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승혁 기자] 계엄 사태 후 사흘째, 코스피 시가총액이 2000조원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그동안 주식을 사들이며 하락을 막았던 개인들도 매도세를 보이며 인내심의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57% 내린 2428.15으로 마감했습니다. 이날 상승 출발한 코스피는 불과 한 시간여 만에 하락 전환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사실이 전해지며 시장 분위기가 빠르게 냉각된 결과입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전일 대비 4.1원 오른 1419.2원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2차 계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원달러환율은 지난 2022년 10월 26일(1432.40원) 이후 최고치인 1429.2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다만 당국의 직접 개입으로 추정되는 매도 물량이 출회하면서 상승폭을 축소했습니다.
증시가 혼조세를 보이자 개인은 매도 물량을 내놨습니다. 코스피는 오전 10시50분께 1.80% 내린 2397.73로 장중 최저점을 기록한 뒤, 기관 주도로 순매수가 이뤄지면서 장 후반 낙폭을 일정 부분 줄였습니다.
장 마감 결과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5775억원, 외국인이 3093억원을 각각 순매도했고, 기관이 8259억원 순매수했습니다. 개인은 코스닥 주식도 1746억원어치를 팔아 이날 하루 동안 7520억원을 쏟아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그 결과 코스피 시가총액은 1988조원으로 전일(1999조원)보다 11조원 감소했습니다. 코스닥 시가총액 역시 330조원으로 5조원이 더 사라졌습니다.
증시 전문가들은 정치 불안을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강진혁·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상계엄의 선포와 해제,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급물살을 탄 대통령 탄핵 정국 등 정치 리스크는 단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외국인을 중심으로 투매 후 짙은 관망세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사진=뉴시스)
코스피 하락을 방어한 것은 대형주들입니다. 삼성전자(+0.74%), LG에너지솔루션(+2.23%), 기아(+0.85%), 신한지주(+3.01%) 등이 올랐고 삼성바이오로직스(-0.21%), 현대차(-0.49%), 셀트리온(-0.50%) 등도 소폭 하락에 그쳤습니다.
중소형주들이 포진한 코스닥은 1.43% 하락한 661.33으로 마감했습니다. 1300개 종목이 하락했으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주인 오리엔트정공,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관련주인 디티앤씨알오 등 테마주들은 강세를 나타냈습니다.
한편 고금리에도 '빚투(빚내서 투자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투자자들이 자금력에 한계를 느낀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코스닥 시장 내 신용공여 잔고는 6조7841억원으로 석달 전인 9월5일 7조7117억원보다 약 1조원 줄었습니다.
강승혁 기자 k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