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마지막을 강타한 불법 계엄 등으로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유독 다사다난한 해였습니다. 경제적으로도 AI의 대두와 함께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으며, 1994년을 뛰어넘는 극단적 폭염으로 반년 가까이 반팔만 입고 살았던 한해였죠. 토마토Pick이 올 한 해 있었던 주요 사건 10건을 꼽아봤습니다.
테러, 계엄…정치의 극단화
올해는 정치의 극단화가 그야말로 역대급을 찍었던 해입니다. 말 그대로 2024년 ‘시작부터 끝까지’ 사건의 연속이었습니다. 1월은 야권의 대권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칼에 찔리는 정치테러 사건이 있었는데요.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도 10대 학생으로부터 돌덩이에 피습당하기도 했습니다. 총선까지 거치면서 격렬한 갈등이 올해 내내 있었고,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 어느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비상계엄이라는 최악의 카드를 꺼내들기도 했죠. 계엄은 국회와 국민들의 격렬한 저지에 무산됐는데요. 계엄 저지는 국민의 승리라 할 만하겠지만, 올 한 해 대한민국의 정치사는 비극 그 자체였습니다.
남북관계 극단적 경색
남북관계도 그야말로 극에 치달았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수차례 있어 왔지만 올해는 그 결이 달랐는데요. 올해 초 북한은 우리나라를 ‘제1 주적’으로 규정했습니다. 10월에는 경의선과 동해선 등 남북 연결도로와 철도 선로 일부 구간을 폭파시켜 완전한 단절을 선언했죠. 이어 최근까지 시시때때로 오물풍선을 날려 전례없는 긴장상태가 지속됐습니다. 그동안 남북관계는 냉랭했다가 화해 국면에 접어들기를 반복했지만, 이처럼 완전히 갈라진 것은 군사정권 이후 처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텔레그램 딥페이크 유포
2024년은 AI 기술을 가미한 사이버 범죄가 수면 위로 드러난 해였습니다. 2020년대 들어 텔레그램에 개설된 단체채팅방을 통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음란물이 제작 및 유포된 것인데요. 피해자가 수백명에 이르고 자신이 피해자인 줄 모르는 상황이기까지 해 더 큰 혼란을 초래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AI 기술이 얼마나 악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었으며, 동시에 N번방 사건 때부터 계속 악용된 텔레그램 등 SNS에 대한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개고기, 사실상 국내 퇴출
동물보호단체와 업계 사이에서 수십년째 이어진 논쟁이던 개고기 퇴출 여부가 2024년에 확정됐습니다. 개 식용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인데요.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명을 넘은 만큼 당연한 귀결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전현직 대통령이 모두 대단한 애견인이었다는 점도 법안 공표에 한몫했죠. 다만 본질적으로 국민의 식문화에 대한 권리를 침해한 법안이라는 지적도 있어서 논란의 여지는 남았습니다.
빅테크 규제의 서막
라인야후-네이버 사태
올해 일본은 메신저 라인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이유로 우리나라 기업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을 요구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당연히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고 반발했는데요. 이는 AI 시대가 확산하면서 ‘데이터 주권’이라는 개념이 대두됐고, 세계가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 단면입니다. 해외에서는 틱톡, 페이스북 등 거대 빅테크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법을 마련하기 시작했는데요. 우리나라는 자국 기업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을 마냥 지켜만 봤고, 반대로 제대로 된 규제 법안은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그야말로 눈 뜨고 코 베인 셈이죠.
역대급 폭염 사태
2024년은 1994년 저리가라 할 정도의 역대급 폭염이 닥친 해였습니다. 1~3월부터 월 평균기온이 높게 나타나더니 4월에는 27도에 육박하는 등 이른 한여름을 맞았죠. 10월에도 20도가 넘는 기온을 보였고, 일부는 30도를 기록했습니다. 사실상 올해의 절반 가까이가 여름이었던 셈이죠. 사실 이러한 이상기온은 국내에서만의 일이 아니었는데요. 전세계가 폭염, 폭우 등 이상기후로 시름했습니다. 어쩌면 올해는 닥쳐올 기후위기의 서막이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안세영이 쏘아올린 공
스포츠 개혁 서막
올해는 2024년 파리 올림픽이 있던 해인데요. 우리나라도 양궁을 싹쓸이하는 등 쾌거를 이뤘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선수들의 혹사 등 여러 문제가 있었죠.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안세영 선수는 배드민턴협회 내부의 부조리를 폭로했는데요. 축구에서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등의 논란까지 터지면서 체육계 전반에 대한 개혁 요구가 커졌습니다. 국회에서는 체육계 전반의 부조리를 다루는 현안 질의가 열리기도 했죠. 과연 체육계가 유의미한 변화를 거둘 수 있을지, 아니면 정국 혼란의 파도 속에서 서서히 잊혀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의대 증원, 국민만 피해
정부는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2000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의료개혁을 예고했습니다. 의료계의 강한 반발로 본격적인 의정갈등이 시작했는데요. 전국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약 1만 명이 사직서를 냈고, 의대생들도 대거 휴학에 돌입했습니다. 그렇게 병원과 학교를 떠난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은 2024년 끝무렵에 와서도 끝내 돌아오지 않았죠. 이는 주요 상급종합병원들의 수익 악화 및 의료진 부족으로 이어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갔습니다. 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료진들간 입장 차가 여전히 커 갈등은 현재진행형입니다.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소설가 한강(54)이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2000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에 이어 두 번째인데요. 한 작가의 대표작으로는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등이 꼽히는 가운데 5·18 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소설 〈소년이 온다〉가 호평을 받으며 8주 연속 베스트셀러 기록을 세웠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서 계엄령이 선포되는 등의 정치적 혼란이 일어나면서 해당 도서는 더욱 주목받았습니다.
로제 ‘아파트’, 빌보드 강타
2024년 연말 가요계를 휩쓴 건 걸그룹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였습니다. 한국의 음주문화(랜덤게임 등) 한국적 콩클리시에서 착안한 이 곡으로 로제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8위, 영국 오피셜 싱글 톱100 차트 2위 등을 차지하며 K팝 여성 가수 신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는데요. 이같은 흥행을 통해 K-팝에서 ‘K’를 떼야 글로벌에서 통할 수 있다는 기존 편견 혹은 오해를 일부 깰 수 있었죠. 아울러 로제의 활약으로 블랙핑크는 팀뿐 아니라 솔로로도 존재감을 확인시켜줄 수 있는 명실상부 K팝 스타라는 점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