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수도권에서 입주를 앞둔 신축 아파트단지 중 분양가보다 싸게 파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이른바 ‘마피’ 매물이 출현했다는 소식에 시장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으로 통하던 주택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일부에선 주변 시세 대비 괜찮은 가격으로 신축을 매입할 기회라며 추천하고 있습니다.
트리우스광명 분양가 -5000만원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광명시에서 다음 달 입주를 앞두고 있는 트리우스광명에서 마피가 등장했습니다. 트리우스광명은 광명뉴타운 내 광명2구역을 재개발한 3344세대 대단지로 지난해 10월 중순에 후분양으로 일반 공급했습니다.
분양 당시 전용면적 84㎡형의 분양가는 최고 11억8600만원으로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습니다. 지하철 7호선 광명사거리역에 인접해 트리우스광명보다 입지가 좋은 광명4구역 광명센트럴아이파크(최고 10억4550만원)보다 비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광명뉴타운 중에서도 유독 고전했고 지난여름에야 겨우 완판했단 소식을 전했으나 다시 마피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트리우스광명은 분양 당첨자 발표 후 1년이 지나 전매제한이 해제, 지난달 하순부터 분양권 거래가 가능합니다.
현재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 마피 매물은 전용 84㎡형만 14건에 달합니다. 전용 102㎡형 대형 중에도 마피가 일부 섞여 있으나 반대로 59㎡형 이하 소형 중엔 마피를 찾기 어렵습니다. 다만 여기에 올리지 않고 부동산 중개업소가 보유하고 있는 매물도 있어 실제로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마피는 최대 –5000만원부터 –500만원까지 다양합니다. 도로변 평지 앞동엔 프리미엄이 붙은 매물이 포진하고 있는 반면, 주로 언덕 위의 뒷동들과 저층 중에 마피가 산재해 체감온도 차이가 상당합니다.
내달 입주를 앞두고 있는 트리우스광명 아파트.(사진=호갱노노 갈무리)
그땐 비쌌지만 지금은 아닌데
광명시엔 신축 단지들이 많아 트리우스광명에서 마피가 출현했다는 소식에 이 지역 입주 예정자들도 잔뜩 긴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상황을 신축 진입 기회로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주로 부동산 유튜브에서 나오는 의견인데요.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트리우스광명의 경우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 시세로 평가한다면 비싼 가격은 아닙니다. 트리우스광명보다 분양가가 낮았던 광명센트럴아이파크도 현재 중개업소에 나와 있는 분양권의 호가는 전용 84㎡형이 13억원대입니다. 이곳 역시 전매제한이 풀린 상태이지만 아직은 분양권 거래보다 조합원 소유의 입주권 거래가 더 많은데요. 올해 최고가가 11억9150만원이었습니다.
입주권은 분양권보다 시세가 낮게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입주권은 매입할 때 조합원의 권리가액과 이미 치른 분양대금을 한꺼번에 지불해야 해 목돈이 필요합니다. 취득세도 공사 중에 미리 한번, 나중에 완공된 후 또 한 번 나눠 내기 때문에 한 회분을 납부하게 됩니다.
이와 달리 분양권은 아파트 대금을 중도금 회차에 맞춰 분할납입하거나 수분양자의 중도금대출을 승계받기 때문에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분양권 명의 변경 시 취득세를 내지 않고 나중에 입주할 때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면서 납부하면 됩니다. 물론 이는 금융비용으로 환산돼 각각의 시세에 반영돼 입주권과 분양권의 시세에 차이가 생기는 것입니다.
따라서 광명센트럴아이파크의 입주권 시세에 비하면 트리우스광명 시세는 제법 낮은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가격 메리트가 있는데도 최근 주택시장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는 인식에 실수요자들도 눈치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송도도 ‘줄줄이’…확산 가능성도
수도권에서 마피가 출현한 곳은 트리우스광명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천시 송도에서 입주를 앞두고 있는 힐스테이트레이크 송도4차에서도 전용 84㎡ 기준 –4000만~-3000만원의 마피가 나와 있는 상황입니다. 그 뒤편, 인천 앞바다를 바라보는 송도럭스오션SK뷰도 –5000만원 마피가 올라와 송도 전체 분위기가 뒤숭숭합니다. 송도자이더스타는 이들보다 할인폭이 적지만 마피를 벗어나진 못했습니다. 이들의 상황을 감안하면 다른 지역, 다른 단지에서 추가로 마피 매물이 출현하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아파트 청약 경쟁에서 탈락해 해당 단지를 잡지 못했던 수요자들로서는 마피를 활용할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계약을 할 지 포기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각자의 판단에 달렸지만,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입주기간 종료 전에 매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트리우스광명의 경우 12월 말부터 내년 3월 말까지로 지정돼 분양권으로 거래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4개월 남짓입니다. 실제로 마피 소식이 전해진 후 실계약도 한두 건씩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중개업소에서 안내하는 분양권 마피 금액엔 발코니 확장, 프리미엄 옵션 등 추가 비용이 반영돼 있습니다. 실제 분양가는 10억원이고 옵션 비용이 5000만원 추가된 집이 마피 5000만원에 나왔다면 실거래가는 10억원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