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0회국회(임시회) 제4차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국회의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한덕수 국무총리가 12·3 비상계엄을 둘러싼 자신의 법적 문제에 대해 '회피'로 일관했습니다. 15일 국회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에 출석한 한 총리는 12·3 계엄의 절차적·실체적 흠결은 인정하면서도 법적인 문제에 관해서는 '발뺌'했습니다.
'기억나지 않는다'만 무한 반복
이날 열린 국조특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대상으로 한 두 번째 기관 보고였습니다. 증인으로 채택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신원식 국가안보실 실장 등 주요 대통령실 핵심 참모 등이 불참한 가운데 개최된 건데요. 대신 계엄 사태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한 총리가 출석했습니다.
앞서 국조특위는 한 총리를 포함한 92명을 증인으로 선정했습니다. 한 총리는 국조특위에 출석하지 않으면 국회가 '동행 명령'이나 '고발'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어 법적 문제를 고려해 출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자리에서 한 총리는 "(비상계엄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상황에 이르기까지 나를 포함한 모든 관련된 분들이 (계엄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 정말 안타깝다"며 운을 뗐습니다.
이어진 질의에서 한 총리는 "(계엄 선포는) 여러 가지 절차상 흠결과 실체적 흠결이 (있어) 정상적이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혐의가 연루된 법적 문제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한 총리에게 'A4 용지에 담긴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아느냐'고 질의하자 "모른다. 제가 받은 바가 없다. (다른 분들께도) 이야기 들은 바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헌법에 위반되는) 부분은 사법적 절차를 통해 밝혀져야 할 일"이라고 했습니다.
국무회의를 소집한 이유에 관해서도 변명으로 일관했는데요. 그는 "(계엄에 앞서) 국무위원을 소집하자고 (윤 대통령에게) 건의 드렸다. 그런 것을 통해 우리 국무위원이 모이면 틀림없이 반대 의견낼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당시 상황에 관해서는) 보고하고 있었는지 등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에게) '경제나 대외신인도에 굉장한 문제가 있다. 이 문제는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또 "(지난해)12월 3일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대화를 한 기억이 전혀 없다. 김 전 장관이 내게 사전 승인을 받은 것도 없다"며 부인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 등 증인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0회국회(임시회) 제4차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대통령실 안보실 차장들…일제히 의혹 '부인'
백해련 민주당 의원은 '김 전 장관의 변호인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비상계엄 건의를 한 총리에게 했다는 얘기를 했다'고 지적했는데요.
한 총리는 "전혀 그런 일이 없다. 바로 보도자료를 냈고, 필요하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얘기했다"며 "그 문제에 대해 (김용현 측) 변호인단도 (본인들이) 얘기했던 것을 번복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백 의원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위해 국무회의를 정상적으로 만들기 위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부서(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이 서명하는 행위)를 제안했다"고 따져물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한 총리는 "기억이 안 난다"며 "(국무회의가) 다 끝날 때쯤 참석했다는 것 정도다. 누가 사인을 해 두는 게 좋지 않느냐 하는 얘기가 있던 것으로 생각되는데 모든 장관이 (부서를) 다 반대했고 나도 반대했다. 사인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특정 언론사의 단전·단수를 이 전 장관이 지시한 사실을 알았느냐는 물음에도 한 총리의 답변은 "전혀 모른다"는 일관된 답변을 내놨습니다.
한 총리는 모든 책임을 윤씨에게만 떠넘겼는데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한 총리에게 "윤씨가 체포 영장을 집행당하기 전 '이 나라의 법이 모두 무너졌다'는 메시지를 냈다"는 말에 한 총리는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된다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도 자신의 결정에 대해 법적,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바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날 국조특위에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과 인성환 국가안보실 제2차장도 나란히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두 인물은 야권이 제기한 HID(북파공작원부대)에 방문해 훈련 상황을 확인했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인 차장에게 (김 차장이 HID에 방문해 불거진) 의혹을 알고 있냐'고 질의했는데요. 인 차장은 "들었다. 당시 사령관이 그 해에 바뀌었다. 최근 계엄 담당으로 연루된 정보사령관도 아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본인은) 외교와 대북 관계를 담당한다"며 "(HID에) 가서 브리핑을 받고 간단하게 훈련 모습을 참관했는데, (시기는) 지난해 6월 1일이다. (부대의) 처우개선차 방문했다"고 답했습니다.
아울러 인 차장은 안보실이 계엄 전후 정보사에 추가 인원을 차출했다는 문제에 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국정원)도 국조특위 증인으로 참석했는데요. 조 원장은 지난해 말 윤 씨와 만찬에서 '비상대권'을 언급했다는 부분에 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두 번의 기관 보고를 마친 국조특위는 앞으로 현장 조사 2회, 청문회 3회를 실시합니다. 현장 조사는 오는 21일과 2월 5일로 예정됐습니다. 청문회는 오는 22일과 2월 4일과 5일 개최로 총 3회 진행하는데요. 모든 활동을 마친 다음 달 13일에는 활동 결과 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입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