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몰아치는 '미 무역법 301조' 공포

무역 적자 장기화, 1974년 '보복 관세' 제정 배경
계기는 '플랫폼법'…명분 삼아 EU부터 한국까지

입력 : 2025-02-07 오후 4:21:50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캐나다·멕시코 등을 겨냥했던 칼날은 유럽연합(EU)과 대한민국을 향하고 있습니다. '보복 관세'를 가능케 하는 '미 무역법 제301조'의 공포가 한층 가까워진 셈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4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가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에는 보이지 않음)와의 공동 기자회견 도중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글·애플 등 제재, 용납 불가"
 
6일(현지시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USTR) 지명자는 상원 재무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EU와 한국 등 여러 국가가 특별한 요건이나 세금으로 미국 기술기업을 겨냥하는 조치를 진전시키면서 자국 기업과 중국 기업에는 그것을 면제하는 것에 맞설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하나'라는 질문에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애플·구글 등 빅테크 기업에 대한 전 세계의 규제 움직임이 확산하는 것을 직접 막겠다는 건데요. 현재 EU는 반독점 규제법을 통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에 나선 상태입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스위스 다보스포럼 화상 연설에서 "매우 불만이 크며 일종의 세금"이라고 직격했습니다. 
 
이에 발맞춰 그리어 지명자는 "디지털 교역과 기술 기업 등을 어떻게 규제할지에 대해 국내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며 "우리 기업에 대한 규제를 EU나 브라질 등 다른 나라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미국상공회의소 등은 디지털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추진하는 한국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입법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출한 바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플랫폼 사업의 반칙 행위를 막고 위법행위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발의했는데요. 이는 자사 우대·끼워팔기 등을 제한하고 최혜 대우 요구 등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그런데 이 대상에 포함되는 게 구글과 애플 등입니다. 
 
이들은 한국의 플랫폼법이 중국 기업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애플과 구글 등 미국 기업은 규제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 무역수장이 될 그리어 지명자가 공개적으로 한국을 겨냥한 셈인데요. 이미 EU를 직격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칼날'이 한국에도 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우리의 '디지털 챔피언' 기업들에 대해 통제하려는 여러 가지 시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이를 규제해 차별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무역법 301조 등을 검토해 우리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들여다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무역법 301조 근거로…중국에 '최대 25%' 부과 
 
그리어 지명자가 언급한 '무역법 301조' 카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당시 전방위로 활용한 관세 보복 카드입니다. 무역법 301조는 타국의 차별·불공정 행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1970년대부터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악화하자 미국은 1974년 무역법 제정을 통해 대통령에게 일정한 사유와 관련해서는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결국 이는 타국에 대한 '보복 관세'를 가능하게 했는데요.
 
실제로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는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중국산 상품에 최소 7.5%에서 최대 25%의 관세를 수차례에 걸쳐 부과했습니다. 무역법 301조에 따라 부과된 조치는 발동 4년 후에 종료됩니다. 
 
트럼프 1기는 집권 기간 총 6건의 보복 관세 조치를 취했는데요. 중국에는 기술이전과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보복 관세를, EU에는 대형 여객기와 관련해 보복 관세를 각각 부과했습니다. 프랑스와 베트남 등에도 이 같은 조치가 시행됐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이 기조는 유지됐고,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중국산 상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인상 방침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결국 트럼프 1기부터 시작된 '관세 전쟁'이 돌고 돌아 트럼프 2기에 더 강력하게 돌아온 겁니다. 
 
2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컨네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미 무역적자 '최대치'…한국 타깃 '시간 문제'
 
미국 무역법에 '보복 관세'가 자리 잡게 된 건 결국 무역 적자에 따른 조치입니다. 미국 무역 적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미 상무부는 2024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9184억달러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수출이 전년 대비 3.9% 늘었지만 수입이 6.6% 늘어난 게 무역수지 적자 증가의 원인이 됐습니다. 
 
특히 교역 국가별로 보면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폭이 2954억 달러로 가장 컸는데요. EU가 2위로 2356억 달러이며, 한국은 660억 달러로 9번째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취임과 동시에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한 관세전쟁의 포문을 연 상태입니다. 중국에 대한 10% 추가 관세 부과는 이미 발효됐고, 중국도 10일부터 '보복 조치'에 들어갑니다. 결국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낸 한국도 타깃이 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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