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지난 7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하면서 탄핵은 무산됐습니다.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회동을 통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했습니다. 한 총리와 한 대표가 주 1회 이상 회동을 하면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겁니다. 탄핵소추안 부결로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정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 대표와 국무총리가 사실상 대통령 권한을 공동 행사하겠다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탄핵소추안 부결 여파로 점점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입니다.
김명년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앞둔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이 집회에 참석한 국민들로 꽉 차있다.(사진=뉴시스)
이번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 8일 새벽 1시30분경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고 긴급체포 됐습니다. 긴급체포를 하기 위해서는 △범죄의 중대성 △범죄혐의의 상당성 △체포의 필요성 △체포의 긴급성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요(형사소송법 제200조의3). 자진 출석한 피의자라도 긴급체포가 꼭 위법하지는 않습니다. 사안에 따라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체포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적법하게 긴급체포를 할 수 있는 겁니다. 피의자를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고 청구하지 않거나 발부받지 못하면 즉시 석방해야 합니다.
검찰은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를 꾸리고 윤 대통령을 내란죄와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도 독립적으로 수사에 나섰습니다.
형법 제87조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사람을 처벌하고 있습니다.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하고, 모의에 참여·지휘·그 밖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사람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하게 됩니다. ‘국헌을 문란할 목적’이란 △헌법·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헌법·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형법 제91조).
대법원은 과거 전두환씨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에서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외부적으로 드러난 행위와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그 행위의 결과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내란죄의 구성요건 중 ‘폭동’의 내용인 폭행·협박은 일체의 유형력의 행사나 외포심을 생기게 하는 해악의 고지를 의미하는 최광의의 폭행·협박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를 준비하거나 보조하는 행위를 전체적으로 파악한 개념이며, 그 정도가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음을 요한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1980년 5월17일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 사실 자체만으로도 국민에게 기본권이 제약될 수 있다는 위협을 주고, 여러 헌법기관과 국가기관 구성원이 받는 강압 효과와 그 정도가 증대된다고 봤는데요. 비상계엄처럼 법령·제도가 가지고 있는 위협적 효과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진 사람에 의해 이용되면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 조치가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의 내용으로서의 협박 행위가 되므로 이는 내란죄의 폭동에 해당하고, 우리나라 전국의 평온을 해하는 정도에 이르렀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내란 행위에 참여한 공범의 책임에 대해서는 내란 가담자들이 일련의 폭동 행위 전부에 대해 모의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내란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전체로서의 내란에 포함되는 개개의 행위에 부분적으로라도 모의에 참여하거나 기여했다면 내란 행위 전부에 대한 내란죄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란죄는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한 행위로 다수인이 결합해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폭행·협박 행위를 하면 기수가 되고 그 목적의 달성 여부는 무관하다고 봤습니다.
이런 대법원의 태도로 볼 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 판단한다면, 이번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내란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보기 힘든 상황임에도 비상계엄을 전국에 선포하고 포고령을 통해 국회를 포함한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것은 헌법과 법률에 부여된 권한을 넘어선 위헌·위법한 조치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헌법이 정하고 있고,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한 사실을 국회에 통고하고 폐회 중이라면 지체 없이 국회에 집회를 요구하도록 한 헌법과 계엄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였습니다.
국회의원을 체포하고 국회에 대한 강압으로 국회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려 시도한 것은 국헌문란 목적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전국에 선포된 계엄과 포고령을 통해 국민에게 기본권이 제약될 수 있다는 위협을 하고, 계엄군이 완전군장으로 국회에 진입하려 국회의 유리창을 깨고 기물을 파손한 점, 총과 방패를 든 채 시민들과 몸싸움하는 등의 행위는 폭동으로 판단될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이번 사태처럼 대통령은 국가를 일순간에 혼란 속으로 몰아넣거나 군대를 움직여 주요 기관을 장악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대통령도 권한이 주어진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권한을 남용해 국가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행위를 다시는 생각할 수 없도록 엄정한 수사를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