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국방부가 현재 국군통수권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고 못 박았습니다. 정부·여당의 '2선 후퇴' 해법이 법적 효력 없는 '정치적 선언'에 그친다는 걸 증명한 건데요. '대통령 직무 배제'라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주장과 달리, 윤 대통령은 일정 부분 국정운영에 관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회 본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소극적 업무?…임면권 행사까지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9일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국군통수권은 누구에게 있냐'는 질문에 "대통령께 있다"고 답했습니다.
전 대변인은 '내란 수괴 혐의 피의자가 국군통수권을 가져도 되느냐'는 거듭된 질문에도 "법적으로 현재 통수권자에게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정족수 부족으로 '폐기'된 만큼 당연한 사실이지만,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밝힌 구상과는 괴리가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일 담화에서 "제 임기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며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국정 운영에서 손을 떼고 2선으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겁니다.
여기에 한 대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윤 대통령을 대신해 '민생'을 챙기겠다고 했습니다. 이때 한 대표는 "퇴진 전이라도 대통령은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히 '대통령의 직무 배제 범위에 군 통수권이 포함되는가'라는 질문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확답했습니다. 다만 '군 통수권을 누가 대리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자신의 권한을 직접 행사하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는데요. 윤 대통령은 즉각 사의를 재가했습니다. 국무위원의 임면권자가 윤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 절차를 밟았다는 겁니다. 한 대표는 이에 대해 '소극적 직무행사'라고 설명했지만, 그 범위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관련해 민주당은 "내란 혐의를 받는 대통령 윤석열이 여전히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윤 대통령이 사실상 직무 배제될 것'이라고 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같은 날 오후 국가정보원도 홍장원 전 1차장의 후임으로 오호룡 특별보좌관이 임명됐다고 밝혔는데요. 차관급 공무원인 국정원 1차장은 통상 대통령실에서 공식 공지하는데, 이날은 행정안전부와 국정원이 직접 공지하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 한·키르기스스탄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외교는 더 문제…정부도 "대통령 고유 업무"
이 같은 혼란 상황이 반복되는 건 2선 후퇴라는 게 법적 개념이 아닌 '정치적 선언'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 국군통수권과 법률 개정안 공포권, 외교사절 접수권, 공무원 임면권 등의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지 않는다면 총리가 이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권한을 일임 받을 수 있다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결국 윤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는 한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권한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2선 후퇴와 대통령 권한 유지 사이에 괴리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건데요. 외교 영역에서 문제는 더욱 부각될 예정입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외교와 국방은 대통령의 고유 업무"라며 "총리가 대신 정상외교를 수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총리가 정상외교를 수행한다 하더라도 '급'을 맞추는 양자 정상회담은 불가한 만큼, 현 상태가 유지된다면 윤 대통령이 '불가피'함을 이유로 다시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출국이 금지된 만큼 순방은 불가능할 전망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