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싼 정치적 불안정에 대한 자본시장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거래를 시작한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하락 출발했고, 원/달러 환율은 8원가량 오른 1,420원대 후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이명신 인턴기자] 탄핵정국 장기화로 국내 원화가치가 급락하며 전기차용 이차전지(이하 배터리)업계의 외화부채 부담도 커지는 상황입니다. 이런 와중에 배터리 업계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떨어져 외우내환에 처했습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로 원달러 환율은 3% 가까이 급등한 1440원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환율은 8일까지 1420원대에 머물다 9일 오전 11시 56분께 1437.80원에 거래되는 등 등락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에는 단기적으로 유리합니다.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판매량이 늘어나고, 원화 환산 실적도 개선되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원자재 값 상승, 생산 비용 증가 등 환율 상승은 악재로도 작용합니다.
고환율 상황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늘려온 배터리 업계의 외화부채 부담도 늘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기준 달러 표시 외화부채는 6조8283억원입니다. 이는 2분기 4조1607억원보다 부채규모가 2조6000억원가량 커진 것입니다.
LG엔솔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환율이 10% 올랐을 때 세전손실이 2388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말 예상치(257억원)보다 약 10배 가까이 오른 수치입니다.
SK온은 3분기 달러 표시 외화부채가 3조4379억원입니다. 전 분기(2조 5695억원) 대비 약 1조원 늘어난 건데요. SK온 역시 3분기 기준으로 환율이 5% 상승하면 세전손실이 177억원가량 증가합니다.
삼성SDI는 구체적인 금액을 공개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삼성SDI의 3분기 외화 환산 이익이 93억원인 데 반해 외화 환산 손실은 918억원으로 약 10배 차이가 납니다. 게다가 삼성SDI와 미국 스텔란티스가 미국 인디애나주에 합작공장을 짓는 등 대규모 설비투자를 늘려온 터라 손해를 볼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전방 수요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면 이런 환율 부담은 내부적으로 흡수되지만 업황이 좋지 못합니다. 배터리 3사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합산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3.5%포인트 하락한 20.2%를 기록했습니다. 2021년 1~10월 점유율 31.7%에서 3년 만에 20.2%로 떨어진 것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통화선도계약 등을 체결하면서 환율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관계자는 “매출 상승 등 환율 상승은 긍정적인 부분이 있지만 부채와 원자재 값이 상승한다는 부정적 영향이 적지 않다”라며 “상황을 계속 주시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명신 인턴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