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폐지안에 합의했습니다. 지난 2014년 제정됐던 법이 이젠 폐지 수순을 밟는 것인데요. 스마트폰이 휴대전화, 신분증, 지갑 등 여러 역할을 한 번에 수행하는 필수품이 되면서 단통법 폐지가 소비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단통법 폐지로 어떤 점이 바뀌게 될까요? 휴대폰의 가격, 요금제에는 어떤 변동이 생길까요? 토마토Pick이 단통법 폐지와 관련된 여러 전망들을 짚어봤습니다.
단통법 왜 만들었나
단통법은 이동통신기기의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만들어진 법안입니다. 휴대폰을 살 때 구매 지원금(보조금)에 상한액을 둠으로써 보조금 한도를 정하는 게 골자인데요. 통신사별, 혹은 매장별로 수십만원씩 차이가 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졌죠. 보조금 상한을 정하되 투명하게 공개토록 하고, 통신요금 할인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도 줄이겠다는 취지였습니다. 법을 개정할 때부터 현재까지 계속된 주요 쟁점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 신규 휴대폰의 지원금을 일정액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지원금 과열 경쟁으로 인한 불공정 행위를 막고, 일부에게만 과도한 지원금이 지급되지 못하도록 규제해 소비자에 대한 형평성을 보장하는 게 목적입니다. 지원금 상한액은 정부가 정하며 이를 초과하는 지원금 제공이 금지됐습니다.
-지원금 공시제 : 이동통신사의 지원금과 제조사의 판매 장려금을 분리해 공시하는 제도입니다. 지원금 규모를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공개하게끔 한 조치입니다. 이동통신사가 지원금을 일정 기간 유지하도록 하며, 잦은 변경과 과도한 추가 지원금 제공 행위를 제한했습니다.
10년 만에 폐지 이유는?
10년간 유지된 단통법이 이젠 폐지를 눈앞에 뒀는데요. 정부는 이미 지난 1월 생활규제 개혁의 일환으로 단통법 전면 폐지를 선언한 바 있습니다.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 확장으로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의 단통법이 오히려 통신사 제공 보조금을 줄이는 결과로 나타났고, 소비자가 받을 혜택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논란이 됐던 쟁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소비자의 체감 실패 : 단통법 시행 이후 보조금이 줄어들었는데요. 모든 소비자가 이전보다 공평하게, 그리고 이전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휴대폰을 사게 됐다는 불만이 터져나왔습니다. 정부는 보조금을 제한함으로써 기업의 광고비용을 줄여주고, 그 대신 단말기 가격이나 통신요금을 낮출 것을 기대했는데요. 실상은 소비자의 혜택만 줄인 셈이었습니다.
-유명무실해진 법안 : 그렇다고 단통법의 취지가 제대로 지켜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지원금 경쟁은 아직도 비공식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대표적으로 ‘성지’라는 불법지원금을 뿌리는 매장들이 곳곳에 산재했습니다. ‘성지’는 소비자가 부담할 단말기값을 매장이 대신 내주고, 이동통신사로부터 기기 판매에 따른 인센티브로 그 손해를 메우는 구조로 운영되는데요. 지역별로 어디에 '성지'가 있는지 온라인상에 이미 급격하게 퍼졌습니다. 비싼 단말기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점점 음지로 향하는 것이죠.
폐지 뒤 어떤 변화 생길까
그렇다면 단통법이 폐지된 이후 변하는 게 무엇이고, 유지되는 건 무엇일까요? 우선 현재의 선택약정할인제도는 유지됩니다. 선택약정할인제도는 단말기 지원금 대신 월 통신요금의 25%를 할인받는 제도인데요. 해당 제도는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해 유지할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이 변화될까요? 주로 언급되는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장려금 관련 자료 제출 의무 : 폐지안에 담긴 조항입니다. 통신사가 단말기 판매가와 출고가 등에 대한 자료를 제출할 때 제조사별 장려금 규모를 함께 작성하도록 했습니다. 제조사가 장려금을 유지하게 유도하자는 취지입니다.
-소비자에 보다 많은 지원 : 지원금에 대한 제한이 사라진 만큼 통신사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보다 많은 지원금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본적인 지원금 외에도 추가 프로모션, 프로그램을 출시할 가능성도 생겼습니다. 최근 휴대폰 가격이 100만원은 우습게 넘어서고 200만원도 돌파하는 실정인데요. 혜택을 통해 휴대폰 구매 가격이 낮아지길 바라는 기대도 늘고 있습니다.
-통신사의 경쟁 확대 : 소비자의 혜택이 늘어나면서 휴대폰 기기 변경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면 통신사들의 고객 유치 경쟁도 심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단통법 폐지로 인해 기대되는 효과들이 안착하면 ‘성지’ 등 불법보조금으로 이득을 취하는 매장도 당연히 줄어들 것으로 기대됩니다.
"업계 변해"...부정적 전망도
소비자들이 가장 기대하는 가격 하락이 실제로 이뤄질지 미지수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단통법 폐지가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는 시각인데요. 가장 큰 이유로는 10년 사이 변화된 업계의 분위기가 꼽힙니다. 이제는 업계가 과도한 출혈경쟁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겁니다. 인공지능(AI) 시대로 넘어가면서 각 통신사들도 AI 투자에 열을 올리는 실정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보조금에 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없을 것으로 보는 이들도 많습니다. 또 선택약정할인제도로 소비자들의 휴대전화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통신시장이 포화상태로 접어든 점도 변수입니다. 통신사가 출혈을 감수할 이유가 줄어든 것이죠.
-휴대폰 제조사 경쟁도 시들 : 변한 건 통신업계뿐만이 아닌데요. 휴대폰 제조사도 국내에서는 사실상 삼성전자와 애플로 이원화됐습니다. 과거엔 여러 제조사들이 난립해 단말기 가격 경쟁이 치열했지만, 경쟁사가 없으니 경쟁이 일어날 리도 없는 것이죠. 결국 제조사의 출고가를 잡아야 하는데, 단통법 폐지는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통법은 제정 이후 10년간 '희대의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폐지 요구는 늘 있었고, 그것이 10년만에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단통법 폐지가 눈에 띄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휴대전화가 일상에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된 지금, 단통법 폐지가 과연 소비자 혜택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