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제주항공 참사 47일 전에도 무안국제공항으로 착륙하려던 한 외국계 항공사의 여객기가 새떼와 충돌(버드 스트라이크)해 인천국제공항으로 긴급 회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참사 전 조류 충돌에 따른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공항 측의 사전 예방 조처가 미흡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4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수색대원들이 엔진인양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6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1월12일 오전 2시경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출발해 오전 7시경 무안공항에 착륙할 예정이던 한 외국계 항공사의 여객기가 착륙 진입 시도 중 오른쪽 엔진에 큰 새 한 마리가 충돌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새의 크기가 매우 컸던 탓에 여객기 오른쪽 엔진이 완전히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조종사는 항공기와 새가 부딪힌 사실을 인식했지만, 관련 장치에서는 경고음이 들어오지 않아 선회하는 과정에서 오른쪽 엔진 마비를 확인했다고 합니다. 조종사는 다행히 왼쪽 엔진이 정상 작동되는 것을 확인하고, 항공기 수리가 가능한 인천공항으로 회항했습니다. 항공사 측은 “해당 항공기가 버드스트라이크로 무안에서 인천공항으로 다이버트(회항)했다”며 “현재 정비 중에 있다”고 했습니다.
주변 13km 이내에 철새 도래지 4곳이 자리해 새떼 출몰이 빈번한 무안공항에선, 참사 열흘 전인 지난달19일에 조류 충돌 예방위원회 회의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한국공항공사, 무안공항출장소, 취항사
진에어(272450) 등이 참석한 회의에 제주항공은 다른 일정으로 인해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당시 회의에선 조류 퇴치 인력과 차량 등의 부족으로 조류 분산, 포획 실적이 전년 대비 14.4%가 감소했다는 내용이 공유되며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고 당시, 현장엔 조류 퇴치 인력이 1명만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조류 충돌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별다른 조치 없이 공항을 정상 운영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분명 한 달 반 정도 전에 조류 충돌로 인한 긴급 회항이 있었고, 조류 충돌 예방대책회의가 있었다”며 “공항공사나 국토부가 안전을 위협하는 여러 시그널을 감지하고 사전에 적극적 조치를 취했다면 이번 참사를 막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교수는 “공항은 이런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운송사업자 역시 거기에 적절한 예비 정비를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이런 사고가 또 발생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