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험생들에게 인기있는 역사 강사 전한길은 윤석열(대통령)의 계엄사태가 '진실을 보게 된 계기'라면서 "통합하는 대한민국 만들기 위해"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해 세몰이를 하고 있다. 역사를 가르치는 인사라 해서 그의 연설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이승만 전 대통령도 존경한다. 편협한 가치관을 극복해야 한다"며 "그동안 사람들은 이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하면 우파라고 하고 그를 독재자라고 하면 좌파라고 편 가르기 해 공격했는데, 우리 2030 세대들은 이런 기성세대가 만든 편협된 세대 관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을 때에는 뭔가 차이를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한길은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에서 병력 동원 규모를 애써 국회 281명, 선거관리위원회 297명으로 줄여 "5·16군사정변 때는 계엄군이 3만5000명 동원됐고, 12·12 사태 당시에는 2만여명이 동원됐다. 그때와 비교하면 비상계엄 때는 100분의 1도 안 되는 군인이 투입됐다"라며 '계몽령'이라고 윤석열을 두둔했다.
그는 비상대권 조치의 단초가 된 지난 2024년 8월15일 윤석열의 광복절 기념사를 무시했다. 대통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산 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습니다....우리는 결코 이러한 공산 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 추종 세력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정치적 반대세력을 적대시하는 이념몰이를 했다. 이러한 인식은 12월3일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한" 비상계엄 선포로 이어졌다.
"편협한 역사관은 갈등의 소용돌이를 키울 뿐"
전한길은 "윤 대통령이 '경찰도, 경호처도 모두 소중한 우리 국민'이라며 스스로 희생을 선택했다"며 "나는 그때야....누가 더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지, 누가 더 스스로를 희생하려 하는지 정확히 진실을 알게 됐다"고 사실에 어긋나는 주장을 했다. "26년간 좌나 우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된 시각에서 늘 역사를 가르쳐 왔다"면서 편협한 가치관을 극복해야 하고, 세대 간 통합을 거듭 강조하면서 말이다.
29차례 탄핵을 내세우지만, 비상계엄 선포 이전 야당에서 발의한 탄핵소추안 22건을 살펴보면 국정 마비가 아니라 법 집행의 공정성과 형평성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계엄 직전 소추안은 대통령 부인 주가조작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담당 검사 3인에 대한 것이고, 그 이전 11건의 소추 대상자도 모두 수사 검사들이다. 그 외에 15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이태원 압사 사고 관련 장관의 책무, 대통령실 감사 및 언론장악 견제 등이다. 이것은 강력한 대통령제 아래 국회의 견제 일환이다. 그런데 윤석열은 정치력으로 여소야대 정국을 극복해나가지 않고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라면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인 1500여명과 경찰 4200여명을 동원했다.
윤석열은 옛 쿠데타 세력의 세대가 아니라 전한길 강사나 필자와 가까운 세대이다. 그런데 부모 세대의 땀과 노력 덕분에 이룬 산업화를 토대로 발전시킨 민주주의로 선진국의 길목에서 4·19혁명 후 9개월 만에 일으킨 1961년 5월 군사정변, 신군부 세력의 정권 장악을 위한 1979년 12월 군사쿠데타와 같이 병력을 동원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역사는 우리에게 현재를 성찰해 미래를 전망하게 한다. 전 강사가 내세운 "대한민국을 다시 살려내고 굳건한 한미동맹 속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우리 2030 세대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윤석열의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겠다"는 계엄령을 "우리를 사랑한다"거나 국가시스템 회복을 내세우며 '계몽령'이라고 호도할 것이 아니다.
조성훈 전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