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본고장 미국에서 지난해 11월 첫 공개돼 큰 호응을 받고 있는 '아이오닉9'가 한국에 상륙했습니다. 아이오닉의 플래그십 모델인 아이오닉9는 기존 내연기관 패밀리카의 장점을 전기차에 접목한 가족친화형 SUV입니다.
지난 11일, 현대차가 만든 첫 대형 전기차인 아이오닉9을 서울 광진구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마주했습니다. 첫 인상은 '웅장' 그 자체였습니다. 같은 대형급인 기아 EV9과 비교해도 차체가 더 크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면부와 코너, 루프라인이 매끄러운 곡선 형상으로 처리한 에어로스테틱 실루엣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에어로스테틱은 에어로다이내믹과 미학을 뜻하는 에스테틱의 합성어로, 공력의 미학을 담은 디자인을 의미합니다.
전면부와 헤드램프 디자인은 그랜저의 앞모습처럼 로보캅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미래지향적이었습니다. 투명한 소재로 처리된 전면부 램프 위는 파라메트릭 픽셀이 정교하게 조화를 이뤘습니다. 또한 아이오닉9는 현대차 승용차 중 가장 긴 3130mm의 휠베이스(앞·뒤 바퀴 간 거리)를 자랑합니다.
아이오닉9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2열이었습니다. 2열에는 '스위블 시트'가 적용됐습니다. 좌석을 돌려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습니다. 스위블 시트를 180도 회전해 3열과 마주 보게 하면, 가족끼리 대화를 나누기 용이한 공간이 완성됩니다. 차박할 때 3열을 접고 테일게이트(후면부 문)를 열어 바깥 풍경을 바라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고(높이)가 낮아 활용성이 떨어지는 3열 또한 아이오닉9에서는 2열 못지않은 공간으로 활용이 가능했습니다. 현대차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로 평탄화된 바닥이 1열부터 3열까지 이어지는데다 C필러가 거의 직각에 가까워 170cm가 넘는 성인 남성이 낮아도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시승을 위해 앉은 운전석에 앉자 2개의 듀얼 모니터가 운전자를 반깁니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12.3인치 인포테인먼트로 구성된 계기판은 디스플레이를 곡선 형태로 연결해 운전자의 시인성까지 높혔습니다. 디지털 클러스터에는 주행속도와 주행가능거리, 타이어 공기압 등의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로는 네비게이션, 시트 포지션, 차량 공조 시스템 등을 조정해 운전자의 편리성을 강화했습니다.
아울러 아이오닉9에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대거 탑재돼 있습니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차선이탈방지보조 △지능형 속도제한 보조 △네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주행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혔습니다. 이외에도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 △후석 승객 알림 등 동승자의 안전도 세심하게 챙겼습니다.
시동을 걸고 운행에 나섰습니다. 차체가 큰 탓에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구간에서 앞범퍼가 벽에 닿을까 조마조마 했지만, 높은 차체로 인해 시야가 넓게 트인다는 점과 부드러운 핸들링 덕분에 무리 없이 빠져나갔습니다.
도로로 빠져나와 본격적으로 주행을 시작했습니다. 대형 SUV의 단점이 무거운 무게 때문에 고속 주행에 있어 상하 반동에 취약하다는 점인데, 이를 잊을 만큼 안정적인 편이었습니다. 더구나 모터로 주행하는 전기차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가속 페달을 밟으면 '위잉' 소리와 함께 밟는데로 계기판이 반응했습니다. 고속 주행에 있어 외부 소음은 거의 차단됐습니다.
왕복 100km를 운행하는 동안 급격한 코너 구간에서는 공차 중량이 2700kg에 달하는 만큼 약간의 쏠림 현상이 있었고, 방지턱과 요철 등을 지날 때에는 충격을 잘 흡수하지 못하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ECS나 에어 서스펜션이 들어가면 실내공간을 손해보는 부분이 있는데, 패밀리 SUV에 집중하고자, 공간 활용에 유리한 셀프 레벨라이저를 적용했다"고 했습니다.
넓은 실내 공간 활용과 준수한 주행성능을 갖췄는데, 최대 주행가능 거리가 500km가 넘는 점은 최대 장점으로 꼽힙니다. 아이오닉 9은 E-GMP를 기반으로 110.3kW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1회 충전 시 최대 532km 주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350kW급 충전기로 24분 만에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습니다.
아이오닉 9의 국내 판매 시작 가격은 7인승 익스클루시브 기준 6715만원입니다. 여기에 국고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더하면 6000만원 초반대에 구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