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지난달 미국에서 역대 최대 판매량을 갈아치운 현대차그룹이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 전쟁'의 포문이 열리면서 긴장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산 수입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북중미 지역에 투자한 현대차그룹도 관세 폭탄의 직접적 영향권에 노출된 모양새입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1월 미국 시장에서 월간 역대 최대 판매량을 갈아치웠습니다. 현대차 미국 판매 법인이 같은 기간 미국에서 5만4503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한 데 따른 결과입니다. 기아 미국 판매 법인도 5만7007대를 판매,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미국에서 판매 증가율 두 자릿 수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판매량을 빠르게 늘릴 수 있었던 이유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다양한 친환경차를 생산하며 고객 수요에 빠르게 대응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랜디 파커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 최고경영자는 “여러 모델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1월 판매 실적을 달성했다”며 “싼타페·투싼,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강력한 소매와 총판매부터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판매에서 기록적 성과에 이르기까지 놀라운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보편관세 부과 발표에 긴장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당장 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에는 25%, 중국에는 10% 추가 관세가 부과될 예정입니다. 트럼프는 전 세계 모든 수입품을 상대로 하는 10~20% ‘보편 관세’ 도입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습니다. 이 정책은 미국의 경제를 보호하고, 외국제품에 대한 미국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제안됐습니다.
미국·캐나다·멕시코는 자유무역협정 체결국으로 지금까지 3국 간 무역에 대한 관세는 거의 없었습니다. 관세 부과 시 맞대응 관세 부과가 예상되면서 상대국은 물론 미국 경제도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북미 공급망 구축을 위해 최근 몇 년 새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아시아와 유럽 기업 수천 곳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부과로 타격을 입을 전망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뉴욕타임즈는 기사에서 국내기업 중 피해 볼 기업으로 현대차그룹을 꼽았습니다. 현대차그룹은 멕시코 몬테레이에 기아와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공장을 두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조치를 앞두고, 현대차는 미국 현지 증산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등 대응 마련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준공되는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연간 생산능력을 현 30만대에서 50만대까지 늘리겠다는 입장입니다.
기아는 멕시코 생산량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기아는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멕시코산 K4를 캐나다 (수출) 선적에 늘려 싣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가격 인상이나 생산지 조정을 통해 (미국 관세에) 대비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멕시코에서 생산한 물량은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캐나다로 수출하고 미국 조지아주 기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늘려 관세를 피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