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입성이 확정되면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였습니다. 미 대선에는 많은 유명인들이 각자 지지하는 정치인을 돕기 위해 나섰지만 그중에서도 머스크는 유달리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러고는 기어코 자신이 지지하는 인물을 당선시켰죠. 그러나 미국 현지는 물론 세계에서도 이를 우려스럽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세간에서는 왜 머스크를 우려할까요? 토마토Pick이 머스크의 광폭 행보를 조명했습니다.
‘문어발’ 일론 머스크
머스크는 현대 기술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이 막강한 인물 중 한 명입니다. 트위터(현 X)와 같은 SNS에서부터 전기차 같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까지 머스크의 이름이 등장하고 있죠. 더 놀라운 것은 문어발식으로 나섬에도 사업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페이스X : 항공우주 장비의 제조 및 생산을 다루는 기업으로 2002년 설립됐습니다. 단순한 탐사가 아닌 아예 이주를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전 세계 인터넷 보급을 목표로 하는 스타링크를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테슬라 : 전기자동차에서 시작해 로봇, 에너지 기술 등으로 분야를 확장하는 기업입니다. 자율주행 기술부터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 등 여러 혁신적인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X(구 트위터) : 머스크는 지난 2022년 트위터를 인수했습니다. 머스크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도입하는 등 X를 단순한 SNS를 넘어 한 앱 안에 여러 기능이 있는 ‘슈퍼앱’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오픈AI : 머스크는 2015년 샘 알트먼 등과 함께 오픈AI 창업에도 관여했습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인류 복지를 위해 발전하게끔 한다는 비영리적 사명을 띠고 시작했는데요. 그러나 개발 방향에서 이견이 커 2018년 물러났습니다.
탄소세까지 찬성했던 머스크
머스크에게는 여러 면모가 있습니다. 친환경적이지만 동시에 만화와 게임을 좋아하는 등 소시민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죠. SNS에 올리는 수많은 글들은 조만장자의 것이라기에는 무척 소탈해 많은 이들을 열광하게 했습니다.
-네티즌에 친밀한 이미지 : 머스크는 SNS를 통해 네티즌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유머러스한 모습도 보여주면서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했으며, 동시에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 자신의 비전을 알리는 역할도 했습니다.
-신기술 강조 : 상술한 기업들의 공통적 특징은 신기술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입니다. 화성으로의 이주나 AI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게 대표적입니다.
-사회문제 관심 : 머스크는 사회적 문제에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데요. 그는 우리나라에 대해 “인구붕괴”라며 저출산 문제를 꼬집기도 했습니다. 한때 그는 탄소세의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지지 선언 후
머스크 돌연 ‘유턴’
그랬던 머스크가 미국이 대선 정국에 돌입하자 돌연 태도를 바꿨습니다. 트럼프 당선인(당시 공화당 대선후보)의 지지를 선언한 것인데요.지지 선언과 동시에 넘어 행보에도 많은 변화를 줬습니다. 대표적인 게 친환경 노선 철회인데요. “지구온난화는 심각한 리스크”, “친환경에 대찬성”이라고 했던 그가 기후위기에 “당장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입장을 선회한 것입니다. 친환경 정책에 거리를 두는 트럼프 노선을 따라간 것이죠. X를 인수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트럼프 당선인의 계정을 복구한 일이라는 점도 주목됩니다. 과거에는 정치적 발언에 대해 중립적인 스탠스를 취하며 기후변화 문제를 계속 지적했지만, 이 모든 행보가 완전히 돌변한 것입니다. 그는 규제를 완화하는 등 트럼프 당선인의 기업 친화적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해석되는데요. 갑작스러우면서도 판이한 행보였습니다.
‘왕좌지재’ 머스크
브레이크 없이 질주
이전부터 언행이 과감한 머스크였지만 최근엔 더욱 공격적이고 전방위적이 됐습니다. 정책에도, 타국 수장에 대해서도 발언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졌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당선 확정 직후 ‘정부효율부’ 지원자를 모집한 게 대표적인데요. ‘지극히 높은 아이큐를 갖고’, ‘주 80시간 이상 근무 가능하며’, ‘파트타이머는 필요 없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이런 요건의 구인공고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에게 어느 정도의 영향력이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머스크는 사실상 비선실세로서 군림하고 있습니다. 미 의회가 예산안을 처리할 때도 그러한 면모가 드러났는데요. 공화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예산안에 머스크는 “이 터무니없는 예산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의원이 있다면 2년 내 퇴출당해야 마땅하다”며 공화당 의원들을 비난했습니다. 얼마 후 트럼프 당선인이 나서 “미국에 대한 배신”이라며 머스크의 의견처럼 예산안을 반대했고, 결국 합의안은 엎어졌습니다.
달리는 머스크, 커지는 우려
머스크의 광폭 행보는 미국 내로 그치지 않습니다. 독일의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지지한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외부 영향력은 민주주의의 위협”이라고 비판하자 “슈타인마이어는 반민주적 폭군이다. 부끄러운 줄 알라”고 맞받아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영국에서 극우 주도 허위 정보 기반 반이민 폭동이 일자 “내전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해 영국 정부의 비판을 받은 바 있죠. 이처럼 머스크는 미국을 넘어 유럽 내정까지 간섭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사실상의 비선 행보에 우려도 커지고 있는데요. 보수진영 일부에서는 머스크의 테슬라와 중국의 사업적 관계를 이유로 머스크가 차기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머스크가 백악관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우려가 기저에 깔린 것입니다. 트럼프의 든든한 우군이지만, 가히 리스크라 해도 손색이 없을 지경입니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동행이 과연 어디까지 갈까요? 트럼프 2기의 중요 관전 포인트입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