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승혁 기자] 증권사의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가 괴리율 200%, 즉 3배까지 벌어진 종목이 등장했습니다. 탄핵 정국 여파로 장이 하락세인 것을 감안해도, 투자자들로서는 증권사가 발간하는 리포트를 신뢰하기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월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마친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목표주가 괴리율이 가장 높은 종목은 203.3%를 기록한 코미코입니다. 반도체 장비용 소재를 생산하는 코미코의 주가는 지난 6일 종가 기준으로 3만5350원인데, 증권사 4곳의 평균 목표주가는 10만7250원에 비해 약 7만2000원 낮습니다. 괴리율 100% 이상인 종목도 나노신소재(151.5%), 한미반도체(139.7%), 솔루스첨단소재(130.5%) 등 수두룩합니다.
증권사의 목표주가를 참조해 투자하는 방식이 의미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증권사 보고서가 매도 메시지 대신 가격을 적지 않는 식으로 표현하는 등 (가치 발견 기능이)작동 못하고 있다"며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과대계상하는 경향도 있는데, 괜찮은 회사라면 목표가는 10년이나 100년 안엔 도달하겠지만 문제는 사람들이 그걸 안 믿는다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 말대로 증권사 연구원들이 적정한 밸류에이션을 예측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장밋빛 전망을 동반한 매수 의견 일색의 관행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최근 1년 동안 매도 의견을 담은 리포트를 한 건이라도 낸 국내 증권사는 신영·아이엠·유진투자·하나증권 등 4곳에 그쳤습니다.
증권업계는 매도 리포트를 낼 경우 해당 기업으로부터 탐방 거부, 출입 정지 등을 당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합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초 "국내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의 객관성 및 신뢰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금감원 내 '불합리한 리서치 관행 신고센터'가 설치된 2017년 5월부터 현재까지 접수된 민원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국 특유의 증권사와 기업 간 공생 관계에 금감원의 감독력이 닿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민원 접수를 하지 않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리서치 수준을 높이고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하고 방안들도 만들고 있다"며 "다만 실제로 언제 이 방안을 실행할지는 시장 상황도 보고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애널리스트는 전문가로서 일반 소비자들에 대한 책임이 있는데 그걸 무시하고 이해관계에 따라서 기업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소비자들이 돌아서면 회사도 망한다"고 질타했습니다. 윤 전 원장은 "금감원은 전체를 볼 책임이 있고 욕을 먹어도 (개선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승혁 기자 k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