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2025는 한국·중국·일본의 총성 없는 기술 전쟁터이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로 대표되는 국내 기업들이 주도권을 이어갔던 가운데, 중국의 약진과 재도약하는 일본의 모습이 두드러졌습니다. 초격차 기술력만이 미래 생존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배경이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CES2025의 메인 전시장으로 불리는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 중앙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펼쳐지는 이들의 화려하고 웅장한 모습에 압도된 참관객들은 양사의 AI가 만드는 편안한 일상에 또 한 번 빠져들었습니다.
삼성전자의 '퍼스트룩 2025'에서 참관객이 홀로 디스플레이를 체험해 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특히 삼성전자가 '삼성 비전 AI'를 소개하기 위해 별도의 장소에 마련한 행사장에도 '홀로 디스플레이', '미러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체험하려는 참관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CES의 상징과도 같은 LG전자의 미디어아트는 이번에도 많은 참관객의 눈을 즐겁게 했습니다. LG전자는 전시관 중앙에 77형(인치) 'LG 시그니처 올레드 T' 28대와 대형 샹들리에 조명을 활용해 초대형 미디어아트를 연출했습니다.
LG전자가 CES2025에서 선보인 초대형 미디어아트의 모습. (사진=LG전자)
이에 질세라 중국 기업들도 야심차게 준비한 혁신 제품들을 내놨습니다. 여전히 국내 기업들의 제품을 카피한 것 같은 제품들도 적지 않았지만 중국의 기술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위기 의식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TCL, 하이센스 등의 의 부스를 둘러본 뒤 "그동안 중국 위협을 인식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면 이제는 대응을 위한 실행으로 옮길 단계가 됐다"고 언급한 점도 이를 방증합니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 개막 첫날인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센트럴홀 중국 TCL 전시관에서 관람객이 AI 로봇 '에이미'를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TCL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삼성전자 바로 앞에 대규모 전시장을 마련하면서 정면승부를 펼쳤습니다. TCL의 AI 집사로봇 '에미미'는 하루 4번 서비스 시연을 할 때마다 많은 참관객이 몰렸습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우리가 볼리를 처음 선보인지 꽤 오래됐는데 (경쟁업체가) 유사한 제품을 갖고 나왔다는 것은 우리가 가는 방향이 맞다는 것"이라고 경쟁자의 등장을 환영했지요.
중국 레노버는 CES2025에서 세계 최초 롤러블 노트북을 공개했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최근 몇 년간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일본 기업도 절치부심한 흔적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본업을 탈피한 것 같으면서도 자사가 보유한 근원 경쟁력은 잃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카메라 기업으로 유명한 니콘의 부스에서는 30분마다 이색쇼가 펼쳐졌습니다. 주방 로봇이 커다란 집게 손으로 그릇들을 식기세척기에 넣고 빼는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정교한 동작었는데요. 로봇 손 끝에 달린 카메라 렌즈가 물건의 위치를 빠르게 인식하고 작업을 수행한 겁니다. 기존 카메라 렌즈 사업에서 쌓은 광학 기술력이 바탕이 됐습니다.
소니는 엔터테인먼트 강점을 살린 자동차 관련 기술들을 선보였습니다. 크레인 카메라, 맞춤형 모션 플랫폼, 디지털 트윈 기술 등이 활영된 차량 촬영 시스템 'PXO 아키라'를 공개했습니다. 또한 혼다와 합작 설립한 소니혼다모빌리티의 첫 전기차 '아필라1'도 이번 CES2025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소니혼다모빌리티의 첫 전기차 '아필라1'의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5년만에 CES에 복귀한 토요타는 모빌리티를 넘어 스마트시티 구현에 공을 들였습니다. 일본 후지산 인근에 70만8000㎡(축구장 약 100개 면적) 규모로 지어지고 있는 우븐시티는 도시 전체가 수소 연료와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로만 작동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확장을 위한 일종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수행합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