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부터 윤석열까지…탄핵심판 '고차방정식'

헌재 9인·8인·6인 체제 따라 정국 요동
선고 구속력, 권한쟁의·헌법소원 '결정타'

입력 : 2025-02-03 오후 5:43:37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헌법재판소(헌재)가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과 관련한 권한쟁의·헌법소원 선고를 연기함에 따라 윤석열씨에 대한 탄핵 심판도 덩달아 '고차방정식'이 됐습니다. 헌재가 마 후보자 미임명을 '위헌'이라고 판단하더라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을 미룰 수 있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헌재 9인·8인·6인 체제에 대한 경우의 수가 각각 달라 탄핵 심판을 전망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탄핵 심판 '향방', 최상목 손에…'지연 전략' 무게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 권한대행은 헌재가 마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선고가 나온다 해도 즉시 임명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됩니다. 최 권한대행은 마 후보자 임명과 관련한 헌재 결정문을 검토해 법무부 등과 추가 논의 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입니다.
 
'여야 합의' 부재를 마 후보자 미임명의 근거로 내세운 최 권한대행이 약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번 셈인데요. 여당에서는 마 후보자 미임명이 위헌이라는 헌재의 판단이라는 선고가 나와도 최 권한대행이 임명을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헌재는 심각한 절차적 오류까지 있는 이번 심판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리는 것이 마땅하다"며 "이번에도 헌재가 법에 의한 판단이 아닌 정치적인 것에 의한 판단을 한다면 스스로의 존립 기반을 무너뜨리는 결과가 될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했습니다.
 
윤씨에 대한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9인 체제가 완성되면 탄핵 인용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인데요. 이에 여당은 마 후보자의 '이념 편향'을 문제 삼으며 최 권한대행을 압박하는 모양새입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비상한 결단'을 거론하며 '탄핵' 혹은 '법적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마 후보자가 여야 합의에 따라 국회 몫으로 추천된 만큼 마 후보자 미임명은 최 권한대행의 '선택적 국정운영'이자 '월권'이라는 겁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헌법 취지에 비춰 볼 때 마 후보자 임명 거부는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만일 최 대행이 헌재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마 재판관을 즉시 임명하지 않는다면 이는 내란 공범이라는 결정적 확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여야 양측의 압박을 받고 있는 최 권한대행의 선택에 탄핵 심판 향방이 달린 건데요. 최 권한대행이 헌재의 추후 판단을 수용할지, 아니면 임명을 보류하며 버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갈립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마 후보자 미임명 권한쟁의 심판에 대해 "헌재 결정이 나온 후에 법률적으로 그 취지를 잘 살펴보고 (임명을) 결정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아직은 입장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헌재 결론에 구속력이 없다는 보수 일각의 주장에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권한쟁의심판 결과의 구속력에 다양한 해석이 있다는 반응을 보이며 숙고의 절차를 거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헌재는 강제 집행력이 없는 결정이라도 헌재의 결정을 따르는 것이 합법·합헌이라며 최 권한대행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 권한대행이 결국 '법률 검토'를 명분으로 삼아 여당과 보수층을 의식한 지연 전략에 동조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마 후보자 관련 권한쟁의·헌법소원 자체가 헌재의 '셀프 임명'이라는 비판까지 내놓고 있는데요. 관련해 노희범 전 헌재 헌법연구관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9명의 완전체로 사건을 심리하고 결정하는 것이 공정성과 정당성을 더욱 담보하는 길이기 때문에 헌재도 이를 고려한 것"이라며 "재판관들의 셀프 임명이라는 비판은 전혀 맞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왼쪽 빈 좌석은 증인석.
 
헌재 구성 따른 '경우의 수'
 
마 후보자 미임명과 관련한 권한쟁의·헌법소원 선고는 윤씨에 대한 탄핵 심판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헌재가 최 권한대행의 판단을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할 경우 현행 '8인 체제'가 유지됩니다. 하지만 이 경우 재판관 3명이 탄핵에 반대하면 정족수인 6명에 미치지 못해 기각됩니다.
 
헌재가 최 권한대행의 판단을 위헌이라고 판단한다면 '9인 체제'가 완성돼야 합니다. 헌재 9인 체제가 완성되면 탄핵 심판의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9인 체제에서는 3명의 재판관이 반대한다 해도 6명이 찬성하게 되면 탄핵안은 인용됩니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마 후보자가 재판관으로 임명될 경우 탄핵 인용 가능성이 커지는 셈입니다. 
 
변수는 '탄핵 심판 지연'입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는 오는 4월 18일 종료됩니다. 탄핵 심판이 4월 중순을 넘기고 마 후보자에 대한 임명이 지연되면 헌재는 '6인 체제'로 넘어가게 됩니다. 
 
헌재법 23조 2항은 '위헌·탄핵 등 결정은 종국심리에 관여한 재판관 6명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6인 체제에서도 탄핵 심판이 가능하지만 이미 여권에서 재판관들의 '이념'을 문제 삼으며 공정성을 거론하는 만큼, 정치적 부담은 불가피합니다.
 
노 전 헌법연구관은 "탄핵 심판의 진행과 결정은 마 후보자 임명과 무관하게 진행될 것"이라면서도 "마 후보자가 (임명되기 전에) 탄핵 심판이 결정될 가능성은 작다. 그럼에도 3월 초에는 탄핵 심판의 결론이 나게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동인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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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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