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이용 어렵네' 실손24 앱 불편 가득

병원 찾는데 오래 걸리고 인증 절차 복잡
앱 꺼짐 등 소소한 오류도 다반사

입력 : 2025-02-11 오후 3:54:51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해 탄생한 '실손24' 애플리케이션(앱)이 복잡한 절차와 정보 부족으로 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 이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복잡했던 보험금 청구 절차를 앱으로 간편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복잡한 인증 절차 등이 고령자들에게는 문턱으로 작용합니다. 
 
디지털 취약계층에겐 간소화 무색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개발원이 운영하는 실손24 앱은 지난해 10월25일부터 병상 30개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1단계 시스템을 운영 중입니다. 실손24에 참여 중인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종이 서류를 떼지 않고도 앱을 통해 간편히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절차가 간편해 보험금 청구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 도입 이전부터 실손 가입자들의 기대가 높았습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시행 이후 현재까지 실손24 앱 가입자 수는 100만명에 육박하고, 가입자의 85.8%가 보험금을 청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이용자들의 불편사항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실손24 앱을 이용한 한 이용자는 앱 이용 후기에 "방문했던 병원(정보)을 찾는데 최대 2~3일이 걸린다고 한다"며 "다른 앱들은 내역을 빨리 보여주는데 실손24는 병원찾기가 어렵다"고 호소했습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실손24에 참여한 병원을 먼저 조회한 뒤 보험금 청구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데 그 과정이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실손24 홈페이지 화면. (사진=실손24 캡처)
 
앱을 통해 대리청구를 할 때, 인증 절차가 많고 시간도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대리청구는 보통 앱으로 보험금 청구가 어려운 부모를 대신해 자녀가 보험금 청구 위임을 받는 기능입니다. 이마저도 자녀가 디지털 시스템에 익숙하지 못할 경우 간소화 기능은 무색합니다.
 
한 이용자는 "(피보험자로부터) 보험금 청구권을 위임 받아 보험사 약관에 최종 동의를 하기까지 단계가 있는데 기간 내에 완료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핸드폰 하나로 보험금 청구가 다 되니 간소화는 맞지만, 기계를 다루지 못하는 취약계층에겐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실손24를 운영 중인 보험개발원도 할 말은 있습니다. 기존에는 병원을 방문해 종이 서류를 떼는 등 시간이 많이 걸리는 복잡한 절차를 생략하는 점은 이점이지만, 반대로 이 절차를 너무 간편하게 만들면 보안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손24를 운영하는 보험개발원 측은 "실손24는 가입 병원 데이터만 있는 타앱과 달리 전국에서 매일 달라지는 개원과 폐업 현황까지 반영하다 보니 병원을 찾는 것에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오히려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인증 절차가 많은 것은 보안을 강하게 하기 위한 절차"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해 탄생한 '실손24' 애플리케이션(앱)이 복잡한 절차와 정보 부족으로 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 이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2023년 10월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된 모습. (사진=뉴시스)
 
실손24 참여 병원 제한적
 
실손24를 통해 자동으로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병원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불편 사항으로 꼽힙니다. 지난 4일 기준으로 실손24 1단계에 시행에 참여 중인 병원은 487곳으로 집계됐습니다. 다만 오는 10월25일부터 의원급 의료기관과 약국을 대상으로 2단계가 시행되면 참여 의료기관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은 점차 개선될 전망입니다.
 
실손24를 통해 전송할 수 있는 서류 항목을 인지하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불편도 있습니다. 보험업법에 따라 병원에서 보험사에 자동으로 전송할 수 있는 서류는 진료비 영수증, 진료비 세부 내역서, 처방전으로 제한됩니다. 이 때문에 한 이용자는 "(자동 전송 서류 외) 일반 보험사 앱과 똑같이 사진을 찍어서 전송할 것 같으면 실손24앱을 왜 쓰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도 실손청구 간소화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실손24 앱의 미비점을 개선하고, 이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실손24는 서류 전송대행 역할을 하는 앱일 뿐, 간소화 시스템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건 결국 정부가 의료업계를 설득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앞서 허창원 보험개발원장은 지난 5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실손청구 간소화 확산 추진단을 구성해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등 각 협회 중심으로 확대를 논의 중"이라며 "네이버 지도에 실손24가 가능한 병원을 표시하는 방안 등 병원 참여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손24를 통해 자동으로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병원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불편 사항으로 꼽힌다. 사진은 서울 한 건물에 약국과 병원의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윤민영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