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관세전쟁…미·중 신냉전 2R

10일 철강·알루미늄…11~12일 상호 관세 부과 방침
'무역전쟁' 2라운드 이미 시작…미국인들 '물가·관세' 우려

입력 : 2025-02-10 오후 5:55:17
[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서울=박주용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치광이 전략'을 앞세워 관세전쟁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캐나다·멕시코 등을 굴복시킨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광·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상호 관세' 카드까지 꺼내들었습니다. 취임 20여일 만에 속도전으로 '무역전쟁 칼춤'을 추고 있는 트럼프 광기에 미국 언론뿐 아니라 국민들 모두 물가와 관세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요.
 
중국은 미국의 관세 공격에 맞서 예정대로 보복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이로써 양국 간 무역 긴장이 2020년 '1단계 무역합의' 이후 최고조에 달했는데요. 이른바 미·중 무역전쟁이 2라운드에 돌입한 분위기입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촉발되면서 전 세계 경제가 폭풍전야에 휩싸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뉴올리언스로 이동하는 비행기에서 "오는 10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AP 연합뉴스)
 
"25% 철강 관세, 한국·일본에 더 큰 피해"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프로풋볼 결승전인 슈퍼볼이 열리는 뉴올리언스로 이동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이 같은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그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어느 철강이든 25% 관세를 부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불특정 다수 국가에 대한 '상호 관세'에도 불을 지필 전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11일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을 시사했는데요. 그는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동등하게 대우하도록 할 것이다. 우리는 더 많이도 더 적게도 바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상호 관세는 상대국이 부과하는 관세율 수준에 맞춰 동등한 관세를 매기는 것입니다. 트럼프는 상호 관세에 대해 특정 국가나 세부 적용 품목을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자동차'를 콕 집어 거론했습니다. 유럽연합(EU)이 미국 자동차에 10%의 관세를 부과하지만 미국은 유럽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언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상호 관세는 발표 즉시 적용한다는 방침입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의 상호관세 발표를 포함한 관세 인상과 무역 전쟁의 위협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는 기업이 계속 고용을 유지할 것이라는 사실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되고, 시장은 환영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상호관세는 다른 국가들이 미국 제품에 부과하는 것과 일치하도록 미국이 수입품에 부과하는 부과금을 인상할 것이며, 이는 새로운 무역 분쟁을 촉발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광범위하고 아낌없이 사용할 의향이 있다는 가장 최근의 징후"라고 해석했습니다.
 
여기에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을 대상으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25% 관세 부과에 대해 한국과 대만, 일본 등의 국가들이 중국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소재 삭소방크의 차루 차나나 최고 투자전략가는 "2018년 관세 이후 중국은 더 이상 미국의 주요 철강 공급국이 아니다"라며 "대신 캐나다, 멕시코, EU, 일본, 한국, 대만, 브라질과 같은 국가들이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수요 둔화와 같은 역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크게 우려할 부분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불확실성과 보호주의 세계로의 전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슈퍼볼 LIX에 참석하여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대미 보복관세' 시행…최악 땐 무역전쟁 '장기화'
 
'무역전쟁' 2라운드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미국의 대중국 10% 보편 관세 인상에 맞서 중국이 예고한 대로 10일 0시(중국 현지시간)부터 일부 제품 보복 관세 부과 정책을 개시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미국산 석탄·액화천연가스(LNG)에 15%, 원유·농기계·대형차·픽업트럭 등에 10%의 추가 관세를 각각 물리기로 했습니다. 구글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와 텅스텐·텔루륨 등 광물자원 수출 통제, 패션기업 PVH 그룹과 생명공학업체 일루미나 제재 등의 보복 조치 등이 포함됐습니다. 
 
다만 중국의 보복 관세 시행에도 백악관을 비롯해 트럼프 행정부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고 있습니다. 중국 측의 보복 조처가 충분히 예견된 데다 미국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작년의 미국 무역수지 적자는 1년 전보다 17% 증가한 9185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2954억달러의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나 세계 1위로 집계됐고, 다음 타깃으로 지목하고 있는 EU가 2356억원으로 2위를 기록했습니다. 한국과의 대미 무역수지 적자 폭은 660억달러로 9위에 집계됐습니다.
 
결국 미·중 양국의 협상에 여지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데요. 다만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20년 1단계 합의 당시와 달리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한 만큼, 단기적 타결보다는 장기적 기싸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2020년 1단계 무역합의는 양국이 18개월 간의 무역전쟁 끝에 타협했습니다.
 
미 국민 73% "관세 새로 부과 땐 물가 상승"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 관세전쟁은 점점 격화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트럼프 정책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물가와 관세를 우려했습니다.
 
<CBS뉴스>와 여론조사업체 유거브가 지난 5∼7일 시행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2.5%포인트)를 보면 응답자의 73%는 관세를 새로 부과하면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조사 대상의 66%는 트럼프 대통령이 물가를 낮추는 데 충분히 집중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때문에 식료품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는 51%,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는 28%로 나타났습니다. 관세 정책과 관련해서도 관세에 대한 찬성 의견이 반대보다 많은 곳은 중국(56%)뿐이었습니다. 멕시코(44%), 유럽(40%), 캐나다(38%)는 반대가 더 많았습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서울=박주용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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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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