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중국을 상대로 벌인 '관세전쟁'과 차익 실현 여파로 가상자산 가격이 내려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무역 분쟁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지만, 미국의 가상자산 부양책 발표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3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오피셜 트럼프도 '뚝'
3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일 1억5600만원을 기록했다가 이날 정오 1억3700여만 원으로 내리막을 걸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밈코인 오피셜 트럼프는 2만5830원으로, 1월19일 기록한 10만9004원에서 4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도 500만원대에서 약 360만원으로 하락했습니다.
가상자산 업계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갈등으로 불확실성을 키웠고, 중국산 저가 인공지능(AI) '딥시크' 충격에 따른 기술주 급락 등 위험 회피 심리가 복합 작용했다고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는데요. 이 때문에 캐나다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며 반발했습니다.
이에 대해 고팍스 관계자는 "캐나다·중국의 WTO 제소는 갈등을 장기화시키고 세계 무역 환경에 불확실성을 더해 가상자산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양국의 WTO 제소로 관세 분쟁이 길어지면 무역 갈등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커지는데, 투자자의 위험 회피 심리가 주식·가상자산 같은 위험자산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얘깁니다.
이 관계자는 "관세로 인해 수입 물가가 올라가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다"며 "중앙은행들이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거나 금리 인하를 미루게 되면, 시장 유동성이 줄어 가상자산 가격이 압박을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캐나다와 중국, 멕시코, 유럽연합(EU) 등도 관세 부과·보복에 나서며 사태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무역 분쟁이 통화 분쟁으로도 번지면, 각국의 외환 정책이 급변할 수 있어 가상자산 시장에도 변동성이 심화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2월1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캐나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엄격한 관세를 부과하는 명령에 서명한 후 언론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타와·AP=연합뉴스)
장기 성장 가능성 높아
다만 트럼프 정부가 친 가상자산을 내걸고 들어선 만큼, 가상자산 부양 가능성은 여전히 높습니다. 업계에선 기업들이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세제 혜택과 면허제 완화, 합법적 초기 코인 공개(ICO) 지침 등 제도적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봅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상자산 가격을 부양시키겠다고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상반기에 규제 관련 지침이라든가 법안 진전 논의가 나오면 산업도 활성화되고 가격도 따라올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고팍스 관계자도 "은행이나 증권사 등 전통 금융권이 가상자산 상품을 적극 취급할 수 있도록 규제 개선을 유도하고 가상자산 상장지수 펀드(ETF), 상장지수 증권(ETN)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승인해 시장 유동성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