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저가 공세에 관세 폭탄까지…반덤핑 조사 '고대'

트럼프 "철강 25% 관세 부과"…폭풍 현실화
경쟁력 약화 등 타격 불가피…업계 "예의주시"
쿼터제 폐지·축소 등 최악의 경우 "대응 고심"
실적·전망 ‘먹구름’…반덤핑 조사결과에 기대

입력 : 2025-02-10 오후 2:50:45
 
[뉴스토마토 배덕훈·이승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어느 철강이든 25% 관세를 부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전세계 철강업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로 인해 수년째 적자에 허덕이는 국내 철강업계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서 실적이 더 악화될 우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9(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0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달 31일 트럼프 대통령은 수개월 내에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시사한 바 있는데요. 그 시점이 빠르게 앞당겨진 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집권 1기 당시 국가 안보를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를 적용해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당시 한국과 미국은 2015~2017년 연평균 수출량(383만톤)70%에 해당하는 쿼터제(수입물량 제한) 도입으로 철강 관세 면제에 합의했습니다. 이에 한국은 263만톤까지 무관세 정책을 적용 받고 있는데요. 이를 넘어서는 수출 물량에는 25%의 관세가 부과됩니다. 미국철강협회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철강 수입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미국에 2809000톤의 철강을 수출했습니다. 이는 캐나다(6557000), 브라질(4498000), 멕시코(3517000)에 이은 4번째 규모입니다.
 
트럼프의 철강·알루미늄 추가 관세 부과 조치는 우리나라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닌 것으로 풀이되지만, 이로 인한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미국 철강 시장에서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산의 가격 경쟁력은 약화되는 반면, 미국산 철강 제품은 시장 점유율이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철강업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정책 강화가 예고됨에 따라 여러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준비 중이었는데요. 관세폭풍이 빠르게 현실화하면서 비상체제 전환 등을 고심하는 한편, 행정명령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파악하려는 모습입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상황을 모니터하면서 여러 시나리오에 대해 준비하는 중이라며 이번 관세 조치가 쿼터제 체결 국가에 포함되는 것인지 비체결 국가에만 해당하는지 여부 등 아직 상황이 명확하지 않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만일 트럼프 행정부가 최악의 상황으로 쿼터제를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경우 철강업계에 직접적 타격도 우려되는데요. 또 다른 관계자는 일단 상황을 봐야겠지만 쿼터제가 철폐되거나 축소될 경우 타격이 클 것이라며 수출을 포기할 수는 없기에 관세를 부담하고 수출을 하든 가격을 올리든 경쟁력은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교수는 현재 상황만 가지고 어떻게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니고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관세도 우리나라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봐야한다만일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관세를 더 많이 부과 받게 되면 이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일이나 12일에 상호 관세를 발표하겠다고도 했는데요. 아직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이에 따른 여파에도 업계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습니다. 상호 관세란 특정 제품의 교역에서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보다 상대국이 미국산을 수입할 때 더 많은 관세를 매길 경우 그 차이만큼 추가로 부과하는 보복 관세를 의미합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처럼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관세를 상당 부분 철폐한 나라는 큰 영향이 있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관세카드를 꺼내든 것을 감안하면 미국 입장에서 대표적인 무역적자국인 한국도 영향권에 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미일간 무역에서 미국이 적자를 보는 것과 관련해 적자를 줄이기 위해 협력하길 원하고, 균형을 이뤄야 한다관세는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옵션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만일 모든 국가에 상호 관세가 부과되면 현재 중국의 저가 공세 물량에 힘들어 하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의 어려움이 심화할 가능성도 있는데요. 캐나다, 브라질 등의 대미 철강 수출 물량이 미국 대신 유럽이나 아시아 쪽으로 유입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연쇄 작용으로 인해 경쟁력 악화가 불가피 합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생산된 열연제품. (사진=뉴시스)
 
반덤핑 관세 부과보복 관세 우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는 중국과 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AD) 조사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현대제철이 중국과 일본산 열연강판을 대상으로 신청한 반덤핑 조사 접수 검토 결과를 오는 19일 공개할 전망인데요. 그간 철강업계는 해외 저가 철강제 공세에 따른 경영실적 악화 등 피해가 늘고 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중국 철강업체들은 자국 건설 경기 침체로 소화되지 못한 철강재를 싼 가격으로 한국에 밀어내고 있는데요. 엔저를 등에 업고 가격이 낮아진 일본 제품들도 국내로 속속 수입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우리나라가 이들 국가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경우 이들 국가가 보복 관세로 대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산업도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특히나 덤핑이라는 건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춰 수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정당하게 산업보호 측면에서 요구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배덕훈·이승재 기자 paladin7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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