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헌재·구치소 앞 "계엄 합법", "헌재 못믿어" 선동 난무

헌재 출석하는 윤씨 응원하는 아스팔트 보수들
일부는 “국민 저항권 발동해야” 선동 목소리도

입력 : 2025-02-04 오후 3:10:40
[뉴스토마토 안창현·차종관 기자] 윤석열씨가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한 4일, 윤씨가 수감된 서울구치소와 윤씨가 출석할 헌법재판소 앞엔 아스팔트 보수들이 진을 쳤습니다. 이들은 “계엄은 합법이다”, “헌재는 법을 지켜라”고 외쳤습니다. 윤씨 탄핵 시도는 무효이고, 즉각 석방돼야 한다고 선동하는 겁니다. 
 
이날 헌재에서 윤씨의 탄핵심판 변론기일은 오후 2시부터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윤씨가 수감된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는 이날 오전부터 윤씨 지지자들이 모여들었습니다. 한파특보가 내려진 추운 날씨에도 연신 “윤석열 대통령 우리가 지킨다”는 구호를 반복해서 주장했습니다. 헌재에 출석하는 윤씨를 응원하려는 겁니다. 동시에 구치소를 찾은 일반 시민들에겐 윤씨의 계엄은 합법이라고 선동하는 겁니다.
 
밤새 구치소 앞을 지켰다는 70대 남성은 취재진 앞에서 “우리나라 요직에 범죄자와 간첩들이 가득하다. 민주당도 선거부정이 드러나면 어떻게 될지 아니까 최후의 발악을 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후진국으로 돌아가길 원하냐. 중국의 속국 되길 원하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대통령이 눈이 안 좋으셔서 치료를 받으셨다”며 “계속 헌재에 출석해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4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윤석열씨를 태운 법무부 호송차들이 헌법재판소로 출발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날 경찰에 신고된 구치소 앞 시위 인원은 300명입니다. 하지만 시위 참가자들은 50여명 정도였습니다. 날씨가 추운 탓에 많이 모이지 않은 겁니다. 이들은 경찰이 구치소 앞 차도를 통제하기 시작하자 “우린 합법적으로 시위한다”, “경찰 물러가라”며 소란을 벌였습니다.  
 
헌재로 출석하기 위해 윤씨가 탄 법무부 호송차는 낮 12시17분쯤 서울구치소를 출발했습니다. 호송차는 약 23분 만인 낮 12시40분 서울 종로구 헌재에 도착했습니다. 윤씨가 떠난 후 구치소 앞에서 일부 지지자들은 헌재가 있는 서울 종로구 안국동으로 이동해서 계속 시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헌재 앞에선 오전부터 아스팔트 보수들은 집결했습니다. 아스팔트 보수들이 애용하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팔기 위해 상인들도 장사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1인 시위를 하던 60대 남성은 “헌재는 탄핵을 각하해야 한다”며 “헌재가 매국노 이완용이 되기 싫다면, 중국 공산당에 나라를 바치기 싫다면, 치욕스러운 조상으로 기억되기 싫다면 재판관들은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 아스팔트 보수들이 윤석열씨를 응원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안국역 인근에선 자유통일당이 주최한 시위가 오후 2시부터 시작됐습니다. 시위에는 100여명 남짓이 모였습니다. 이전 시위에서 본 것과 다른 디자인의 ‘대통령을 석방하라’, ‘STOP THE STEAL(도둑질을 멈춰라)’ 피켓이 눈에 띄었습니다. 마치 발주를 새로 맡긴 듯, 피켓의 색상과 무늬가 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하얀 백지가 배경이었다면 이젠 태극 무늬와 색상 위에 ‘대통령을 석방하라’ 등의 문구가 써진 겁니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전 서울고등법원에선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과 송철호 전 울산시장에게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아스팔트 보수들 사이에선 “말이 안된다. 사법부 정신차리라”면서 재판부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습니다.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헌법재판소를 믿을 수 없다”며 “우리는 국민 저항권을 발동할 것”이라고 아스팔트 보수들을 선동했습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은 승리할 수 있다”면서 “석방하라”를 삼창했습니다.
 
연단에 오른 한 20대 남성은 “세상에 빨갱이가 너무 많지만, 불의한 헌법재판관을 고발하는 게 먼저”라며 “반국가세력에 소속된 헌법재판관이 공정한 판결을 할 수 있겠나”고 소리쳤습니다. 그러면서 “문형배 헌법재판관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호형호제를 하는 사이”라며 “가짜뉴스 공장장 김어준을 존경한다고도 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이냐”라고 발언했습니다.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안국역 2번, 3번 출구 출입을 통제하면서 일부 아스팔트 보수들은 동영상을 찍으며 경찰에 항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4일 서울시 종로구 안국역 사거리에서 '부정선거 부패방지대'가 탄핵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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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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