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신뢰로 움직이고, 위기를 극복하는 핵심은 신뢰를 재건하는 데 있다.
현재 한국 경제는 여러 위기 요인이 얽혀 있으며, 구조적 문제와 외부 충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산업 생태계의 변화와 성장 동력의 부족, 대기업의 위기, 혁신 기술에서의 경쟁력 약화는 한국 경제의 근본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더하여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이후 한국 경제는 더 큰 타격을 입었다.
국제 사회의 신뢰 상실로 인해 한국 경제 전반에 심각한 부담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 자본의 대규모 유출로 급락했으며, 환율은 폭등해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과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졌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 공급망 혼란과 소비 심리 위축의 영향을 받으며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둔화되었다.
한국 경제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업 등을 주력 산업으로 하여 성장해 왔지만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여전히 세계적 위치를 점하고 있으나,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그리고 TSMC 등 경쟁자의 성장 속에서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이 감소하고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같은 혁신적인 기술이 부상하는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조선업은 중국과의 저가 경쟁 속에서 친환경 기술 도입에 대한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위와 같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계엄령이라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정치, 경제적 악재가 터졌다. 계엄령 이후 해외에서 한국에 대한 외화 크레딧 라인을 단절하면서 외환 유동성 문제가 심화되었다. 외화 크레딧 라인은 수출입 기업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결제 대금을 충당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아직은 외화 보유고가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으므로 단기적 관점에서 심각한 문제는 아니지만, 외화 유동성 부족은 장기적으로 국가 신용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환율이 급등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해외 자산 가치는 하락하고, 외화 표시 부채의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동성 문제를 넘어 한국 경제의 대외 신뢰를 악화시키는 문제로 이어진다.
계엄령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자본 유출로 인해 주식시장이 급락했고,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모두 타격을 입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의 정치적 안정성을 의심하며 대거 자금을 회수했고, 이는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공포를 불러일으키며 매도세를 강화했다. 증권시장의 혼란은 기업 자금 조달 능력을 약화시키고 생산 위축과 고용 감소로까지 이어진다. 이와 함께 소비 심리가 매우 크게 위축되고 내수 경제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국제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신속하게 정치적 안정화를 꾀하여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가 이루어지고 내란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지면서 빠르게 주식시장이 안정되고 가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현재의 정치적 혼란을 빠르게 극복하고 한국의 민주주의를 회복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또한, 계엄령으로 인한 하락한 국제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외교적 경제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해외 주요국 및 주요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를 확대하고, 국제 무대에서 한국 경제와 정치의 안정성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확인해 주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을 고위험 국가가 아닌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일수록 한국은 장기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산업 구조를 다각화하고 고도화해야 한다. AI, 바이오, 에너지 등과 같은 혁신 산업에 대한 육성을 경시하면 안 되며, 주요 산업에 대한 디지털 전환 역시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서 가속화해야 한다. 특히 기술 혁신과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와 글로벌 협력을 확대하고,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여 한국이 세계 변화의 중심이 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이러한 혁신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규제가 발목을 잡지 못하도록 규제 혁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024년 말 계엄령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정치적 상황 속에서 한국 경제는 위기에 빠져 있다. 그러나 오히려 현재의 위기를 발판 삼아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국제 사회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있다. 위기는 곧 기회다. 계엄령 이후 떨어진 국제 신뢰를 회복하고, 외환 유동성과 금융 시장을 안정화하며 글로벌 경제와의 협력을 확대한다면 한국 경제는 더욱 강력한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면, 이번 위기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위기는 성장의 씨앗을 품고 있다. 성장의 씨앗을 앞으로 어떻게 키우느냐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우리나라 경제가 계엄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2025년의 빛으로 환하게 밝아지길 바란다.
안희철 법무법인 디라이트 파트너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