 원인이 '구조적 한계'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지난 2016년 대학언론 세미나 기획단 '데드라인' 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대학 언론이 총장 직속(54.6%)으로 운영되거나 학생처(16.3%), 홍보처(10.3%) 등에 소속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총장이 발행인이고 주간교수가 편집인인 상황인 겁니다. 일부 학교는 대학언론을 '홍보팀' 정도로 인식하고 학생기자들을 직간접적으로 통제하고 있습니다.
방송법과 신문법은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된다"는 등의 규정을 통해 방송과 신문 등의 자유와 독립을 보호하는 조항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언론의 자유와 독립에 대한 장치는 부재한 실정입니다. 정을호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이런 공백을 메꾸는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개정안에는 "학교는 교원, 직원, 조교 및 학생 등 학교 구성원의 알 권리 보장과 의견 수렴 및 대학의 민주적인 여론 형성을 위하여 대학언론을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습니다. 이외에도 "대학언론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되고, 학교는 대학언론의 자율적인 편집 및 운영을 보장하여야 한다"는 핵심 조항도 포함됐습니다.
의원실 관계자는 개정안에 대해 "대학언론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근거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대학언론의 설치 및 운영, 언론 매체의 발행·편성 권한을 명확히 규정하며, 대학 측이 대학언론의 자율적인 편집과 운영을 보장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를 통해 편집권 침해와 같은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대학언론인들은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입니다. 원지현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의장은 "대학언론의 편집·운영권 보장에 대한 명문화를 환영한다"며 "향후 전국 대학언론의 활성화 및 권리 보장을 향한 첫걸음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안치윤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회장은 "대학언론법이 다시 발의되어 대단히 반갑고 기쁘다"며 "편집권 독립을 위해 노력한 여러 대학언론인들의 노력의 결실이라 생각한다. 이번에는 무사히 통과돼서 대학언론이 보호받고, 언론으로 온전히 인정받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했습니다.
정 의원은 "언론의 자유는 헌법 제21조에 명시돼 있는 기본권"이라며 "학생들의 알 권리를 보호하고, 대학언론이 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법안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