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탄핵소추로 내년 상반기 조기 대선 가능성이 대두된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2심 3심 재판 일정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2심 3심 판결이 언제 어떻게 나오느냐의 문제는 예민한 사안이다. 왜냐하면 2심 3심의 판결을 어떻게 받는가에 따라 이 대표의 대선출마 자격이 되느냐 마느냐, 그리고 유권자들이 그를 찍어도 되느냐 마느냐가 결정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12월 16일 법원은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항소심 사건을 서울고법 형사3부에 배당했다. 1심 6개월, 2·3심 각 3개월 내 처리라는 원칙에 따라 차질없이 신속한 재판이 진행되어 유권자의 혼란을 막기를 기대한다.
지난 11월 25일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에 대해 법원은 1심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것을 두고 법조계뿐만 아니라 다수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후폭풍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계엄·탄핵사태의 충격으로 이에 대한 논의가 실종됐다. 이제부터라도 건전한 의견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3심제 나라에서 1심 판결을 존중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1심 무죄판결은 이 대표의 방어권을 크게 봤다는 게 특징이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교사행위를 하면서 당시 김진성 씨가 위증을 할 것이라는 점을 알았거나 미필적으로나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이 대표의 행위의 고의성이 없다고 봤다.
김동현 판사는 참으로 묘한 판결을 내렸다. 위증한 김 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위증교사도 있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교사행위를 한 이 대표를 무죄로 판결했다. 재판부의 판단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고의성’과 ‘방어권’이다.
결국 위증을 요구하고 교사한 이 대표는 무죄인데, 처벌을 감수하고 그 위증을 수용한 김 씨만 유죄로 결론이 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대표가 노골적으로 위증교사를 하지 않았는데, 김 씨가 위증죄를 범할 수 있었을까? 김 씨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오버해서 거짓말을 하고 위증죄로 유죄를 받았다는 말인가? 이런 인과관계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가 어렵다.
물론 교사자와 피교사자의 관계가 상하관계가 아니라면 이렇게 고의성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둘의 관계가 위계서열의 상하관계와 같이 권력관계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속된 말로 권력자 앞에서 피교사자가 알아서 기면서 위증하거나 자발적으로 복종하면서 위증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위증범은 유죄를 받았는데, 교사범은 고의성이 없어 무죄가 되는 경우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런 판례가 거의 없어 2심인 항소심에 가면 ‘고의성이 없다’는 이런 방어권은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고의성이 없다’는 판단에는 미시적으로 작동하는 ‘규율권력’(disciplinary power)이란 개념을 넣지 않고 빠뜨린 상태에서 내린 잘못된 판단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감시와 처벌>이란 책을 쓴 미셀 푸코에 의하면, 현실에서 ‘규율권력’이란 굳이 강압적 언사나 폭력, 협박을 가하지 않아도 상대가 스스로 알아서 자신의 정신과 몸을 내부적으로 검열하고 통제하여 권력자에게 유리하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예속적 주체를 생산하는 권력이다.
1심 판결은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가 유력한 대권주자이면서 백현동 개발사업의 인허가권을 갖는 규율권력자의 신분이었다는 점을 빠뜨렸을 가능성이 크다. 규율권력자인 이 지사가 3차례 전화했고, 백현동 사업자인 김진성 씨는 이 지사의 말을 거스르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다.
이때 위계적인 상하관계를 만드는 규율권력이 작동했다면, 이 대표가 위증교사를 고의적으로 강하게 말하거나 시키지 않아도 김 씨가 알아서 권력의 속성대로 거짓말을 해서 위증을 했을 가능성도 크다. 이렇게 보는 게 상식적이지 않을까? 2심에서는 이재명의 규율권력이 작동했는지에 대해 적극 심리하고 검증할 필요가 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