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정보기술(IT)·게임 업계 노조가 공동요구안을 발표하며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와 건강한 노동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와 함께 소프트웨어 업계를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는 12일 서울 중구 성공회빌딩 본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IT·게임 업계 노조가 머리를 맞대고 마련한 공동요구안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공동요구안의 주요 내용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조치위원회 설치 △인사 평가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평가 기준 공개 △전환배치 절차 개선 △기업 변동 시 노동자 권리 보호 절차 개선 등입니다.
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은 "노조 활동으로 IT·게임업계에서 노조가 있는 사업장이라면 포괄임금제가 거의 다 퇴출됐다"며 "한걸음 더 나아가 업계 노동자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고용불안, 직장내 괴롭힘, 공정한 평가 등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노동 조건을 향상시켜 보자는 출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공동요구안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조치위원회의 경우 노동조합 추천 3인과 회사 추천 3인의 노사동수로 구성하자는 제안을 내놨습니다.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부위원장은 "현행법상 괴롭힘 발생 시 조사 판단 주체가 모두 사용자 측에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주관이 조사와 판단에 개입할 여지가 있어 노사 동수로 구성해야 한다"며 "인재 중심의 산업으로 체계적인 인적 관리를 강화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부위원장이 공동요구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인사 평가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오 부위원장은 "IT·게임 업계에서 ‘공정한 보상’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며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사 평가 기준을 명확히 공개하고 구성원들이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부 조직의 경우 조직장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평가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평가 기준을 객관적으로 만들고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IT·게임 업계 특성상 프로젝트 개편, 시장 변화 등에 따라서 전환배치와 기업 변동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내용도 공동요구안에 담겼는데요. IT위원회는 당사자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전환배치, 기업 변동에 따른 고용 불안을 느끼는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오 부위원장은 "노동자들이 안정된 토대 위에 본인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좋은 성과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절차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습니다.
IT위원회는 올해 임금, 단체교섭에서 업계 최초로 공동요구안을 도입하는 한편, IT업계 전반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연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주 52시간제 예외 확대는 시대착오적"
한편 이날 간담회에선 최근 소프트웨어 업계를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노조 측은 일단 이 부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오 부위원장은 "공동요구안의 취지는 노동자들이 건강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 확대는 이러한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일부 시대착오적인 경영진들의 주장에 정치권이 반응하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으며,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는 움직임이 격화될 경우 노조 차원에서 강한 대응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가 IT·게임 업계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와 건강한 노동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공동요구안을 발표했다.(사진=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